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대한항공 산하 LCC 3사 통합 예고…기존 LCC들 제각각 생존 모색 고민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이 법원 문턱을 넘으며 이들 항공사 산하 저비용항공(LCC) 3사의 통합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에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LCC업계는 각자도생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김포공항의 국내선 출국장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KDB산업은행과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지난 11월 16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사실을 밝히며 LCC 개편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한진 측에서 3사를 단계적으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고, 국토부는 “통합 FSC(대형항공사)는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집중해 운영하고 통합 LCC는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새롭게 영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유증 불참했는데 중심에 설 수 있을까
부산시와 지역 재계는 ‘지역 항공사’ 에어부산이 포함되는 통합 LCC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2대주주인 부산시가 최근 유상증자에 불참한 상황이지만, LCC 3사 통합 논의의 중심에 에어부산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합 LCC는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떠오른 가덕도 신공항(동남권 신공항) 이슈와도 엮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지난 9월 28일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89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상반기 영업손실 899억 원, 단기순손실 1056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에어부산은 지난 3분기 기준 부채비율 4584.3%, 자본잠식률 59.02%를 기록했다. 연말 사업보고서상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만큼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은 300억 원을 출자해 에어부산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그러나 에어부산 지분 4.82%를 보유한 2대주주 부산시는 이번 유상증자에 불참했다. 행정안정부의 답변에 따라 추가 출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11월 12일 일찌감치 신주인수권도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부산시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지역 차원의 에어부산 지원을 강조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지원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이, 부산 지역 재계와 시민단체는 LCC 3사 통합의 중심을 에어부산으로 가져오고 지역항공사를 지켜내기 위해 11월 18일과 25일 두 차례 성명서를 내고 ‘에어부산 주식 갖기 범시민 운동’을 전개하는 등 노력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산시는 11월 26일 뒤늦게 지역주주 간담회를 개최하고 에어부산 지원과 LCC 3사 통합에 대한 지역 여론 반영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시는 “향후 다각적 검토를 거쳐 추가 출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통합 LCC 본사를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해 국토부, 산은 등과 협의를 추진키로 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비해 부산을 거점으로 한 항공사 육성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며 “총력을 다해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합 LCC’ 등장 예고에 고민도 방안도 제각각
통합 LCC의 등장이 예고되면서 나머지 기존 LCC도 생존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모회사 AK홀딩스의 연대보증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강원도의 지원이 물 건너간 플라이강원은 취항 1주년을 맞아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며 도약의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반면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는 항공운항증명조차 받지 못한 채 정부의 산업재편을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는 모양새다.
제주항공은 최근 지분 53.3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모회사 AK홀딩스의 연대보증을 통해 정부 지원금 조달에 물꼬를 텄다. 제주항공은 지난 11월 26일 사모채를 발행해 정부가 지원키로 한 2000억 원 가운데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300억 원을 조달했다. 정부는 추후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14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고, 추가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3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 692억 원, 당기순손실 659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 2분기(영업손실 847억 원, 당기순손실 1006억 원)에 비해 적자폭을 줄였다.
한편에서는 이미 두 차례 타 항공사 인수를 시도했다 포기한 제주항공이 추가 M&A(인수합병)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지난 7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이후에도 분리매각 가능성이 언급됐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에 대한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플라이강원은 최근 강원도의 지원이 도의회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적극적인 경영을 통한 사업 확장과 매출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는 내년도 예산으로 플라이강원에 대해 운항장려금 60억 원을 지원하려했으나 지난 11월 24일 강원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그러나 플라이강원은 지난 11월 30일 사업계획 설명회에서 관광 융합형 항공사(TCC‧Tourism Convergence Carrie) 사업모델 전략을 적극 추진해 오는 2023년 1조 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선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3월 나란히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한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아직 정부의 항공운항증명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 재편에 나선 정부가 신규 항공사를 투입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앞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이 무산되자 국토부의 면허 남발에 따른 공급과잉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생 LCC들이 올해 상반기 이미 준비를 다 끝내놓고도 첫 취항조차 못한 채 국토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마음은 급하지만 정부가 나서 산업을 재편 중인 현 상황에서 항공사가 의견을 개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정부의 항공운항증명 발급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청주를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지역 정치권이 나서 항공운항증명 발급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면허취소 위기를 겪었던 에어프레미아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비행기가 도입되어야 현장검사를 할 수 있어 타사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내년 상반기 첫 취항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LCC 3사 통합에 따른 시장 독점 및 과잉경쟁 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 타 LCC들과 달리 중장거리 위주로 운항하기 때문에 시장이 달라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