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키로나 수출시 수조 원 매출 관측…실적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서정진 명예회장 수혜 예상
#셀트리온의 부진한 4분기 실적
지난 2월 22일, 셀트리온은 2020년 4분기 잠정 매출이 4987억 원, 영업이익은 1647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2020년 3분기 매출 5488억 원, 영업이익 2453억 원에 비해 부진한 실적이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0년 12월 미국 유통사 프라임헬스케어와 240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맺었으나 현재까지 공급된 물량이 없어 매출 공백이 생긴 탓”이라며 “진단키트 매출 공백을 제외하고도 렉키로나 개발비 약 350억 원의 반영과 트룩시마 수율 개선 작업 과정 중 일시적으로 원가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22일, 셀트리온은 2020년 4분기 잠정 매출이 4987억 원, 영업이익은 1647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인천시 연수구 셀트리온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셀트리온은 렉키로나 판매를 통해 실적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3상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렉키로나의 품목을 허가했다. 지난 2월 17일부터 기저질환자나 폐렴을 동반한 일부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렉키로나 투약이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 수출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25일, 셀트리온은 유럽의약품청(EMA)이 렉키로나 롤링 리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롤링 리뷰란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의약품 최종 허가 신청 전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회사로부터 제출 받고 이를 우선 검토하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는 현재 협의 중에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의 임상 데이터만으로 렉키로나가 미국과 유럽에서 긴급사용허가 승인을 획득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주목해야 할 점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 생산 계획이 150만~300만 명분이라는 점으로 국내 시장만을 고려한다면 이렇게 많은 렉키로나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렉키로나의 수출에 대한 전망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일라이릴리의 ‘LY-CoV555’와 리제네론의 ‘REGN-COV2’가 FDA 긴급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렉키로나가 이들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도 “렉키로나의 가격을 정확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미국·유럽 경쟁사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렉키로나를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 그만큼 셀트리온이 벌어들이는 이익도 줄어든다. 그간 렉키로나 개발에 투입된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다. 렉키로나 가격은 각 나라 보건당국에 의약품을 등재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는 것에 집중하는 단계”라며 “렉키로나의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는 너무 앞선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렉키로나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수요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보건당국의 허가만 받으면 렉키로나가 팔리지 않을 일은 없어 보이고, 특히 유럽은 독일 정도만 코로나19 치료제를 확보한 상황”이라며 “일라이릴리 치료제의 절반 수준의 가격만 받아도 렉키로나로 수조 원을 벌어들일 수 있고, 자체 개발 신약이라는 점에서 50%의 영업이익률을 적용하면 영업이익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EMA나 FDA가 렉키로나의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다. 셀트리온 측은 허가를 자신하고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식약처가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1월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3급 이상사례인 이상지질혈증이 렉키로나 임상 1상에서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발생 환자는 BMI(신체질량지수)가 높은 비만 환자였다”며 “해당 내용은 사용상 주의사항에 반영해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효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 2월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서 명예회장은 이날 “임상환자 300여 명에게서 나타난 바이러스 감소나 회복 기간 단축이 어떻게 모두 우연이겠나”라고 말했다.
#서정진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서정진 명예회장은 2020년 12월 31일자로 회장에서 물러난 후 현재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오는 3월 26일 셀트리온 주주총회 이후 서 명예회장은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남을 예정이지만 렉키로나 관련 업무에는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 2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 완전히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도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월 8일, 인천시 연수구 셀트리온 제2공장에서 렉키로나 샘플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을 앞두고 있다. 현재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주식 95.51%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헬스케어홀딩스) 주식 100%를 가지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을 각각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두고 있고, 헬스케어홀딩스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4.33%를 보유 중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말까지 셀트리온홀딩스와 헬스케어홀딩스를 합병하고, 이어 3사 합병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와 헬스케어홀딩스 주식 대부분을 보유중인 만큼 합병 후에도 그의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렉키로나 수출 실적에 따라 서 명예회장 개인 재산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합병 대상인 3개의 사업회사 중 서 명예회장이 직접 주식을 보유한 회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11.20%)뿐이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생산한 제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납품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수출을 통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구조다. 따라서 렉키로나의 해외 매출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매출로 반영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렉키로나 허가 완료 후 해외 판매와 마케팅은 모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렉키로나 원가는 동일하므로 해외에서 비싼 가격에 팔릴수록 셀트리온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게 이익으로 남는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은 주가에 반영될 수 있고, 나아가 합병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정진 명예회장 입장에서는 렉키로나 수출 호조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다면 향후 3사 합병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
다만 3사에 대한 투자 방향성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3사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단일 회사에서 이루어지므로 비용 절감 및 사업의 투명성 제고가 가능하다”면서도 “합병주체 및 합병비율 등이 정해지지 않아 투자 방향성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