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한국인의 밥상’ 500회를 맞아 우리의 혼을 지켜온 이들을 만난다. 간송 전형필 가(家)의 내림음식 장김치와 누름적, ‘와사등’의 김광균 시인이 사랑했던 솔만두가 처음으로 방송에서 공개된다.
유튜브 조회수 600만 회를 돌파한 영상의 주인공 ‘씽씽’의 소리꾼 이희문과 어머니 고주랑 명창의 밥상도 만난본다.
중요무형문화제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이희문 씨(46)는 뜨거운 주목을 받는 소리꾼이다. 그가 이끄는 민요록밴드 ‘씽씽’이 한국인으로선 처음 미국 공영방송 NPR에 출연해 유튜브 영상 조회수 600만 회를 훌쩍 뛰어넘은 이후로 ‘오방신과’며 ‘깊은 사랑’까지 그의 활동은 매순간 화제가 되고 있다.
이희문 씨의 공연을 보는 이들은 어김없이 두 번 놀란다. 누가 봐도 남성이건만 ‘폭탄 퍼머’ 머리에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심지어 하이힐까지 신은 그의 독특한 차림새에 놀란다.
그 다음엔 그가 뿜어내는 기막힌 절창에 두 번째로 놀라게 되는 것. 이런 그의 재능은 어머니에게서 왔다.
그의 어머니는 경기민요 이수자인 고주랑 명창(75). 젊은 시절 빼어난 미모에 맑은 애원성으로 인기가 높아 쉴 틈 없이 방송에 초대됐고 해외공연도 많았던 스타 소리꾼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어린 이희문은 항상 ‘엄마가 고팠’다. 결국 어머니는 떼를 쓰며 매달리는 어린 희문을 데리고 공연에 가길 수차례 희문의 입맛은 ‘애어른’이 되었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탕이나 무침 등 어른들이 먹는 음식이라서 그랬단다.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된 희문 씨가 소리 배우던 시절의 젊은 어머니가 자주 드셨던 상추쌈과 콩나물무침을 배워 만들고 그의 냉장고에 늘 상추가 있는 사연도 들려준다.
또 어머니 고주랑 명창은 우리 소리에 반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던 열여덟 살의 열정을 회상하며 스승인 안비취, 묵계월 선생과 소리친구 이춘희 선생 등 경기민요 명창들이 사랑했던 꽈리고추멸치볶음과 천엽조림, 콩나물수제비해장국을 차려낸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 ‘구미호 레시피’ 출연과 여러 공연으로 바쁜 이희문 씨가 홀연히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을 찾는다. 옆집이라 해도 족히 수백 미터는 떨어진 산 속 마을을 누비게 된 까닭은 뭘까. 그건 바로 고추장 때문이었다.
우리 소리만큼 우리 밥상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는 그에게 메주 맛이 선명하고 물엿 대신 엿기름으로 담근 ‘옛날 고추장’은 미각을 넘어서는 생존의 문제다.
해발 400미터의 산속에서 그가 찾아낸 고추장과 태백산맥 골짜기로 퍼져나가는 그의 청춘가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