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전여친 사건 검찰 불기소 처분…또 다른 여성에 고소당해 경찰 판단 초미관심
2020년 불거진 몰카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정바비가 최근 또 다른 몰카 사건으로 고소당해 경찰에 입건됐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문제는 기소해야 하는 사건임에도 수사가 종결되거나 불기소 처분을 받는 경우다. 수사기관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자주 등장한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불기소하는 사건도 있고 경찰이 ‘불기소의견’을 밝혔지만 검찰이 기소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오해가 쌓이고 의혹이 증폭되기도 한다. 기소권과 수사종결권은 법원의 무죄 선고와 같은 효과를 갖고 있는 데다 재판이라는 복잡한 절차도 생략되는 막강한 권한이기 때문이다.
정바비 사건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제대로 보여준다. 2020년 4월 가수지망생 27세 송 아무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딸의 죽음에 이상함을 느낀 송 씨 유가족은 “술에 약을 타 성폭행하고 불법촬영을 했다”며 가수 겸 작곡가 정바비(본명 정대욱)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관련 영상 3개와 사진 4장을 확보했으며 ‘촬영 각도 등을 놓고 볼 때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찍힌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첨부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정바비는 2020년 11월 18일 “경찰은 준강간치상 부분은 혐의없다고 판단해 불기소의견을 냈다. 다만 기소의견을 낸 부분은 원래의 고발 내용이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고발 근거가 사실이 아닌 상황에서 또 다른 부분을 문제 삼아 일부라도 죄를 지은 것처럼 퍼져가고 있는 이 상황이 심히 유감스럽다. 향후 검찰조사도 성실하게 임해 남겨진 진실을 밝혀나가겠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실제로 서울 마포경찰서는 정바비의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는 기소의견, 강간치상 혐의는 불기소의견(증거 불충분)을 밝혔다.
반면 검찰은 정바비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검찰은 불법 촬영이 아니었다는 정바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인데 화장실에 간 피해자를 따라가 문틈 사이로 몰래 촬영한 것도 ‘장난이었다’는 정바비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월 29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강간치상 혐의로 입건된 정바비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있듯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검찰항고나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피해자 송 씨 유가족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검찰항고를 해 놓은 상태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난 2월 15일 정바비는 다시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문을 올렸다. 여기서 정바비는 “수사기관에서 카톡 등 여러 자료를 확보하여 검토했고, 제가 처음부터 주장해온 대로 검찰은 최근 고발사실 전부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바비는 송 씨 사건과 관련해 검찰 불기소 처분이 결정되자 바로 입장문을 통해 이 사실을 대중에게 알렸다. 그러나 검찰 불기소 처분 직후 그는 또 다른 사건으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사진=정바비 블로그 캡처
문제는 정바비가 또 다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이를 단독 보도한 MBC는 정바비가 또 다른 여성에게 고소를 당해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피해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폭행 혐의도 추가됐다.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정바비를 폭행 치상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정바비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노트북 등에 대한 증거 분석 작업에 착수했는데 삭제된 파일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정바비가 검찰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입장글을 블로그에 남긴 시점(2월 15일)보다 2주 전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찰의 기소의견 사건 송치가 이뤄진 날, 그리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을 때 거듭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밝힌 정바비가 이번에는 침묵하고 있다. 경찰은 증거 분석 작업을 마치고 정바비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에는 정바비가 직접 입장문을 밝힐 수도 있는데 현재는 언론 접촉은 자제하고 있다.
이처럼 정바비는 유사한 사건으로 1년 사이 두 건의 고발을 당했다. 피해자는 다르다. 지난해 송 씨 유가족의 고발로 시작된 사건은 검찰 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검찰항고가 이뤄져 검찰이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불거진 또 다른 피해자 고소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또 ‘기소의견’ 검찰 송치가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는 경찰도 수사종결권이 있어 혐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를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다. 만약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이번엔 검찰의 기소 여부가 관심사다. 유사한 사건에서 서울서부지검은 이미 한차례 정바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