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호소인 “2차 가해가 더 괴로워”…구단 “선수의 기억 확실치 않아. 사실이라면 엄중히 처리”
프로배구를 강타한 ‘학폭(학교 폭력) 미투’가 프로야구에서도 나왔다.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학폭 피해를 호소한 A 씨는 2월 19일 오후 10시 쯤 자신의 SNS에 ‘프로야구 한 구단의 유망주에게 초등학교 시절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과 함께 선수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에 ‘일요신문’은 19일 밤부터 20일 오전까지 수 시간에 걸쳐 A 씨를 인터뷰했다. A 씨는 B 선수가 가담한 집단 폭행과 괴롭힘으로 결국 전학까지 가야했다며 괴로워했다.
A 씨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광주의 서림초등학교에 전학을 오게 된 뒤 심각할 정도로 따돌림을 당했다. 얼마 되지 않아 폭력이 시작됐다. B 선수는 나를 괴롭혔던 애들 중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야구부였다”고 말했다.
폭행은 주로 학교에서 수업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일어났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그는 “가해자들은 주로 ‘냄새가 난다’ ‘몸이 약하다’ ‘잘난 척이 심하다’ 등의 이유로 나를 괴롭혔다. 직접적인 물리적 폭행도 있었다. 무차별 구타 쪽이 많았다. 당시 나 말고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남자 학생과 여자 학생 한 명 정도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학생들에 대한 직접적인 가해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그 친구들 역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때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A 씨는 “현재도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다. 폭행을 당한 기억이 우울증을 앓는 데 크게 일조했다. 개인적인 사유도 있지만 과거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 그 시절 가해자들이 저를 부르던 기억이 떠올라 개명까지 했다. 결국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가야했지만 전학 간 학교에도 소문이 퍼져 그곳에서도 괴롭힘이 계속되었다”고 말했다.
A 씨는 B 선수의 단독행동이 아니라 집단폭행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난 뒤 ‘운동부가 외부 학생을 건드리기도 하냐’는 조롱 글이 올라왔는데 당시 야구부는 아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권력집단 같은 존재였다. B 선수 외에도 학교폭력에 가담한 야구부 학생들이 많았다. 확실한 것은 B 선수가 학교폭력의 주도자였다는 것이다. 결코 방관자나 가벼운 가해자가 아니었다. 나는 B 선수 말고도 나를 괴롭혔던 이들의 이름을 여전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부의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구단이나 선수의 태도보다 2차 가해가 더 괴롭다고도 말했다. A 씨는 “최근 유명인들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면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피해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부러워서 그런다’ ‘기억도 잘 못하면서 거짓말이다’ 등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 이런 2차 가해가 나를 너무 힘겹게 한다. 과도한 비난 글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B 선수의 소속 구단은 A 씨로부터 직접 피해 내용을 확인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구단 홍보팀은 20일 오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19일 밤 게시글이 올라오자마자 선수로부터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그런데 B 선수는 기억을 못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10년 전 가량 된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금일(20일) A 씨와 접촉하여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절차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