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엔터기업에서 벌어지는 ‘중국 문화침탈 지원’…“대형 투자 없는데 어떡하나” 업계선 볼멘소리도
tvn 토일 트라마 ‘빈센조’에 등장한 중국 기업 즈하이궈의 비빔밥 제품. 사진=‘빈센조’ 캡처
지난 14일 방영한 ‘빈센조’ 8화에서는 중국산 비빔밥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홍차영(전여빈 분)이 빈센조(송중기)에게 비빔밥 도시락을 건네는 장면에서 중국어와 한글이 함께 표기된 중국산 비빔밥 제품이 사용된 것이다.
대중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곧바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타고 “중국 자본의 한국 연예계 침투가 아주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조롱 섞인 비난과 “마라탕이나 훠궈까지는 참아줄 수 있지만 한국 음식까지 중국 제품을 쓸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훠궈가 언급된 이유는 지난 2월 종영된 tvN의 수목 드라마 ‘여신강림’에 사용된 중국 PPL 때문이다. 당시 ‘여신강림’에는 한국 학생들이 한국 편의점에서 중국산 인스턴트 훠궈 제품을 사먹는 장면이 나와 시청자들의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여신강림’의 훠궈 제품은 ‘빈센조’의 비빔밥과 같은 중국 기업 즈하이궈의 제품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여신강림’은 버스 정류장에 중국 브랜드 ‘징둥’의 광고 포스터가 나오는 등 과도한 중국 PPL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나 제작사 모두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논란을 슬그머니 넘어가기도 했다.
tvN 수목 드라마 ‘여신강림’에서도 ‘빈센조’와 마찬가지로 즈하이궈의 인스턴트 훠궈 제품이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등장으로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사진=‘여신강림’ 캡처
이런 가운데 ‘빈센조’에서 등장한 중국 PPL을 두고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더 큰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 비빔밥이 한국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로 표기된 중국 제품을 드라마에 사용함으로써 해외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
‘빈센조’에 사용된 비빔밥 제품은 청정원과 중국 기업 즈하이궈의 협업에 따라 중국 내수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내에서는 ‘한국식 (재료명) 비빔밥’이라는 이름으로 홍보 및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대중들은 이 점도 지적하며 “비빔밥이 애초에 한국 음식인데 ‘한국식’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초밥집에서 일본식 초밥, 중국집에서 중국식 마라탕이라고 표기하는 것 봤냐. 왜 한국만 한국 음식을 한국식이라고 표기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중국은 자국 내에서 한국 기업이 김치를 판매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파오차이’(중국에서 채소절임류를 통칭하는 말)라고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강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김치 제품을 ‘김치’라고 전면 표기할 수 없고 ‘한국식 파오차이’로 표기한 뒤 영어로 작게 ‘Kimchi’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수출 중이다.
이처럼 이미 김치까지 중국이 흡수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시청자들에게 단기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드라마에서조차 사실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한국 문화 침탈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한국의 전통 문화부터 음식, 한복은 물론 K팝과 드라마, 영화를 아우르는 연예계 전반을 두고 “중국 문화의 한 갈래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중국의 주장에 한국 방송연예계가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대중들이 분노를 터뜨리는 이유다.
결은 다르지만 ‘빈센조’의 전작이자 중국 작품을 리메이크한 ‘철인왕후’도 혐한과 역사 왜곡 등의 논란이 일었다. 사진=‘철인왕후’ 캡처
대중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최근 이와 비슷한 사건사고가 불거진 것이 전부 tvN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빈센조’에 앞서 ‘여신강림’은 물론, 결은 다르지만 ‘철인왕후’ 역시 중국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조선 역사에 대한 왜곡과 폄훼, 원작 작가의 혐한 성향 등으로 큰 논란을 낳은 바 있다.
tvN은 국내 엔터사업 전반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CJ ENM 산하의 방송사다. 그 덩치와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CJ ENM이 이처럼 중국 자본을 받아들일수록 국내 연예계도 중국에 종속되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한 엔터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PPL이 그렇지만 중국의 경우는 협찬 요구가 좀 더 많고 까다로운 편이다. 아무래도 중국어가 적힌 제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경에 녹일 수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제품명을 드러내고 끼워넣으라는 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한령으로 잠시 주춤했다곤 하지만 최근 2~3년 동안 중국 대기업이 한국 엔터사, 영화·드라마 제작사, 게임업계까지 통틀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 방송연예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서 형편이 좋지 않아 이런 대형 투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국내 대중들의 지적이나 비판을 이해하지만 현 상황에선 그것이 덫이라 해도 따질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