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기나긴 추위를 견디고 우리 곁으로 온 겨울날의 선물 주꾸미, 한천, 냉이, 매생이.
초록빛 움트는 계절 향긋한 봄 내음 깃든 밥상으로 한 발짝 다가온 새봄을 맞이한다.
전남 고흥의 한 바닷가 유인숙, 소병철 씨 부부는 주꾸미잡이에 한창이다.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방법 ‘소라방 잡이’로 주꾸미를 잡는 두 사람.
어느새 배 위에는 제철 맞은 주꾸미가 가득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한 고흥 이곳 바다가 좋아 바다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인숙 씨.
6년 전 귀향한 부부는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잊고 매사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단다. 귀향 후 바다 일이 처음이었던 인숙 씨가 늘 걱정인 언니 경희 씨는 동생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물오른 주꾸미와 산파래, 각종 해산물로 차린 인숙 씨 가족의 바다 향 가득한 한 상을 만나본다.
이맘때 고흥에서는 주꾸미를 시금치와 함께 즐긴다. 주꾸미 시금치 무침은 새콤달콤한 맛과 향이 입맛을 돋운다. 주꾸미를 말리면 꾸덕꾸덕한 식감이 생겨 굽거나 쪄 먹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볕 좋고 해풍 부는 고흥에서 말린 주꾸미를 쪄 유장을 발라주면 주꾸미 양념 찜이 완성된다. 친구들과 먹을거리 나누기를 좋아했던 생전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손이 크다는 인숙 씨.
직접 잡은 문어를 넣고 어머니께 팥죽을 쒀 드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담긴 문어 팥죽은 가족들의 기운을 북돋아 줄 보양식이기도 하다.
양념한 산파래를 신우대(조릿대)에 돌돌 감아서 구워 먹는 바지락 산파래 구이는 인숙 씨 가족의 별미! 파래와 새우, 키조개를 다져 넣고 부친 해물전과 주꾸미 맑은탕까지 가족의 사랑이 배어있는 한 상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