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으로 사귄 여친들에 수백만원씩 빌리고 안갚아 벌금 300만원 확정…입장 요청에 “연락하지 마라”
프랑스 명문 올림피크 리옹에서 뛸 정도로 유망주였던 축구선수 김 아무개 씨가 최근 사기 혐의로 피소돼 벌금 300만 원이 확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해외 축구 경기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김 씨 사기사건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는 2019년 12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여성 A 씨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기로 한다. 서로 대화가 잘 맞았던 김 씨와 A 씨는 교제를 시작했다. 그런데 김 씨는 첫 만남에서 “동생이 놀이동산에 가기로 해서 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A 씨는 2019년 12월 말 30만 원을 빌려주게 된다.
30만 원을 빌리고 얼마 뒤인 2020년 1월 김 씨는 다시 “태국 구단에 입단테스트를 받으러 가는 것 때문에 지금 당장 현금이 없다”면서 “70만 원 더 빌려줄 수 있냐. 이자 쳐서 일주일 뒤, 전에 빌린 30만 원을 더해 110만 원으로 갚겠다”고 말했다. A 씨는 “돈이 필요하면 다른 지인들에게 부탁하면 안 되냐”고 묻고 “부모님에게 말하라”고 권했지만 김 씨는 “다들 힘들다고 한다. 한 번만 믿어 달라”고 말했다. 결국 A 씨는 70만 원을 빌려주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돈 거래는 그 금액이 빠르게 쌓여갔다.
또 다시 약 일주일 뒤 김 씨는 A 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김 씨는 “200만 원만 더해 달라. 차용증이라도 쓰겠다. 정말 두 번 다시 얘기하지 않겠다. 돈이 없으면 대부업체에서 찾아와서 힘들게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 씨는 “현금이 없다. 나도 넉넉하지가 않다”고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김 씨의 계속된 요청에 결국 다시 돈을 빌려주게 된다. 이후에도 김 씨의 요청은 계속됐고 A 씨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대출 좀 해서라도 빌려줄 수 없냐”고 말했다. 교제를 시작하고 김 씨가 빌려간 돈이 600만 원가량이 됐다.
김 씨가 A 씨에게 돈을 빌릴 때 대화 내용. 사진=A 씨 제공
A 씨는 “돈을 빌려갈 때는 간절하게 빌었지만, 빌려주고 난 뒤 돈을 갚으라는 얘기만 나오면 짜증을 부려 오래 사귈 수가 없었다”면서 “돈을 갚겠다는 날짜를 지킨 적도 없고 이로 인해 신뢰관계가 사라져 결국 2월에 헤어지게 됐다. 그 뒤 김 씨 지인들에게 그렇게 간절하게 빌린 돈으로 클럽을 갔다는 얘기를 듣고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3월 18일 경찰서를 찾아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한 사건은 조정 기간을 거쳤지만 김 씨가 돈을 전부 갚지 못했다. 결국 김 씨는 고소당한 지 10개월 정도 뒤인 지난 1월 구약식으로 사기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 처분을 받는다.
A 씨는 자신만이 피해자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A 씨는 김 씨를 다룬 유튜브 영상에 피해자를 찾는다는 댓글을 남긴다. 김 씨가 A 씨와 헤어진 직후 사귄 여자친구 B 씨가 이 댓글을 보게 된다. B 씨도 김 씨에게 약 800만 원을 빌려줬지만 못 받은 상황이었다. B 씨는 A 씨에게 연락했고 대화를 나눠보니 거의 방법이 똑같았다.
B 씨의 상황은 이랬다. 지난해 7월 김 씨는 B 씨에게 인스타그램 DM을 보냈다. 이렇게 둘은 만나게 됐고 교제를 시작한다. 교제 시작한 날부터 김 씨는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B 씨는 “김 씨가 날 만나러 내가 사는 도시로 온다고 했다. 그런데 지갑을 잃어버렸다면서 차비를 빌려달라고 했다. 나 만나러 와서 괜히 지갑을 잃어버린 것 같아 50만 원을 빌려주게 됐다”고 말했다.
8월 김 씨는 “내가 요즘 너무 힘들다. 레슨하는 학원 대표가 사정이 안 좋아서 레슨비를 못 주고 있다. 한 달 정도만 도와주면 이자 쳐서 갚겠다”고 말했다. B 씨는 “나도 돈이 없어서 큰돈은 못 빌려준다”고 했지만 김 씨는 “80만 원 정도는 안될까?”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80만 원을 또 빌려주게 된다.
그 다음날 김 씨는 또 다시 “지금 돈 달라는 연락을 너무 받고 있다. 1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고 B 씨는 “빌려줄 돈이 없다. 저번에 빌려준 게 다 털어서 빌려준 거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가 “정말 미안한데 한 번만 도와달라”는 말에 결국 B 씨는 없는 살림에서 돈을 또 빌려주게 된다.
김 씨는 B 씨에게 축구화를 사겠다며 9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사진=B 씨 제공
김 씨가 B 씨에게 돈을 빌릴 때 대화 내용. 사진=B 씨 제공
지난해 10월 김 씨는 “이틀 아르바이트 했는데 발목이 돌아가서 축구화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9만 원 보태줄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B 씨는 10만 원을 입금해 준다. 그 이후에도 김 씨는 ‘친한 형한테 사기를 당했다’, ‘부모님이 편찮으시다’ 등 다양한 이유로 돈을 빌려갔다. 하지만 돈을 갚겠다고 한 날짜가 돼도 갚는 경우는 볼 수 없었다.
B 씨는 김 씨에게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돈도 내가 필요할 때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빌려간 돈은 약 810만 원 정도였다. 12월 B 씨는 갈등 끝에 김 씨와 헤어지게 된다.
헤어진 이후 B 씨도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A 씨 댓글을 보게 되고 둘은 만나게 된다. 만난 이후 얘기를 나눠보니 B 씨 자신도 속았다는 것을 알고 고소를 결심하게 된다. 특히 A 씨와 B 씨가 만나 그동안 빌려준 돈을 맞춰보니 빌려갔던 돈은 김 씨가 말한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A 씨가 고소하면서 열린 조정으로 인해 갚아야 하는 돈을 B 씨에게 빌려 갚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월 B 씨도 경찰서에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B 씨 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A 씨 사례와 내 사례 모두 1년 내에 일어난 일이다. 피해자가 더 있다고 확신한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고소를 선택했다”면서 “김 씨에게 피해 입은 사람이 있다면 고소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천 변호사는 사기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변제자력’을 속이거나 ‘용도’를 속인 경우에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A 씨의 사례에서 김 씨는 돈을 빌린 용도를 속인 것으로 보이므로 다른 피해자들도 이와 같이 용도를 기망당하여 돈을 빌려준 사실이 있다면 충분히 사기 고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김 씨에게 관련한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김 씨는 “연락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