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로 드러난 ‘외할머니’ 완강한 부인에 수사 난항…경찰, 프로파일러 투입해 자백 유도
지난 2월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얼굴이 공개됐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채널
14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A 씨(48, 구속)가 출산 및 신생아 바꿔치기한 것은 물론 출산 사실도 부인함에 따라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했다. A 씨가 자신의 출산 사실을 인정하고 자세한 범행 경위를 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석씨의 자백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밝히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출생 직후 바꿔치기 된 것으로 보이는 다른 3세 아동의 행방을 찾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숨졌을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2년 사이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도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A 씨가 출산 과정에서 병원을 다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그가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민간 산파와 위탁모를 찾기 위해 구미시에 협조도 요청했다.
앞서 지난 2월 10일 구미시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돼 당시 친모로 알려졌던 B 씨(22)가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B 씨가 숨진 여아를 키우다가 재혼 등 이유로 여아를 집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10대 후반에 집을 나가 동거하면서 부모와 사실상 인연을 끊은 사이였다고 한다. 같은 빌라의 2층과 3층에 살았지만, 왕래가 없었고 B 씨가 지난해 8월 초 3세 여아를 놔두고 이사한 지 6개월 만에 건물주 요청에 따라 부모가 지난 2월 10일 찾아갔다가 숨진 여아를 발견했다.
지난 2월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얼굴이 공개됐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채널
그런데 사건 발생 한 달가량이 지난 뒤 경찰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 B 씨가 아닌 B 씨의 어머니 A 씨가 친모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가 딸 B 씨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 뒤 딸이 낳은 아이와 몰래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해 지난 3월 11일 구속했다. 그러나 A 씨는 검거 후 “내 딸이 낳은 딸이 맞다” “나는 딸을 낳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 A 씨와 외할아버지는 초혼이며 결혼 후 지금까지 계속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A 씨가 이혼 후 최근 재혼했다’는 등의 루머는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A씨가 어떻게 남편에게 10개월이나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길 수 있었나’ 등의 의문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최근 숨진 3세 여아의 얼굴도 공개됐다. 지난 13일 MBC ‘실화탐사대’는 유튜브 채널에 ‘구미 3세 여아 사건 제보를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과 함께 아이의 생전 사진을 게시했다. 앞서 입양 후 부모의 학대로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도 피해 아동의 얼굴이 공개된 후 제보 등을 통해 고의 살인 정황이 밝혀진 바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