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 속 2001년 ‘소림축구’가 함께한 마지막 작품…오맹달, 주윤발과도 한때 불화 ‘알고보니 도박에서 건져준 은인’
유명 홍콩 배우 오맹달이 간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사진=영화 ‘유랑지구’ 화면 캡처
오맹달의 투병 소식에 홍콩 영화 팬들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주성치(저우싱츠)와 ‘도성’ ‘도학위룡’ ‘정고전가’ ‘녹정기’ ‘파괴지왕’ ‘서유기-월광보합’ ‘서유기2-선리기연’ ‘희극지왕’ ‘소림축구’ 등의 영화를 함께하며 최고의 코믹 콤비를 보여준 오맹달이기에, 다시는 이들의 콤비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여전히 케이블 채널 등에서 과거 주성치와 오맹달 코믹 콤비의 영화를 자주 틀어주고 있어 현재진행형 같아 보이는 이들의 코믹 콤비는 이미 끝난 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 2001년 ‘소림축구’가 이들이 마지막으로 함께한 작품으로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이들의 불화설이 돈 것은 2004년으로 주성치가 각본, 감독, 제작, 주연 등 1인 4역을 한 영화 ‘쿵푸허슬’에 오맹달이 출연하지 않으면서다. 주성치 영화라 당연히 출연할 줄 알았던 오맹달이 ‘쿵푸허슬’에 출연하지 않자 홍콩 현지 언론이 불화설을 부추겼다. 당시 오맹달은 당연히 ‘쿵푸허슬’에 출연할 것으로 알고 있어 다른 작품 출연도 거절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맹달이 맡기로 했던 배역을 다른 배우가 맡으면서 불화설이 제기됐다.
불화설의 진위는 이후 두 배우의 행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게 불가능했다. 주성치는 ‘쿵푸허슬’ 이후 배우가 아닌 감독과 제작자로 더 매진했다. 2008년 각본, 감독, 제작, 주연 등 1인 4역을 한 영화 ‘CJ7 - 장강7호’을 선보인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배우로는 은퇴한 셈이다. 오맹달 역시 ‘소림축구’ 이후 배우 활동이 크게 줄었다. ‘소림축구’ 촬영 즈음 당뇨병 진단을 받은 오맹달은 계속 건강 문제로 발목을 잡혔다. 게다가 2015년에는 심부전 진단을 받아 잠정적으로 영화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성치와 코믹 콤비를 선보일 당시 오맹달은 코믹한 뚱보 이미지였으나 2015년 이후 건강 악화로 체중이 급감해 마른 몸으로 변했다.
2001년 ‘소림축구’가 오맹달과 주성치가 함께한 마지막 작품이다. 사진=영화 ‘소림축구’ 스틸컷
2017년에는 주성치가 ‘CJ7 - 장강7호’ 이후 10년여 만에 배우로 복귀한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당시 ‘시나연예’는 주성치가 ‘쿵푸허슬2’에 배우로 복귀하고 오맹달이 함께한다고 보도해 화제가 됐다. 배우 주성치·오맹달 코믹 콤비의 복귀는16년여 만이다. 게다가 두 배우의 불화설을 야기한 영화 ‘쿵푸허슬’의 속편을 통해 다시 의기투합한다는 소식이어서 더 큰 의미가 부여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주성치 측은 배우 복귀를 강하게 부인하며 ‘쿵푸허슬2’가 실제로 제작되더라도 배우가 아닌 연출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오맹달이 실제로 주성치와 함께 영화 작업을 할 뻔했다는 얘기는 몇 년 뒤에 사실로 확인됐다. 2019년 주성치는 자신이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영화 ‘신희극지왕’ 제작발표회에서 과거 ‘희극지왕’에 함께 출연했던 오맹달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그때 주성치는 “계속 오맹달과 다시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번에 같이 하자고 했는데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가 건강을 회복하면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오맹달이 어렵게 심부전을 극복하고 배우 활동을 재개하면서 다시 한 번 주성치와 오맹달이 함께 영화 작업을 할 기회가 열리는 듯했다. 주성치가 배우로 복귀하지 않더라도 그가 감독을 맡고 오맹달이 출연하는 영화는 가능했다. 오맹달 역시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주성치와의 우정을 언급하며 다시 함께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후 오맹달은 간암 판정을 받고 말았다.
오맹달과 주윤발의 인연도 각별하다. 사진=영화 ‘우견아랑’ 스틸컷
한편 오맹달과 실제 불화가 있었던 또 한 명의 배우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세 살 터울로 둘 도 없는 친구였던 주윤발(저우룬파)이다. 오맹달은 주윤발, 임달화(런다화) 등과 1973년 TVB 연예인 훈련반 3기로 입사해 1970년대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1980년 오맹달은 도박 등으로 홍콩 범죄조직인 삼합회에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해 큰 위기에 내몰렸다. 당시 스타덤에 올라 큰 인기를 누리던 주윤발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방송가에서 퇴출당한 오맹달은 주윤발을 원수처럼 미워하게 됐다.
이후 영화계에서 조단역 배우로 활동하던 오맹달은 1990년 진목승 감독의 영화 ‘천장지구’에 출연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후 주성치와 코믹 콤비를 선보이며 전성기를 맞은 오맹달은 공식석상에서 주윤발을 만나도 철저히 무시했을 정도로 증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오맹달은 자신이 ‘천장지구’에 출연하게 된 게 주윤발이 진목승 감독에게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뒤늦게 찾아와 사과한 오맹달에게 주윤발은 “그때 돈 안 빌려준 건 정말 미안하지만 빌려주면 또 도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봐 외면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화해한 주윤발과 오맹달은 이후 다시 절친 사이가 됐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