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격 벗어나 ‘치외법권’ 지역으로…한미연합사 위치한 안보의 심장 뻥 뚫린 셈
용산 미군기지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용산 미군기지는 주한 미군 핵심 기지였다. 주력 부대인 미8군이 주둔했었다. 지금은 미8군이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넓은 부지에 한미연합사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는 서울시에 반환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받은 뒤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곳은 여전히 치외법권이 행사되는 ‘미국 영토’ 개념으로 남아 있는 토지다. 엄밀하게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장기 임대를 해준 곳이다. 광복 이후 주한미군 사령부와 미8군 사령부가 주둔해 ‘용산 합중국’, ‘용산 공화국’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미지의 땅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공식적으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주소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2월 20일 택시 한 대가 경찰 추격을 받다가 용산 미군기지 13번 게이트로 들어갔다”고 했다. 제보자는 “택시가 역방으로 미군기지 내로 진입했고 경찰은 ‘치외법권’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했다. 이 택시는 안양 소재 택시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소식통도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취재결과 이 택시는 용산 미군기지 출입 권한이 있는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미군기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만약 비표가 있는 차량이라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게이트로 들어가면 된다”면서 “이 사건의 경우엔 택시가 경찰에게 추격받던 찰나에 미군기지 게이트로 진입해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출입증이 있는 택시라면 그간 용산 미군기지를 드나들면서 경계망의 허술한 부분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위급한 상황이 닥치자 그간 자신이 모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용산 미군기지 허점을 파고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용산 미군기지를 드나들며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예비역 군인은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 미8군 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한 뒤로 ‘노는 땅’이 많아졌다”면서 “여기다 군 조직은 한미연합사령부만 남아있는 용산 미군기지의 경계 시스템이 예전만큼 ‘철통 보안’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한 안보단체 관계자는 “용산 미군기지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있고, 바로 옆엔 국방부를 맞대고 있는 안보의 심장”이라면서 “단순한 사건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경찰의 추격을 피해 용산 미군기지로 민간인이 무단침입한 것은 상당히 큰 사고”라고 했다.
제보자는 “택시의 무단침입과 관련해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여전히 많다”면서 “이 택시가 역방향으로 출입할 수 있었던 배경, 택시가 미군기지 내에서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 여부는 미군 측 협조가 없다면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부분”이라고 했다.
취재에 따르면 이 택시는 용산 미군기지 13번 게이트를 통해 들어가 3번 게이트를 통해 유유히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