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나오고 싶지 않아” 김소연 희대의 악녀 등극…예능서도 탐내는 존재로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높은 시청률, 매회 뜨겁게 쏟아지는 시청자의 반응이 인기의 징표다. 특히 시즌1 마지막 회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30.5%를 기록했다. 지상파 3사 미니시리즈로는 무려 5년 만에 시청률 30%의 벽을 무너뜨렸다.
‘펜트하우스’는 대한민국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로 통하는 최고급 펜트하우스에서 자식을 지키려고, 또는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악녀’가 될 수밖에 없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MBC ‘왔다! 장보리’, SBS ‘아내의 유혹’ 등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통해 작품 성공을 이끌어온 김순옥 작가가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첫 시리즈 드라마다. 이번 시즌2는 더욱 강렬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내세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자극적인 전개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 번 보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펜트하우스’ 인기의 중심에는 이른바 ‘복수의 화신’으로 꼽히는 세 배우가 있다. 김소연과 유진 그리고 이지아다. 서로 얽히고설킨 악연으로 꼬리를 무는 복수와 응징에 사로잡혀 극을 이끄는 주인공들이다. 그동안 ‘악역’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은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계기로 배우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손해’보다 ‘이익’으로 기운 손익계산서를 나란히 받아들고 있다.
김소연은 ‘펜트하우스’ 돌풍의 핵심이다. 극 중 학원 재단 이사장이자, 최정상 소프라노 천서진 역을 맡아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악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면서 극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김소연…‘악녀’ 타이틀로 배우 전성기
김소연은 ‘펜트하우스’ 돌풍의 핵심이다. 극 중 학원 재단 이사장이자, 최정상 소프라노 천서진 역을 맡아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악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면서 극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20여 년 동안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사실이 무색할 만큼 지금은 ‘희대의 악녀’로 통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과시하면서 유진, 이지아와의 대결에서도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펜트하우스2’ 제작발표회에서 김소연은 “천서진을 연기하면서는 한 번도 예쁘게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라며 “‘최고의 악녀’ 평가는 굉장히 어렵게 얻은 귀한 수식어다. 시즌2를 넘어 시즌3까지 유지되길 바란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자신감을 장착한 김소연은 오래도록 ‘레전드’로 꼽힐 명장면도 만들어냈다. 폭우에 계단에서 추락한 아버지를 방치한 채 집으로 돌아와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각종 패러디 영상으로도 재생산되면서 김소연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전성기를 맞은 김소연은 예능에서도 탐내는 존재로 떠올랐다. 개그맨 유재석은 최근 SBS ‘런닝맨’과 MBC ‘놀면 뭐하니?’에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싶은 유망주’로 김소연을 꼽았다. 유재석이 “리액션 부자인 김소연은 예능에서 통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응한 김소연은 실제로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유재석과 호흡을 맞췄고, 최근 SBS ‘집사부일체’ 등 활발한 예능 참여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유진이 5년 만의 복귀작으로 택한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어느새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극 중 유진이 연기하는 오윤희는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유진…대표작 얻었지만 연기력 ‘숙제’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망설였지만,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유진이 ‘펜트하우스’를 통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소감이다. 1990년대 후반 아이돌 그룹 태동기에 3인조 걸그룹 S.E.S.로 데뷔한 그는 한때 ‘요정’이란 수식어로 불렸지만 이제는 생활형 연기자에 가깝다. 경력이 쌓인 아이돌 스타들이 그렇듯, 연기자로 전향했고 결혼과 육아에 집중하느라 최근에는 작품 활동마저 뜸했다.
그런 유진이 5년 만의 복귀작으로 택한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어느새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극 중 유진이 연기하는 인물 오윤희는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홀로 딸을 키우면서 가난만큼은 물려주지 않으려고 필요에 따라 악인들과 손잡고, 한편으론 배신도 서슴지 않는다. 악역을 맡아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데다, 작품 자체가 가진 화제성으로 인해 ‘펜트하우스’는 향후 유진의 연기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극 중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맞붙는 김소연과의 대결에서는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 대표작을 얻은 대신 변화무쌍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다 능수능란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연기 숙제’가 남았다.
과거 비밀 결혼과 이혼 고백 등 깜짝 놀랄 만한 사생활로 이슈의 중심에 섰던 이지아가 드라마에서의 활약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기는 오랜만이다. 이에 힘입어 일상을 공개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인간미’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인간미’ 장착 이지아…미스터리의 중심
출연할까. 출연하지 않을까. ‘펜트하우스2’의 시작과 동시에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한 최대 관심사는 주인공 이지아의 출연 여부다. 등장인물 소개에서 1번을 차지한 주인공 심수련을 연기한 이지아는 시즌1 최종회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설정으로 퇴장했다.
이후 제작진은 시즌2를 시작하면서 등장인물 소개란에 이지아의 이름을 삭제했다. 제작진은 물론 출연진도 입을 굳게 다문 상황. 모든 이들의 ‘함구’는 오히려 이지아의 재등장에 대한 기대 섞인 궁금증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지아가 다시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극을 집필하는 김순옥 작가의 스타일, 김소연, 유진 등과 예능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하는 이지아의 행보까지, 곳곳에 뿌려진 ‘단서’들 때문이다. 방송가 일각에서는 이지아가 ‘펜트하우스2’ 대본 리딩에 극비리에 참석했다고도 전해진다.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 전개만큼 이지아의 등장 여부도 시청자의 추리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지아는 ‘펜트하우스’ 시리즈 출연을 두고 “대본을 읽는데 다음 회가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며 “이런 느낌을 받은 드라마는 처음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의 ‘기대’는 대중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과거 비밀 결혼과 이혼 고백 등 깜짝 놀랄 만한 사생활로 이슈의 중심에 섰던 이지아가 드라마에서의 활약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기는 오랜만이다. 이에 힘입어 일상을 공개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인간미’를 드러내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