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연장되면 나라 망해…보궐선거 승리-야권 통합-정권교체로 나아갈 것”
3월 15일 오후 국민의당 당사에서 일요신문과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이종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연장을 한다면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면서 “대선을 준비하던 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몸을 던져 ‘더 큰 2번’, 즉 야권통합을 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최종 목표는 1번이 되는 것”이라면서 “야권이 ‘더 큰 2번’이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다음 대선엔 아예 비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야권 통합을 거쳐 정권교체까지 이뤄내는 순서를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 안 후보는 “(윤 전 총장이 정치에 입문한다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똑같이 겪지 않도록 힘을 싣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망론’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였다. 안 후보는 윤 전 총장과 최근 연락한 적이 있는지 묻자 아무 말 없이 웃음으로 답했다.
일요신문은 3월 15일 오후 4시 40분 국민의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가벼운 질문부터 하겠다. 그간 정치권에서 ‘안초딩’이란 별명을 얻었다. 2021년 이 별명을 바라보는 안철수의 답변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초딩이 아니다(웃음). 나는 의사다. 혼자 독학해서 V3 백신을 만들었다. 벤처기업 경영에 성공한 경험도 있다. 서울대학교 교수 겸 대학원장을 지냈다. 학교도 미국에서 나왔다. 누가 나를 초딩이라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젖먹이’ 정도 수준의 분이 그런 공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왜 이런 별명을 얻었다고 보나.
“원래 정치권이 가장 잘하는 게 이미지 공격이다. 새로 등장한 사람이 대중의 호감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현역 정치인 가운데 이미지 공격을 가장 많이 받은 게 나다. 2012년 대선 때는 국정원 댓글공작에 제일 많이 당했고, 2017년엔 드루킹 댓글공작을 당했다. 나에 대한 좋지 않은 뉴스만 ‘많이 본 뉴스’로 올라왔다. 한국인이 보는 모든 뉴스와 댓글을 조작한 두 사건 모두 타깃을 안철수로 잡았다. 이미지 공격에 굴하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 세 번째 도전이다.
“나라를 살리려고 나왔다. 모두 알다시피 나는 대선을 준비했던 사람이다. 대통령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 서울시장 바뀐다고 나라가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나라를 살리는 초석이 될 수 있는 선거라고 봤다. 그래서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가 그만큼 특별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 바로 앞에 있다. 여기서 야권의 비전이 흐릿해지면 그 다음 펼쳐질 대선은 비전 자체가 없다. 많은 분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지면 안철수가 대선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소용없다’고 말해줬다. 유권자들은 누군가가 등장해 명확하게 야권 교통정리를 원했다. 대선에 나가게 되면 내가 아니더라도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하는 데 밀알이 될 각오가 돼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한 몸을 던져서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싶다. 그래야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게 된다.”
2014년 나란히 앉아 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사진=이종현 기자
―정치인생에서 세 번째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 서 있다. 지난 두 차례 단일화와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
“정치를 시작할 땐 정치와 사람을 너무 선의로만 대했다. 내가 선의로 대했던 이들에 대한 정체를 알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는 단일화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보를 했고, 나는 1년 더 서울대 대학원에서 일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단일화 이후 문재인 후보가 패했다. 그런데 ‘도와주지 않아서 졌다’면서 책임을 내게 덮어 씌웠다. 전 세계 정치사를 훑어봐도 도와주지 않아서 진 후보가 어딨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만들어서 은혜를 원수로 갚는 모습을 봤다.”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현 여권 핵심 인물들과 힘을 합쳤던 사람이 야권 통합후보로 설득력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 부분은 국민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2015년 내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나는 그때부터 소위 ‘진보’라고 하는 현 정부 인사들의 정체를 낱낱이 파악했다. 창당 이후 가장 최전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투쟁한 사람이 나다. 지금 목표도 문재인 정권 연장 저지다. 현 정부가 정권을 연장하는 건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내 모든 걸 던져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정부에 대립각을 세웠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치권은 안철수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제3지대’를 꼽는다.
“제3지대라고 하지만, 나는 내 정치를 제3지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같은 정부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나는 제3지대가 아니라 더 큰 2번을 만들려 한다. 덩치만 큰 2번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2번 말이다. 정의감을 가진 많은 분을 통합할 자신이 있다. 그리고 최종적인 목표는 ‘더 큰 2번’을 1번으로 만드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연대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진=박은숙 기자
―현 정부와 전 정부 모두에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공통점이 부각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나는 생각이 똑같다. 옳은 건 옳고, 그른 건 그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판단 기준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가 판단 기준이다. 살인자라도 우리 편이면 괜찮고, 이순신 장군이라도 저쪽 편이면 ‘적폐’라고 하는 게 한국 정치다. 이런 정치 구조에 대해 나와 윤 전 총장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추후 윤 전 총장과 연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나왔겠나. 정권교체하러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에서 정치에 안착하는 과정을 넘어 정권교체를 하는 데까지도 힘을 싣겠다. 내 모든 경험을 동원해 윤 전 총장을 도울 생각이다. 그동안 내가 정치권에 입성한 뒤 겪은 시행착오를 윤 전 총장이 똑같이 겪지 않도록 돕고 싶다. 그리고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싣겠다.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한다. 야권을 통합하고 윤 전 총장을 도와드리는 순서로 가겠다.”
―최근 윤 전 총장과 통화나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한 적 있나
“…(웃음)”
―야권 통합 이후 정권교체는 ‘반문 빅텐트’를 일컫는다고 봐도 될까
“아니다. 반문 빅텐트라 부를 수 없다. 반문이라고 하면 누구를 반대하는 것 아니냐. 야권 통합은 공정, 민주주의, 법치주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게 왜 반문 모임이냐고 반문하고 싶다(웃음).”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반문 빅텐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V3 개발자’ 안철수가 꼽는 한국 정치 3대 바이러스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부정부패 바이러스다. 한국 정치는 선거에서 이기면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한다. 두 번째는 패거리정치 바이러스다. 심하게 말하면 조폭 바이러스다. 옳고 그름이 아닌 ‘네편 내편’으로 편을 가른다. 우리 편이면 살인자도 보호해야 한다는 식이다. 셋째는 국민 위에 왕처럼 군림하는 바이러스다. 위에서 자신의 권리만 행사하고 국민 민생을 살피는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이 있나.
“내가 정치 입문할 때부터 말했던 ‘새정치’가 바로 그 백신이다. 앞서 언급한 3가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게 내가 말해온 새정치의 정체다. 새정치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는 분들은 기득권 정치 논리로 내가 내세운 가치를 폄훼한다. 10년이 지난 시점에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게 한국 정치의 불행이다.”
※ [인터뷰] ‘단일화 외나무다리’ 안철수②로 이어집니다 |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