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잡은 NDFC 기술에 기대감? “0.00001% 오차 이유 ‘출산 부인’ 차단 목적”
5번째 DNA 검사에는 대검찰청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가 나선다. 사진=최준필 기자
석 씨에 대한 5번째 DNA 검사에는 대검찰청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가 나선다. 대검찰청 소속 감정기관인 NDFC는 국과수와 마찬가지로 과학 수사기관이다. NDFC는 1968년 과학수사에 관한 연구단을 시작으로 과학수사운영과를 거쳐 유전자감정실이 되었다가 2008년에 정식 개관했다. 검찰 기소 단계에서 요청된 다양한 사건의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감정 분야는 국과수와 같은 듯 다르다. 범죄 현장에서 나온 증거의 정밀감정이나 DNA 검사, 마약류 등의 감정 부분에서는 국과수와 같지만 음성 감정이나 휴대폰 자료 등 디지털포렌식 수사에서는 NDFC가 특화되어 있다. 다만 시신 부검과 교통사고 분석의 법의학 분야는 국과수 전담이다.
두 기관 가운데 어느 한 곳의 기술력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이 전직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만약 국과수가 범행 현장의 증거품에서 범죄자 DNA를 발견했다면, 2차 기관인 NDFC에서는 정밀감정을 통해 더 많은 표본을 찾아 피의자 기소에 종지부를 찍게 한다는 것이다.
NDFC가 정밀감정에 초점을 둘 수 있는 이유는 의뢰 건수에 있다. 행정안전부 소속인 국과수의 경우 경찰과 검찰의 의뢰를 받아 매년 60만 건에 가까운 사건을 맡는 반면, 대검 소속의 NDFC는 2018년 기준 10만여 건 정도다.
이렇기 때문에 NDFC가 정밀감정을 하는 과정에서 종종 이전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이다. 당시 수사팀은 유영철이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확보했는데 유영철이 이것을 여러 번 물에 씻어 증거를 인멸하는 바람에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서 이 흉기를 10개로 조각내 정밀감정 했고, 이 결과 이음부분의 고무밴드 부분에서 피해자 1명의 DNA를 찾아내 범행을 밝힌 바 있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이 사망한 아이의 친모(사진)에 대한 DNA 재검사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해도 기존의 DNA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석 씨의 계속된 부인으로 이미 4번이나 검사를 한 데다 경찰과 국과수도 DNA 검사의 정확도를 99.9999%라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0.00001% 오차를 두고 여러 가설을 제기하지만 DNA 검사 원리를 보면 결과가 틀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DNA에 담긴 유전 정보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친자 확인의 경우 각 유전체 속에 있는 독특한 DNA 패턴인 유전자지문 원리를 이용한다. DNA 일부에서 패턴이 반복되는 구간을 채취한 뒤, 그 속에 있는 분자인 염기의 서열(순서)까지 같은지 분석해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2~5개의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간을 STR(Short Tandem Repeat)이라고 하는데, 대략 15개 내외의 STR을 조사하여 모두 일치하면 99.99% 친자 관계라고 판단한다. 반면 1개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친자확률을 0이라고 본다.
전직 국과수 관계자는 석 씨의 주장에 대해 23일 “DNA가 검출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지금의 기술력에서 나온 결과가 틀릴 가능성은 정말 거의 없다. 10만분의 1, 100만분의 1 정도라고 본다. 검사 결과는 법원에서도 인정되는 증거다. (오차가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는 무의미한 이야기다. 그럼 지금껏 DNA 검사로 검거된 이춘재 같은 범인들은 다 무엇이 되냐”며 선을 그었다.
STR 분석기법은 친자 확인뿐만 아니라 범죄자 검거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이춘재를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도 잠들어 있던 증거품에서 나온 DNA였다. 국과수 감정 결과, 화성연쇄살인사건 5차, 7차, 9차 증거품에서 동일한 DNA가 나왔는데, 이 DNA 패턴이 검찰이 갖고 있던 16만 9180명의 수감자 DNA 정보 가운데 이춘재의 것과 일치했던 것이다. 또 다른 연쇄살인마 강호순 역시 점퍼에 남아있던 극소량의 DNA에 발목을 잡혔다.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은 대검이 DNA 검사를 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수사 답보로 공소유지조차 어렵게 된 검찰이 명확한 증거자료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밝혀진 것은 석 씨가 사체를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 정도다. 숨진 아이의 친부나 또 다른 아이의 행방 등 다른 범죄의 혐의점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석 씨가 오차 가능성을 이유로 출산 사실을 계속 부인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만약 국과수에 이어 NDFC에서도 석 씨가 친모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0.00001%의 오차 가능성은 사실상 0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NDFC에서 이번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