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FSC 장점 흡수한 HSC 전략 인수 배경 꼽혀…고정비 리스크·사모펀드 한계 등 우려 시선도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글로벌 물류기업 코차이나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새 전환점을 맞았다. 사진=에어프레미아 인스타그램 캡처
#‘중장기’ 노선에 합리적 가격+화물운송, 시너지 먹힐까
JC파트너스와 코차이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투자금액은 최대 650억 원 규모로, 인수 지분 최대 68.9%다. JC파트너스는 지난해 MG손해보험 자본확충과 KDB생명 인수로 이름 알린 PEF로, 이종철 전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 대표가 이끌고 있다. 코차이나는 홍콩 최대 한상(재외 동포 경제인) 기업으로 홍콩 현지에서 물류·운송·창고보관업을 영위한다.
에어프레미아는 투자금을 조달한 만큼 시급히 운항증명(AOC)을 취득하고 항공기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동남아·일본 위주 단기 노선에 특화된 기존 LCC와 달리 미주 등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하이브리드 서비스 캐리어’(HSC·Hybrid Service Carrier)를 사업 모델로 설정해, B787 기종을 5년 내 1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는 2019년 3월 신규면허 취득 당시 HSC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같은 해 항공기 도입 기종과 운용 방식 등을 놓고 기존 김종철 대표와 투자자 간 갈등이 불거져 대표이사 변경 절차를 밟았다. 이후 새 경영진을 꾸려 AOC 절차를 밟았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예정이던 항공기 도입도 제작사 보잉의 코로나 사태에 따른 공장 폐쇄로 완료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감안해 올 3월까지의 취항 조건을 올 12월 31일까지로 변경했다. 에어프레미아는 간신히 항공 면허를 지켰지만 취항 지연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JC파트너스-코차이나 컨소시엄이 대주주로 합류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FSC나 LCC 대비 합리적 가격에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에어프레미아의 HSC 전략이 높은 평가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가 올 상반기 내 들여올 보잉787-9 기종은 운항거리가 9700~1만 5000km로 미주노선을 비롯해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LCC보다 좌석 면적을 넓히고 FSC보다는 가격은 낮춰 경쟁력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물류와의 시너지도 투자 요인이다. 보잉787-9는 1대당 18.5톤을 적재할 수 있어 여객 수요 하락 시의 손실을 화물운송으로 상쇄할 수 있다. 특히 대주주가 된 코차이나는 전국 2500여 개 기업고객을 보유하는 등 B2B 네트워크 역량이 상당하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사업 비중을 여객운송에만 두면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위기가 있을 수 있기에 다른 항공사들도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며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여객 대신 화물 수송을 늘리는 ‘피보팅(사업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으로 흑자를 냈다. 사모펀드가 물류업체와 함께 항공업체를 인수했다는 것은 그런 모델을 답습하려는 것”으로 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도 “항공업계 업황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물사업이 전망이 좋다. 의료품과 반도체 등 물동량이 많기 때문”이라며 “에어프레미아도 초기 화물로 사업하다가 코로나가 안정되면 여객 쪽으로도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LCC 업계의 구조조정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타사의 좋은 노선과 슬롯(공항 이착륙 시간대)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아직 항공기가 도입되지 않아 리스비용이 들어가지 않은 점도 투자 매력도를 오히려 높였다는 평가다. 체불임금 등 상당 규모 채무를 보유한 이스타항공과 달리 에어프레미아는 사업면허만 받았고 중장거리 위주 장기적인 사업 계획도 마련됐으니 AOC만 거치면 아무런 빚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보다 긍정적이라는 업계 전언이다.
에어프레미아가 글로벌 물류기업 코차이나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향후 행보와 전망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올해 1월 초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저비용항공사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섞인 주주단, 장기 출혈 감수할까
에어프레미아가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우선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항공업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도 필수다. 허희영 교수는 “그간 제조항공 등 후발업체들은 시장에 자리 잡기까지 3~5년까지 출혈을 감수했다. 그렇게 자금력을 계속 댈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장거리 노선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이지만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 장거리 노선은 LCC처럼 특정한 국가만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구조가 아니라 노선을 엮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A 국가에 가서 여객과 화물을 다시 내려놓고 B 국가에 가서 환승하는 등 다른 노선들을 개선할 때 시너지가 많이 난다”고 했다.
특성상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한계는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이와 관련, 항공 담당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차이나라는 SI(전략적 투자자)와 FI(재무적 투자자)가 함께 인수하는데, 사업이 잘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양사간 이해관계 차이에 따른 분쟁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라고 했다.
HSC 모델은 고정비가 많이 들어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LCC보다 항공기가 큰 만큼 고정비는 많이 드는데, 시장 경쟁력을 갖추려면 FSC의 노선 좌석 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 LCC보다도 넓은 좌석들로 배치하려면 한 항공기당 만들어낼 수 있는 좌석수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초기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싼값에 티켓을 팔면 반짝 수요가 생길 수 있지만, 중장기노선을 독점하고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법인의 마케팅과 편의서비스, 마일리지 서비스에 따른 ‘락인(Lock-in·사용자를 묶어두는 것)’ 전략 등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앞서의 연구원은 “수요 예측을 잘못해 예약률이 적거나 계절적 요인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할 때마다 고정비는 많이 드는데 수익은 없어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장기 노선을 개척했던 해외 LCC 중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엑스처럼 살아남은 케이스는 있지만 성공했다 할 만한 사례는 적어 에어프레미아도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항공업이 어려운 가운데 투자한 건 우리 회사의 미래를 밝게 본다는 것으로 경영권 분쟁 등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엑스 등과 우리는 마케팅 포인트가 다르다. 우린 FSC와 LCC 모든 회사의 장점을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여태 글로벌 시장에서 시도해보지 않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