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서 주춤…‘가랑비냐 장마냐’
▲ 지식인 등 쌍방향 검색 서비스를 선보여 국내 인터넷 포털 1위에 등극한 네이버가 스마트폰에서는 그 위력을 제대로 떨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에서 네이버는 초기 화면 로딩 속도가 구글·야후보다 늦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이후 NHN의 질주는 무서울 정도였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2008년부터 70%를 넘나들며 국내 포털을 지배해왔다. 검색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유저들이 처음 띄우는 검색창이 대부분 네이버 초기화면이라는 것을 뜻하고 이는 곧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
지난 10월 21일 한국광고주협회가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 발표한 ‘2010년 미디어리서치’ 결과를 보면 현재 네이버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네이버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 부문에서 9.7%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위로는 KBS(33.3%)와 MBC(24.8%)뿐이었다.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 부문에서도 네이버는 8.8%를 얻어 KBS(53.9%)와 MBC(22.6%)의 뒤를 이었다. 신문매체는 물론 방송사인 SBS를 제친 것만 봐도 네이버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된다. 또 지난 10월 26일에는 MBC의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광고가 네이버 메인 화면에 등장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네이버가 언론매체와 언론사마저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말은 언론계에선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네이버 측은 이런 평가를 대단히 부담스러워한다. 네이버 측은 “정해진 필진도 없고 매체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매체가 아니라 정보가 오가는 정보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언론이냐 아니냐’라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네이버가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메인 화면을 비롯한 뉴스 배치와 다양한 여론 수렴(poll)을 통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는 “취사선택이 전적으로 해당 언론사에 달렸다고 하지만 기사 배치는 네이버 측이 하기 때문에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남아공월드컵 때 네이버는 또 하나 놀라운 서비스를 실시했다. 남아공월드컵 전 경기를 고화질로 생중계한 것이다. 웬만한 TV보다 화질이 좋았던 이 서비스는 노트북만 있어도 볼 수 있을 만큼 장소에 대한 제약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새벽시간에 하는 경기를 자기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서비스였다. 그동안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 국내 스포츠를 ‘고화질 생중계’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네이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유럽축구연맹(UEFA) 2010~2011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고화질로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때문에 놓치기 십상이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일반인들이 자기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NHN과 네이버의 영역 확장은 거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의 미래에 구름이 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그동안 숨 막히게 달려오던 성장세가 꺾였다. NHN의 게임부문 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으며 배너 광고 실적도 시원치 않다. 이 때문인지 지난 3분기 NHN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08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다.
NHN의 새로운 수익모델이었던 해외사업도 지지부진하다. 특히 해외사업 중 가장 주력하는 ‘네이버재팬’의 경우 쉽사리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내 7위 포털업체인 라이브도어를 인수해 네이버재팬의 재도약을 계획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0월 28일 김상헌 NHN 대표가 네이버재팬의 가파른 성장을 자신했지만 일본 시장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NHN은 타이완에서 펼치던 사업을 접은 바 있으며 중국의 게임 포털사인 ‘아워게임 에셋츠’에 투자한 지분(55%)도 얼마 전 전부 매각하고 중국에서 철수했다.
국내에서도 NHN은 주춤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 수년간 70%를 지켜냈던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한때 60% 초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같이 된 데는 검색이 복잡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해석된다. 특히 기사 검색에서 복잡성이 두드러진다. 네이버는 오른쪽에 별도 툴을 만들어 기사 정렬과 기자명 검색을 유저가 따로 입력해 이용하도록 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해당 기사나 게시글 댓글 등을 숨기거나 심지어 삭제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블라인드 처리된 글들은 네이버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종종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엄정한 어뷰징(Abusing, 클릭수 조작 행위 등) 원칙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인기가 네이버에 타격을 주었다는 평가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최초 검색엔진을 네이버가 아닌 다른 것을 사용하고 이것이 컴퓨터 사용 영역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먼저 국내 누적 판매 대수 100만 대를 돌파한 갤럭시S 등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들은 출시될 때 최초 검색엔진이 구글로 돼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아이폰의 경우는 플래시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네이버를 검색엔진으로 설정한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다. 물론 이는 네이버 탓이 아니라 아이폰을 제조, 판매하는 애플 탓이기에 최초 검색엔진을 구글로 설정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다만 구글의 경우 초기화면에서 네이버보다 플래시를 덜 사용한다. 그만큼 네이버 초기화면에 플래시 광고가 많다는 것이다. 컴퓨터에서도 광고가 별로 없는 구글 유저가 늘어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초기화면부터 늦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구글이나 야후를 쓰는 유저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출시된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 PC 사용자가 늘어날 경우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라는 구글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네이버를 이기지 못하는데 그만큼 네이버가 우리나라 실정과 정서에 맞도록 특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네이버가 스마트폰에서는 컴퓨터 사용자만큼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특화된 서비스로 급성장해 온 네이버가 변화된 시장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임준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