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업 실패 후 곤두박질…운영권 넘긴 헬스장서 용역 동원 난동, 결국 철창행
2017년 12월 13일 용역 깡패들과 헬스장에 침입했다가 경찰에 끌려나가는 김 전 대표. 사진=한 씨 제공
삐삐왕의 도전은 휴대전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도전이 실패로 그치면서 회사는 결국 2004년 파산했다. 국내 벤처 1세대, IT 업계 신화였던 김 전 대표는 이후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그가 추진했던 한국금융플랫폼, 예공, 이바디웍스 등 많은 회사들은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김 전 대표가 이끌던 텔슨전자가 파산한 뒤 2004년 텔슨전자 사옥이었던 건물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매각됐다. 김 전 대표는 이 건물 지하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록 사업이 무너졌지만 거대 헬스장을 운영하던 김 전 대표가 최근 구속됐다는 놀라운 소식이 알려졌다. 2월 10일 김 전 대표는 1년 2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국내 주식부자 순위 20위까지 올랐던 사람이 어떻게 구치소로 가게 됐을까. 김 전 대표가 구속된 사건 1심 판결문과 일요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17년 김 전 대표는 한 아무개 씨와 캠코 지하 1층 헬스클럽인 이바디웍스 운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한 씨는 3억 원 상당의 인테리어 공사 및 운동 설비를 현물출자하고 현금 2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김 전 대표에게 월 급여 1200만 원을 보장하는 등 대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김동연 전 대표는 2017년 9월 즈음 헬스클럽 신용카드 매출금 1억 원 상당을 한 씨와 협의 없이 사용했다. 또한 계약 때는 말하지 않았던 거액의 연체 임대료가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김 전 대표는 헬스클럽 관련해 연체 임대료 약 2억 원과 가스비 약 3000만 원, 수도 요금 약 2000만 원, 수건 세탁업체 미납액 약 7000만 원 등 총 3억 4000만 원을 미납하고 있었다.
한 씨는 이미 3억 원 이상을 투자했기 때문에 운영을 포기할 수 없었고 밀린 임대료를 내며 운영을 계속했다. 하지만 한 씨가 낸 임대료는 과거 김 전 대표가 냈던 미납 임대료를 갚아주는 것에 불과했다. 한 씨는 “당장 내지 못하면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내 돈을 밑 빠진 독에 넣듯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정산된 것을 재판부에 제출했더니 5억 원 이상 투자된 것으로 판단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2017년 10월 한 씨가 들어오기 이전 헬스클럽에 투자한 업체에서 법인 계좌와 카드 매출에 전체 압류를 걸면서 사업을 더 이상 이어가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이에 김 전 대표는 한 씨에게 “기존 내 법인이었던 이바디웍스 대신 당신 법인으로 바꿔라”라고 권했다. 한 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018년 한 씨가 법인을 바꾸자 김 전 대표는 한 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점유사용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 2018년 4월 기각됐고, 김 전 대표는 항고했으나 또 기각됐다.
2018년 4월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한 씨가 계속 헬스클럽을 운영하며 버티자 김 전 대표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 김 전 대표는 헬스클럽 주변에 ‘이 헬스클럽은 불법 영업 중이고 회원권을 구매해도 계약은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유인물을 배포했고 현수막도 걸었다. 한 씨는 “아무리 현수막이나 유인물이 거짓이라고 해명해도 이를 본 회원들은 재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노력에도 나가지 않자 김 전 대표는 결국 2018년 6월 16일 헬스클럽 출입문을 막기 위해 공사업자를 불러 출입문 3개에 용접을 지시했다. 같은 시간 김 전 대표는 헬스클럽 안으로 들어가 한 씨 업무용 휴대전화 1대와 회원 계약서 및 신용카드 영수증 200여 장을 갖고 나갔다. 나중에 법원으로부터 용접 지시는 재물손괴, 들고 나간 물건들은 절도가 인정됐고 이날의 행동 전체는 업무방해 혐의로 인정됐다.
이런 갈등 속에서도 운영을 계속하자 김 전 대표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고 만다. 김 전 대표는 2018년 12월 7일 새벽 2시 헬스클럽 건물 지하 7층 기계실로 설비업자와 함께 들어갔다. 김 전 대표는 설비업자에게 헬스클럽 보일러 연결 밸브를 막게 하거나 뽑게 했다. 또한 스위치와 배전판 부속들을 빼버렸다.
5일 뒤인 2018년 12월 13일 새벽 1시 김 전 대표가 이번에는 용역 깡패 14명과 전직 경찰 김 아무개 씨를 대동해 헬스클럽을 급습했다. 김 전 대표는 용역 깡패와 함께 헬스클럽 비상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망치 등 공사용 도구를 잔뜩 들고 있는 상태였다. 강남 한복판에 나타난 16명의 무장 괴한들은 헬스클럽을 부수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13, 14일 용역들이 피트니스 센터의 천장과 벽체를 뜯어내고 기물을 파손했다.
이들은 비상문, 천장, 벽, 거울, 운동기구를 부쉈고 벽에는 빨간 래커칠을 해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한 씨와 그의 동생이 뒤늦게 헬스클럽으로 돌아와 이들의 행동을 막거나 촬영하자 그들은 오히려 한 씨 형제를 때리거나 몸을 잡아당기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날의 난동은 경찰이 출동하자 용역들이 몸을 피하면서 끝났다. 한 씨는 수리를 시작하며 어떻게든 헬스클럽을 운영하려 했다. 하지만 새벽 난동이 있고 불과 몇 시간만인 2018년 12월 14일 낮 12시 김 전 대표는 다시 7명의 용역 깡패와 함께 헬스클럽을 찾아 회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유리문과 휴게실 벽, 골프 연습장 등 닥치는 대로 부수고 이번에도 빨간 래커칠을 잊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사인의 자력구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공사도구나 망치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다수의 용역들이 건물에 침입해 시설물을 손괴하는 행위는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12월 13일 새벽 용역을 동원해 헬스클럽을 부수고 경찰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그런데 불과 하루 뒤 다시 용역 직원과 함께 찾아가 기물을 또 부순 건 국가 법질서를 무시하고 공권력을 경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동연 전 대표에게는 1년 2월 실형을 선고했고, 그를 도왔던 전직 경찰 김 씨에게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전직 경찰로 국가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자력구제를 시도하는 것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범행에 가담했다”면서도 “다만 범죄 전력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판결 이후 즉각 항소했고 검찰도 항소한 상태다.
범죄에 가담했던 용역 깡패들은 얼굴을 가리고 도망쳐 14명 가운데 8명은 신원을 밝히지 못했다. 신원이 밝혀진 6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모두 지난 2월 2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형사소송 이외에도 2018년 12월 19일 김 전 대표가 한 씨에게 8억 원의 손해배상을 걸었던 민사소송도 최근 결론이 났다. 김 전 대표는 “한 씨가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막대하게 봤다”는 내용으로 용역 동원 5일 뒤 고소한 바 있다. 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주장한 손해배상 청구액을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한 씨는 “곧 김 전 대표와 전직 경찰 김 씨, 용역 깡패 등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다만 김 전 대표는 2019년 살던 집도 경매로 넘어간 상태여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공범이 많아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