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에 튀긴 ‘국민 간식’ 의혹 줄줄
▲ 더후라이팬 |
지난 9월 27일, 서울 문정동 비비큐 본사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미국산 통다리 바비큐 치킨’ 원료 36.89㎏을 국내산으로 허위 표시하고, ‘브라질산 순살 크래커 치킨’ 원료 153.89㎏을 브라질산과 국내산으로 이중 표기한 혐의를 받은 까닭에서다. 검찰은 다른 지점들의 원산지 표기 위반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구매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비큐 측은 트위터를 통해 즉각 “단순 실수”라며 해명을 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내산만 사용하던 닭고기 부분육 중 모자란 부분을 수입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메뉴판의 표기를 교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화가 단단히 난 모습이다. “그동안 1만 8000원이나 주고 수입산 닭고기를 먹었단 말이냐” “먹는 거 속이는 회사는 퇴출당해야 한다” “왜 당당하게 외국산 20%라고 말하지 못했나” “기름, 파우더 좋은 거 쓰면 뭐하냐 닭이 수입산인데…” 등 분노를 쏟아냈다.
여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성남 민주당 의원이 “치킨용 생닭의 가격은 3000원 정도인데 판매되는 가격은 한 마리에 1만 4000~1만 8000원 정도로 최대 6배까지 비싸게 받고 있다”며 “업체마다 가격이 1000~2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가격을 올리는 시기와 폭도 비슷해 담합 의혹이 있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비비큐에서 시작된 불똥이 국회를 거쳐 치킨 시장 전체로 튈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원산지 표기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맹점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치킨 시장에 전에 없던 원산지 표기 논란이 등장한 이유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지난 8월부터 배달용 치킨과 오리고기 등까지 원산지 표기 의무화를 확대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입산 닭의 사용량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실제로 수입 닭고기는 국산보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해마다 물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월드컵 특수 등으로 닭고기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마리 개념의 통닭의 경우 브랜드와 상관없이 대부분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단다.
그러나 부분육의 경우 국내산만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날개와 다리는 한 마리에 두 개뿐인데 윙세트나 다리세트의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K 치킨에서도 날개 부위만 모아 판매하는 윙 제품에 국내산과 브라질산을 함께 쓰고 있다. 수입되는 닭고기 역시 통닭보다는 다리와 날개, 가슴살 같은 부분육 형태로 들어오고 있다. 가격은 국산의 절반에서 30~40% 정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한다.
원산지 표시 제도는 과연 잘 지켜지고 있을까?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메뉴에 국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원산지 표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슈퍼바이저와 포스시스템(POS·매출 재고 고객 등 관리체계)을 통해 철저한 통제와 감시가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상황이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마진을 따져보면 수입산이 월등히 나으므로 본사 몰래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늦은 밤 재료가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물건을 들여놓는데 이때 수입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본사에서도 100% 완벽한 관리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산 순살 프라이드치킨을 판매하는 더후라이팬 임창남 대리는 “국내산 냉장육은 산지에서부터 유통기한이 길어야 6일 정도인 데다 원가도 높아 운영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맛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국내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수입육을 사용하면 육즙 등이 달라져 누구보다 고객이 맛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치킨 가격에 대해서도 업계와 소비자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3000원 정도인 생닭이 치킨으로 변하면 왜 1만 8000원이 되나. 튀김옷 야채 소스 콜라 무 등이 1만 5000원이란 말인가” “치킨 값이 비싼 건 사실이다. 이참에 3000~4000원 내려라” “1만 2000원 정도가 적당하다” “벌써부터 문제가 되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제대로 잡아라” 등의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치킨전문점 운영자들도 할 말은 많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자는 “가격 담합 논란으로 점포 운영자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산지 가격은 3000원 선인지 몰라도 자르고 염지하고 점포까지 오는 유통비용까지 추가되면 실제 납품가는 5000원이 넘는다. 여기에 기타 비용을 포함해 본사에 54% 정도를 지급하고 음료수값 관리비 가스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도 안 나오는 구조”라며 “가격 문제가 제기되면서 모든 책임이 실제 운영자들인 가맹점에만 전가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영자는 “같은 상권에 브랜드와 독립점 등 치킨집만 30개가 넘다보니 손님도 나뉜다. 하루에 20마리 팔릴까 말까 한 상황에 채소 값, 포장재 값 등도 큰 폭으로 올랐고 최근 여러 가지 논란으로 주문까지 줄어 답답한 상황”이라 밝혔다. 한 식품 유통업자는 “브랜드 치킨 가격에는 유명 연예인을 사용한 고가의 광고비가 포함된 것도 원인”이라며 “광고보다 내실에 집중하면 훨씬 더 저렴한 치킨 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 티바두마리 치킨 |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