밖에선 ‘MB 국정원 사찰 의혹’ 안에선 ‘자질론’ 공격…야권 후보 ‘반박형준 연대’도 속도
‘[단독] 4대강 사찰 박형준 보고 파일 실체 공개되나?’라는 제목의 KBS 보도 화면 캡처.
[일요신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그동안 줄곧 적합도 1위를 차지해온 국민의힘 박형준 예비후보가 파상공세에 부딪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맹공을 퍼붓고 있어, 주기적으로 한 번씩 회자되는 ‘지지율 여론조사 1위의 저주’ 징크스가 박 후보를 강타할 것인지 비켜갈 것인지가 최대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화력을 집중시킬 과녁을 제대로 찾은 모습이다. 야권 유력주자인 박형준 후보를 겨냥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의혹’을 잇달아 부각시키며 날을 세웠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2월 1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사찰 의혹)를 ‘선거용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MB 국정원의 불법적인 사찰이 객관적인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반성은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정태호 의원은 BBS 라디오를 통해 “부산에 출마한 후보자가 당시 정무수석이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본인이 이런 내용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박형준 교수가 이 사안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순간, 불법사찰을 시인한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보공개 요구 절차를 밟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군에서도 나왔다. 변성완 후보는 2월 17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4대강사업에 반대한 5개 환경단체와 대학교수들이 2018년 환경부 요청으로 알려진 ‘1장짜리 사찰 문서’의 추가정보 공개를 최근 국정원에 청구했을 때, 자료를 보고받은 ‘청와대 인사들의 직함’에 박형준 후보의 당시 직책(홍보기획관·정무수석)도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MB 정부의 중심인물이었던 박 후보가 직접 나서서 실체가 드러난 국정원 사찰의 진상을 밝혀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형준 후보는 민주당 측이 공세를 이어가는 사찰 의혹과 관련해 복수의 매체를 통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에 대해 하늘에 맹세코 알지도 못하고 들은 적도 없다”며 “정무수석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박형준 후보를 향한 공세는 같은 진영인 야권에서도 거세다. 여권이 불법 사찰 관여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반면, 야권에서는 ‘자질론’으로 모진 공격을 가했다.
먼저 이언주 후보는 2월 15일 오후 펼쳐진 박형준 후보와의 일대일 토론에서 작심한 듯 박 후보의 과거 행적 등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박 후보를 향해 “18대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스크린승마협회업주들의 모임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 라스베이거스에 외유를 다녀왔다. 돌아온 후 2015년 11월 ‘사행성 게임도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해 12월 ‘바다이야기’가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는데도 경품형 게임기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규제가 강화될 수 있는 부분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성토했다.
이에 박형준 후보는 “굉장히 곡해하고 잘못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잘못하면 허위사실이 된다. 바다이야기와 게임산업진흥을 연계하지 말라”고 방어막을 쳤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이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규재 예비후보는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형준 후보는 ‘대중 추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박 후보는 대학교수로 30년 동안 근무하면서 우파적 성향의 논문을 쓴 적이 없다. 좌파성향의 논문을 쓴 것만 확인할 수 있다”며 “박 후보는 보수당 후보로 나오면 절대로 안 되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그런 가운데 ‘반박형준 연대’를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박민식 후보가 제안한 3자 단일화 논의에서 박민식 후보와 이언주 후보가 먼저 합의를 이룬 것이다. 나머지 단일화 대상인 박성훈 후보는 2월 18일 현재까지 입장이 아직 미온적인 상태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