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업체 감사이자 대주주가 대표 고발, 횡령 혐의 고소도…대표 “압류 물량일 뿐 사실무근”
현재 판매되고 있는 KF94 마스크 가운데 최대 약 500만 장이 인증 받지 않은 시설에서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담은 고발장이 접수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스크 자판기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일요신문이 확보한 고발장과 취재 내용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유명 제약회사인 녹십자약품의 자회사 녹십자웰빙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업체다. 10월경 녹십자웰빙은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E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게 된다.
지난해 5월 설립된 A 마스크 업체는 이 계약의 재하청을 받아 2020년 10월 E 업체에 KF94 마스크 약 500만 장을 납품했다고 한다. KF(Korea Filter) 마스크는 약사법 제2조 7호가 규정하고 있는 ‘의약외품’이다. 의약외품은 국민건강이 달려있는 만큼 법에 따라 설비 등 조건을 충족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야만 납품할 수 있다. 하지만 A 업체가 KF 마스크 등급을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는 인증을 받은 날짜는 의약품 상세정보에 따르면 2020년 11월 25일로 나온다. 즉 인증받기 전에 KF 94 마스크를 생산해 판매했다는 것이다.
고발인은 KF94 인증을 받기 전 납품하고 있는 모습을 찍었다며 고발장에 증거로 첨부해 제출했다. 사진=고발인 제공
이어 C 씨는 수사기관에 “A 마스크 회사 경비업체가 인증 전 마스크를 공급하는 CCTV 영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 영상을 확보하면 마스크 납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 씨는 “현재 녹십자웰빙에서 미인증 마스크였다는 점을 파악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별개로 B 씨와 C 씨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C 씨는 B 씨가 회사 자금 1억 1600만 원을 개인적 용도로 횡령했다며 서울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 또한 C 씨는 ‘B 씨가 마스크 판매 대금을 개인 계좌로 송금 받은 게 적발됐다’며 이번 기회에 같이 조사해달라고 증거도 제출했다. A 마스크 회사는 최근 임시주주총회가 열려 B 씨에 대한 대표 해임이 결정됐지만 B 씨는 이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주 측이 법원에 대표이사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해 재판 예정이다.
B 씨는 “10월에는 공장이 돌아간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마스크를 트럭에 싣는 사진에 대해서 B 씨는 “납품업체에 받을 돈이 있었는데, 돈을 안줘서 마스크로 받아 왔다가 돈을 받아서 다시 돌려주려고 트럭에 싣던 사진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또 다른 주주인 D 씨는 “납품 업체는 큰 회사인데 A 씨에게 돈을 안 줘 물건을 압류 당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또한 실제로 공장이 돌아가는 걸 봤다”고 반박했다.
E 업체 대표는 “A 업체에서 생산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고발인이 제시한 사진은 우리 회사 창고가 포화돼 마스크 10만~20만 장 정도를 A 회사에 잠시 맡겨놓았던 것이고 그걸 다시 가져오는 과정에 찍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A 회사 대표가 주변에 마스크를 생산한다고 했던 말도 거짓말이다. 우린 A 회사에서 납품을 받는 바 없다. A 대표의 말 실수와 잘못된 고발 때문에 관련도 없는 우리 회사가 괜한 오해를 사 문을 닫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녹십자 측은 “당시 마스크 수요가 워낙 많아 필터가 품귀였다. 필터를 미리 위탁 제조업체 측에 넘겨줘야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우리가 제공한 KF94 필터를 녹십자웰빙 KF94 마스크 약 500만 장에 다 쓴 건 맞다”면서 “다만 위탁 제조업체의 생산 허가일자가 언제인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결국 A 마스크 업체가 KF 마스크 등급을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는 인증을 받기 전에 KF 94 마스크를 생산했을지라도 KF94 필터를 정상적으로 사용한 마스크라는 의미다.
의약외품 제조업 신고를 해야 제조가 가능하며 의약외품 제조업자가 아닌 경우 제조할 수 없다. 마스크 등 의약외품은 피부에 닿거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허가를 받는 절차가 까다롭다. 대표자의 건강진단서 및 제조 시설과 품질관리 시설을 검수 받아야 한다. 또한 주요 확인 사항으로는 제조실과 보관실이, 또 공정별로도 분리돼야 하며 방충·방서가 완비돼야 하고 교차 오염 가능성도 확인받아야 한다.
현재 마스크 관련 범죄에 관해서는 검찰과 법원 모두 엄벌하고 있는 기조가 강하다. 2020년 3월 마스크 불법 수출이나 가짜 마스크 유통 등이 기승을 부리자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유통 교란 행위에 대해 엄정한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또한 법원도 마스크 관련 범죄에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상황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점’을 양형 이유로 명시하고 있다.
최강용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만약 고발인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KF94 인증 전에 포장지에 이를 기재한 행위는 ‘의약외품의 용기나 포장에 해당 의약외품에 관하여 거짓이나 오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을 적어서는 안 된다’는 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10호, 제66조, 제60조 제1호 위반에 해당한다. 만약 고발인 주장처럼 약사법을 위반해 제작한 마스크가 500만 장에 이른다면 마스크 32만 장을 포장갈이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유사 하급심 판례와 비교해 볼 때 이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재판에서 양형을 판단할 때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마스크 대란을 이용한 범죄라는 점은 가중처벌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발인이 제작한 마스크가 결과적으로는 KF94 인증을 받았다는 점은 유리한 양형요소로 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