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에 신장 떼준 후 판소리 포기…두 아이 엄마의 첫 사회생활 ‘미스트롯2’ 도전해 기적 이뤄
제주댁 양지은이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에서 대망의 우승자가 되며 2대 진(眞)에 등극했다. ‘미스트롯1’의 송가인이 방송 중반부부터 대세론을 굳혀가며 결국 진(眞)역전에 오른 것과 달리 양지은은 역전을 거듭하며 드라마틱하게 우승했다. 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방송 화면 캡처
3월 4일 밤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2’ 결승전. 먼저 4위에서 7위의 점수가 발표되고 3위 미(美) 김다현까지 확정된 뒤, 무대 위에는 양지은과 홍지윤만 남았다. 결승전 1라운드 최종 점수에 2라운드 마스터 총점을 더한 중간 순위에선 홍지윤이 1위였다. 결승전 1라운드에서도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는 홍지윤이 1위였지만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를 더한 최종 순위는 양지은이 1위를 해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김성주 MC는 양지은의 이름을 호명했다.
양지은은 “오늘 몇 등이 되든지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나왔다. 동료들이 모두 함께 고생을 했고, 모두 잘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축하를 해주겠다고 마음 먹고 울지 않아야지 했다”며 “팬과 시청자 분들의 사랑으로 이 상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좋은 가수가 돼 여러분께 많은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노래를 들려 드리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울음을 참아내며 수상소감을 밝힌 양지은을 결국 김성주 MC가 울렸다. 바로 “가족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는 얘기 때문이었다.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 양지은은 “저희 아버지 너무 사랑합니다. 제가 신장 이식 수술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제 가족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울음을 참아내며 수상소감을 밝힌 양지은을 결국 김성주 MC가 울렸다. 바로 “가족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는 얘기 때문이었다. 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방송 화면 캡처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에게서 왕관을 수여받은 양지은은 1억 5000만 원의 상금과 쿠페 세단, 1000만 원 상당의 한방 화장품, 의료가전, 그리고 조영수 작곡가의 신곡을 부상으로 받게 됐다. 이 대목에서도 양지은은 “아버지가 발이 불편한데, 계단이 있는 5층 집에 사신다. 1등 상금을 받으면 1층 집으로 이사를 시켜 드리고 싶다”고 말해 효녀 가수의 진면목을 다시 보여줬다.
1989년생인 양지은은 제주시 한림읍 출신이다. 10대 시절 판소리에 입문해 제주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예능 보유자 김순자 선생 1호 이수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교사의 권유로 KBS 어린이동요 대회에 나가 제주시 최우수상 및 전국 장려상을 받으며 노래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뒤 성악을 전공하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양지은의 부모는 판소리를 권했다.
양지은의 부친은 북제주군의회 의장을 지낸 양보윤 씨로 그는 ‘뉴제주일보’ 인터뷰에서 “판소리 불모지였던 제주에서 제주시 주최로 인간문화재 초청 강연이 열렸는데 11세 아이가 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 김순자 선생을 만나 문하생이 돼 주 3회 배를 타고 목포를 오갔다. 이후 딸은 전국에서 열리는 판소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제주도 1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전남대 국악과에 수석 입학했고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과를 다녔다.
2010년 부친 양 전 의장이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 질환이 생겨 힘겨워하자 양지은은 자신의 신장을 아버지에게 기증했다. 문제는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판소리를 포기하게 됐다는 점이었다. 이런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알려지며 양지은은 ‘효녀 가수’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양지은이 “신장 이식 수술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한 까닭이 그로 인해 판소리를 포기하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은 그에게 다시 노래할 기회를 선물했다.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에게서 왕관을 수여받은 양지은은 “아버지가 발이 불편한데, 계단이 있는 5층 집에 사신다. 1등 상금을 받으면 1층 집으로 이사를 시켜 드리고 싶습니다”고 말해 효녀 가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방송 화면 캡처
양지은은 4년 전 결혼해 슬하에 아이 둘을 둔 엄마다. 이런 까닭에 “꿈을 다시 갖기에는 늦은 나이가 아닌가 생각했다”는 그는 “육아를 하면서 지쳐 있었는데, 둘째 몸조리를 할 때 ‘미스트롯1’을 봤다. 그때 마미부를 보면서 설렜다. ‘미스트롯2’ 도전은 첫 사회생활이었다”고 말했다. 육아를 하며 첫 사회생활로 ‘미스트롯2’에 도전한 만큼 양지은은 TOP7 가운데 유일하게 소속사가 없었다.
그렇지만 꾸준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어오고 있었다. 현재 양지은은 한국판소리보존협회 서귀포지부장으로 전국지부장 중 최연소다. 양지은은 3년 전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축하 기념공연에서 제주민요와 대중가요를 국악가요로 편곡해 부르기도 했다.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해녀 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해 왔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