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지시…검찰 내부 “선거 앞두고 적폐로 몰려는 것” 부글
법무부는 추가적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 감찰부 합동 감찰을 통해, 당시 수사팀의 잘못됐던 부분들은 찾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적절한 수사관행 및 해당 사건 관련 민원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전반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범계 장관도 추미애 전 장관과 다를 게 없다’는 반발심이 상당하다. 특히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10 대 2(2명 기권)의 압도적 의견으로 불기소 결정이 됐는데 왜 ‘절차적 정의를 문제 삼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의 모해위증 의혹이 제기된 재소자를 무혐의 처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수사권 지휘는 대검 부장 간부회의를 통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사건을 재심의 하라는 것이었다. 수사 지휘 내용에 따라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검사들의 손’에서 사건을 기소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 대목이다.
하지만 조남관 대검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여기서 ‘변칙’을 가했다. 전국 고검장급들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회의를 확대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우회 반발이었다. 그리고 19일 열린 13시간 30분의 마라톤 회의 끝에, 불기소 의견 10명, 기소 의견 2명, 기권 2명의 다수결 투표로 기존 검찰의 결정인 불기소 처분으로 뜻을 모았다.
박 장관의 희망과 달리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놓으면서 박 장관은 ‘아쉬움’을 표명했다. 22일 오후 박 장관은 법무부 간부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불기소 결정을 내리라는) 취지로 내린 수사지휘권이 아니었다”며 검찰 결론과는 별개로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다시 판단해보라는 취지는 최소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협의체에서 사건 내용을 철저히 파악하고 담당 검사 의견을 진중하게 청취한 후 치열하게 논의해 결론을 내려달라는 것이었다”고 전제했다.
또 해당 수사 검사가 회의에 증인으로 참석한 것 등을 문제 삼으며 “검찰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향후 시민통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재소자들을 소환해 증언 연습을 시킨 것이 아닌지 의문을 품기에 충분한 정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회의 직후 비공개로 하기로 했던 불기소, 기소 의견 여부 등이 언론에 곧바로 노출된 것 등도 문제 삼으며 대검을 압박했다.
박 장관이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당일 대검 회의에 과거 재소자를 조사한 엄희준 부장검사가 출석한 일, 논의 결과가 특정 언론에 유출된 일 등이다.
하지만 대검 안팎에서는 불만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대검 부장들의 회의에 고검장까지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박범계 장관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며 “다수결로 갔을 때 당연히 친정부 검사들보다 보통의 검사들이 많고 다수결에서 불기소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이제 와서 불기소 처분에 대해 ‘왜 수사지휘를 따르지 않았냐’고 비판하는 것은 박 장관이 직권남용으로 처벌 받을 것을 고려해 검사들의 손을 빌어 결정하면서, 회의 과정을 문제 삼아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사건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월 22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간부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불기소 결정을 내리라는) 취지로 내린 수사지휘권이 아니었다”며 검찰 결론과는 별개로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대검 역시 즉각 반발했다. 회의 진행 과정에 대해 박 장관이 문제 삼는 것에 대해 “법무부가 요청하면 (회의) 녹취로 전체 또는 일부를 제출하겠다. 수사팀 검사 참석은 중요 참고인인 한 아무개 씨(재소자) 진술의 신빙성을 정확히 판단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함이었고, 감찰부장을 비롯한 다른 위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실제 대검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제7조 제2항에 따르면, 안건과 관련된 검사가 회의에 배석할 수 있다. 검사들 대다수가 ‘문제가 전혀 없던 회의를 트집잡는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박범계 장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드러났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박 장관은 검찰 결론과는 별개로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수사 공정성에 시비를 야기할 수 있는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합동감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합동감찰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 구성원이 참여해 진행된다. 대검 감찰부는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한동수 감찰부장이 이끌고 있어, 박범계 장관의 법무부와 함께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등이 감찰 대상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2010~2011년 위 사건의 수사 및 공판과정 전반은 물론 지난해 위 사건 관련 민원의 배당, 조사, 의사결정, 그 이후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처리 과정 전반에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 볼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번 합동감찰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관행을 과감히 개선함은 물론, 사건 배당·수사·공판 등 검찰업무 전반에 있어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검사는 “검사는 수사를 할 때 의심이 가는 대목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집중할 뿐인데, ‘우리 편 정치인’을 수사할 때 진술을 받아내려고 했다는 것을 문제 삼는 감찰을 한다면 수사기관들한테 ‘우리 편 정치인 수사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보궐선거를 앞두고 검찰개혁이라고 하는 적폐몰이를 또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