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등 대형사가 띄우면 규제가 누르고…변동성 약점은 투명성·편의성 높여 해결해야
어마어마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가격 예측은 의미가 없다.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이가 어느 정도인지, 이미 보유 가치가 많이 오른 이들이 차익실현을 언제 할지에 가격 흐름이 달려있다. 그럼에도 몇 가지 특징은 포착된다. 예측은 어려워도, 어느 정도 대응은 가능한 수준이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의 시세가 표시돼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6000만 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시장이 올리고, 규제가 누르고
최근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을 요약하면 시장이 분위기를 달구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찬물을 끼얹는 흐름이다. 지난 1월 7일 4만 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달 8일 4만 2000달러를 넘지 못하고 하락한다. 1월 하순에는 3만 달러를 아래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 폭등을 견인했던 달러 약세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반전되면서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스토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20여 일 만에 반전이 이뤄진다. 1월 28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비트코인 옹호에 나서면서다. 불과 열흘 만에 4만 달러를 회복한 비트코인 가격은 2월 8일에는 테슬라가 15억 달러 투자한 사실까지 공개되며 17일에는 5만 달러까지 넘어선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 규제의 찬물이 끼얹어졌다.
2월 22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화폐를 거래하는 데에 있어 극도로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투기성이 강한 자산이며, 사람들은 극도의 변동성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을 걱정한다”고 강조했다.
6만 달러에 근접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내 급락했고, 설상가상으로 “가격이 높아 보인다”는 머스크의 발언까지 겹치며 2월 말 4만 3000달러 선까지 밀린다. 각국 정부의 과세 계획도 잇따라 발표된다.
3월 들어 분위기는 다시 반전된다. 씨티그룹이 비트코인을 국제무역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다. 이어 1조 9000억 달러의 미국 경기부양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며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반등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옹호론이 펼쳐지며 3월 13일 6만 달러까지 돌파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앙은행이 제동을 걸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3월 22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뱅킹을 주제로 연 원격 패널 토론회에서 “암호자산들은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며 “그 어떤 것도 가치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달러화보다는 기본적으로 금의 대체재인 투기적 자산에 더욱 가깝다”고 덧붙였다.
#불투명성·변동성 극복이 과제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어차피 시장은 옹호론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일단 투자를 한 이들은 비트코인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뚜렷한 흐름은 나스닥이 부진할 때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6개월간 비트코인과 나스닥 변동흐름을 보면 지난해 10월 28% vs -2.3%, 11월 7.1% vs 11.8%, 12월 47% vs 5.7%, 올 1월 14.4% vs 1.4%, 2월 36.4% vs -0.9%, 3월 18% vs 1.4%다.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에는 머스크의 테슬라를 비롯해 씨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시장 영향력이 큰 대형사들의 긍정론 영향이 컸다. 웬만한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들을 정리한 마당이라, 이제는 비트코인 거래 약점인 불투명성과 변동성을 줄이고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변화가 중요하다.
비트코인의 최대 공급량은 2100만 개이며, 현재 유통공급량은 1866만 개다. 남은 234만 개의 가치는 1321억 달러(약 150조 원)에 불과하다. 현재 비트코인은 유통물량 대부분을 극소수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한 자금들이 비트코인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거래 투명성과 편의성이 높아진다면 유통, 즉 분산화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고 변동성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올해 들어 3월 17일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 신청이 등록된 비트코인 ETF는 모두 4개다. SEC 신임 위원장인 게리 겐슬러는 최근까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해 강의한 인사다.
한편 비트코인 값이 급등하면서 채굴에 쓰이는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분석이 나왔다. 얼핏 부정적 재료로 보이지만, 채굴이 어려워질수록 현재 유통되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력으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려면 그만큼 가격이 높아져야 채산성이 확보되는 측면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