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재직 장남 총무성 간부 4명과 부적절 식사…스가 내각 악재 돌출, 고질적 ‘손타쿠’ 문화 비판론도
일본 대중지 ‘주간문춘’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 장남의 공무원 접대의혹을 대서특필했다.
스가 총리는 영부인 마리코 여사(67)와의 사이에 아들 셋을 두고 있다. 가장 평판이 좋은 이는 둘째아들로 대기업 종합상사에 재직 중이다. 셋째아들은 호세이대학의 미식축구부에서 활약했고, 이후 대기업 건설회사에 취직했다. 일본 매체 ‘제이캐스트’에 의하면 “스가 총리의 고민거리는 장남 세이고였다”고 한다.
메이지가쿠인 대학교에 입학한 세이고는 한때 뮤지션을 목표로 했다. 그런 아들의 장래가 걱정됐던 것일까. 스가는 제1차 아베 내각에서 총무상으로 재직할 때 총무상 비서관으로 아들을 발탁했었다. 당시 세이고는 25세였다. 2009년 6월 22일자 ‘주간플레이보이’를 보면, 스가는 “2006년 비서가 선거에 출마해버려, 빈둥거리고 있던 장남을 그 자리에 채용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세이고는 9개월간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일한 뒤, 2008년 도호쿠신샤에 입사했다. 이 또한 “아버지의 연줄로 취직했다”는 말이 돈다. 도호쿠신샤의 창업자가 스가 총리의 고향인 아키타현 출신이기 때문. 더욱이 도호쿠신샤는 스타채널, 바둑·장기채널, 더시네마 등 3개의 위성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채널은 총무성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운영된다.
때마침 총무상 비서관으로 근무한 적 있는 세이고의 입사가 회사 측은 반가웠을지 모른다. 세간에 “도호쿠신샤가 스가 총리 아들을 ‘로비 창구’로 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의혹을 처음 보도한 곳은 ‘주간문춘’이다. 매체는 2월 3일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 씨가 작년 10~12월 총무성 고위 간부들과 회식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며 사진과 함께 불법 접대 의혹을 제기했다. 접대는 1인당 4만 엔(약 42만 원)이 넘는 고급 요릿집에서 이뤄졌으며, 세이고가 간부들에게 간단한 선물과 택시 승차권을 건네는 모습도 카메라에 찍혔다.
주간문춘은 세이고(왼쪽)가 총무성 간부들에게 간단한 선물과 택시 승차권을 건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현행 일본 국가공무원 윤리규정에서는 공무원이 이해관계자로부터 회식비 부담이나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면 이해관계자와 식사는 가능하나, 비용이 1만 엔이 넘을 경우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주간문춘이 보도한 대로라면, 해당 공무원들은 모두 윤리규정 위반이 된다.
기사가 보도되자 일각에서는 “세이고 씨가 청탁을 염두에 두고 공무원들을 접대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야당 측도 “작년 12월이 위성방송 인가를 총무성이 갱신하는 시기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회식자리에서 그 화제가 거론됐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해당 공무원들은 국회에 불려 나와 “밥값을 낸 도호쿠신샤 관계자(스가 총리 장남 포함)들이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어설픈 해명을 내놨다. 또 “위성방송에 관한 이야기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거짓임이 들통 났다. 음성파일이 증거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2월 17일 주간문춘은 “간부 4명 중 한 명인 아키모토 요시노리 총무성 정보유통행정국장이 작년 12월 10일 세이고 씨 등과의 회식에서 방송사업에 관한 말을 주고받았다”며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당시 “손님으로 입점한 기자가 근처 좌석에서 녹음한 것”이라고 한다.
파일에 따르면 아키모토 국장은 여러 차례 ‘BS(방송위성을 이용)’, ‘스타(채널)’ 등 방송사업 관련 용어를 언급했다. 결국 아키모토 국장은 “회식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오갔지만, 특별히 대가성을 띤 것은 아니었다”며 꼬리를 내렸다.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야후재팬의 관련 기사 댓글에는 “아베 정권 때와 똑같다”면서 일단 발뺌하고 보는 행태를 꼬집었다.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반복되는 담당 공무원들의 거짓말이 아베 전 총리 때의 여러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장남이 (스가) 총리가 총무상이던 시절 비서관으로 일했고 총리는 지금도 총무성의 인사를 장악하고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간부들이 애초부터 거절하지 못한 배경에는 접대를 요청한 사람이 총리의 장남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세이고 씨 등을 국회에 소환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남 세이고 문제가 스가 내각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교도/연합뉴스
하지만 점차 기강이 해이해졌고, 특히 아베 전 총리의 장기집권으로 관료들의 윤리관은 극단적으로 퇴화했다. 주간아사히는 “특히 정치인이 정부부처 인사권을 쥐고 있어 관료들이 알아서 정권의 눈치를 보는 ‘손타쿠’가 만연해졌다”며 이번 부적절한 만남의 배경에도 총리의 존재가 개입돼 있음을 강조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다케다 료타 총무상은 “방송행정을 담당했던 아키모토 국장 등 2명을 관방부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다. 아울러 접대 논란에 대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당초 알려진 4명 외에도 9명의 직원이 도호쿠신샤로부터 접대를 받았다. 업체와의 회식 건수는 2016년 7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총 39회에 이른다.
도호쿠신샤로부터 가장 많은 접대를 받은 인물은 다니와키 야스히로 총무심의관이었다. 다니와키 심의관은 네 차례에 걸친 회식 음식비와 택시 승차권, 선물 등 총 11만 8000엔(약 124만 원)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무성은 스가 총리의 장남을 직무상 ‘이해관계자’로 보고, 접대를 받은 간부 및 직원들을 윤리규정 위반으로 징계할 방침이다.
스가 총리도 고개를 숙였다. 총리는 2월 22일 국회에서 “장남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윤리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것이 됐다.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리며,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주간문춘은 “총리의 장남 문제가 스가 내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아베 정권 당시 아키에 여사가 스캔들로 남편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면, 스가 정권엔 장남 세이고가 있다”고 평했다.
일본 야당도 스가 총리에게 ‘장남이 일으킨 향응 파문’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추궁할 태세다. 내각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진 스가 총리가 과연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