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김 양, 룸메이트에 ‘뒷담화’ 이유 집단 괴롭힘 당해…서당 측 “책임 통감, 수사 지켜 봐야”
관물대 문에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이 빼곡히 적혀 있다. 지리산 청학동 한 기숙형 서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인성과 예절을 가르친다는 이곳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폭력이 자행됐다.
집단폭력을 당한 김 양 관물대에 빼곡히 적힌 욕설. 사진=김 양 어머니 제공
김 씨는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단체 생활이 아이의 인성발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서당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면서 “지리산 기숙사 서당에서 자라면 자연에서 뛰놀면서 인성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고 아이도 좋아해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씨는 그렇게 아이를 서당에 보내고 난 뒤 크고 작은 다툼이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애들이 커가면서 으레 있는 일 정도로 생각했다. 김 씨는 “지난 2월 5일 한 통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서당과 원장을 굳게 믿었다”고 말했다. 그날 김 양이 다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은 김 씨에게 “아이를 집으로 휴가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얼마 뒤 이번에는 김 양 기숙사 서당에서 전화가 왔다. 김 양과 같은 방을 쓰는 언니 두 명과 동급생 한 명이 김 양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괴롭힌 내용이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변기통에 머리를 세 차례 이상 넣고 고문에 가까운 구타 및 괴롭힘을 했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전화를 받기 얼마 전 교정기를 고정하는 고무줄이 끊어졌다는 얘기를 듣고도 뭘 먹다 그랬으려니 했는데 생각해보니 괴롭힘 때문 아닌가 싶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생각이 맞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가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보다 그 내용의 잔혹성에 너무 큰 충격에 빠졌다. 김 씨는 남편과 상의 후 그곳에 김 양을 혼자 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서당에도 “애를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집에 데려온 아이는 온몸에 멍이나 상처가 가득했다. 아이는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병원을 돌며 김 양의 진단서를 떼기 시작했다. 정형외과에서는 ‘다발성 좌상’, 피부과에서는 ‘자극에 의한 접촉 피부염’, 신경외과에서는 ‘경추의 염좌’, 안과에서는 ‘결막염’ 등의 소견을 받았다. 김 양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몇몇 단어에서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집으로 데려온 김 양 몸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사진=김 양 어머니 제공
이후 학교에서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려 조사가 시작됐고 서당에서도 자체 조사를 했다. 경찰에서도 서당과 가해 학생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현재 피해 학생은 한 차례 조사를 받은 상태고 또 한 번의 추가 조사가 예정돼 있다.
학교 측 교사가 상담한 내용에 따르면 김 양은 지난 2월 초부터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 1월 방을 옮긴 뒤 같은 방을 쓰는 세 명이 괴롭혔기 때문이다. 김 양의 심리지원을 추천한다는 문서에서 학교 교사는 “2월 4일 졸업을 앞두고 걱정이 돼 상담을 했더니 세 명에게 지속적인 신체적 정서적 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김 양은 점점 폭력 수위가 높아져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음에도 협박 등으로 인해 폭력 상황을 알리지 못했다.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상처가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이 말이 엇갈리는 부분은 있지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올라온 안건 가운데 대체로 가해자들도 시인한 부분은 이렇다.
지난 1월 김 양이 뒷담화하고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세 명의 가해자는 지속적으로 폭력을 일삼았다. 1월 말 여러 차례에 걸쳐 어깨를 치거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허벅지, 무릎, 배 등을 발로 차거나 등 위로 올라가 온몸을 때렸다.
1월 31일 밤 이들은 방에서 심심하고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김 양 머리채를 잡아 뒤로 꺾으면서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넣으라고 요구했다. 김 양이 거부하자 머리를 눌러 변기에 넣었다. 이들은 변기에 손가락질하면서 ‘잠수’라고 외쳤고 김 양을 잠수부라 부르며 변기에 들어가게 했다.
2월이 되면서 수위는 점점 강해져갔다. 화장실 변기에 50초 이상 머리를 넣게 하고 변기 물과 세제를 먹게 했고 화장실 변기 닦는 솔과 샴푸로 양치하게 하면서 목구멍 끝까지 그 칫솔을 넣게 했다. 의견서에 ‘변기 닦는 칫솔’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원래 양치용 칫솔이나 낡아서 변기 등을 닦는 데 사용하던 칫솔을 가해자들이 김 양을 괴롭힐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변기에 세 차례 이상 얼굴을 넣게 한 건 가해자들도 시인한 부분이다.
2월 3일은 옷을 다 벗긴 상태로 온몸의 민감한 부분을 주무르거나 때리고 비틀어댔다. 2월 5일 학교 측에서 ‘김 양 상태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전달하자 서당 측에서도 가해자들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2월 5일 이들은 관물대 문에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적었다. 김 양 말에 따르면 그날도 폭행은 계속됐다. 김 씨는 “딸이 관물대에 욕이 적혀 있었다면서 ‘가해자 애들이 어머니가 신고했다고 해서 어머니 욕도 적혀 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서당 원장에게 요청해 관물대 사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당에서는 이들 가운데 두 명을 퇴교 조치했다고 한다. 다만 학교 측 처벌은 5일 학교 등교 정지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끝났다. 김 양 부모는 법을 통해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씨는 “잘못을 했으면 처벌을 받는다는 걸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당 원장은 “서당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폭력의 수위가 변명이 불가능할 정도다. 내가 교육을 잘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방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CCTV를 달아놓을 수도 없고 소상히 알 수는 없다. 또한 수사 중인 사안이고 피해학생이 뒷담화를 했다는 얘기도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이 정도 폭력 수위에서 뒷담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를 묻는 게 황당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