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업 부동산 관련 서울시와 협의할 내용 산적…논란 부지 개발 놓고 후보들 방향 달라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하림그룹
하림그룹은 양재동 물류단지 조성을 놓고 수년째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하림그룹은 2016년 4월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해 이곳에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해 6월 국토교통부(국토부)도 해당 부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지정했다. 당시 국토부는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이 본격화되면 물류·유통·산업이 융복합된 물류혁신의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반일배송 등 도시물류 서비스 개선과 전자상거래 원스톱처리, 물류·유통·IT 융합 등 신산업 활성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하림그룹은 양재동 물류단지 조성을 놓고 수년째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 전경. 사진=일요신문DB
2016년 8월 서울시는 양재·우면 일대 약 300만㎡(약 90만 평)를 연구개발(R&D)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림그룹의 양재 부지는 국토부의 도시첨단물류단지와 서울시의 혁신 거점 두 곳 모두에 포함된다. 물류단지를 추진하는 하림그룹과 연구시설을 추진하는 서울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부지 개발도 늦어졌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0년 6월 ‘양재 도시 첨단물류단지 복합개발 방안’을 밝히면서 물류단지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는 듯했다. 이후 하림그룹은 서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림그룹이 제시한 800% 용적률이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R&D 혁신 거점의 용적률은 최대 400%지만 첨단물류단지로 지정되면 최대 800%의 용적률이 가능하다.
서울시와 하림은 지난 2월 사업 추진과 관련해 ‘펀치’를 주고받았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해당 부지의 도시계획 기준이 명확함에도 하림은 국토부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서울시 도시계획과 배치되는 초고층 개발을 요구한다”며 “상습 교통정체 지역인 양재IC 일대 극심한 혼잡과 특혜적 과잉개발 논란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하림그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림그룹 측은 “용적률의 상한선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국토부의 물류단지개발지침에 따라 허용될 수 있는 최대 용적률을 적용시킨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을 뿐”이라며 “서울시는 하림이 용적률 800%만을 고집해 특혜논란이 우려된다는 주장을 내세우지만 이는 법률이 정한 인센티브(투자장려)에 특혜라는 나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양재동 부지와 관련한 서울시 행보를 비판해왔다. 서울시 내 25명의 구청장 중 국민의힘 소속은 조은희 구청장뿐이다. 따라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면 서초구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서초구는 지난 2월 “서울시에서 부지 개발계획이 용적률 800%로 확정된 것처럼 설명하는 건 잘못됐다”며 “결국 서울시의 입맛에 맞게 지구단위계획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양재동 물류단지에 대해 “물류단지 제도 도입에 따른 법에 의해 일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최근 특별한 상황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상암DMC 복합쇼핑몰 건설’ 롯데그룹
롯데쇼핑은 2013년 상암DMC 복합쇼핑몰 설립을 위해 서울시로부터 마포구 상암동 부지 2만 644㎡(약 6200평)를 매입한 후 서울시에 세부개발계획안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망원시장을 비롯한 인근 전통시장들이 쇼핑몰 건설을 반대했고, 이에 롯데쇼핑은 3개 필지 중 1개 필지는 업무용으로 개발하고 다른 2개 필지를 통합해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근 전통시장 17곳 중 16곳이 롯데쇼핑 방안에 찬성했다.
서울시는 2018년 8월까지 상인들과 협의를 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조정으로 세부개발계획을 결정하겠다고 롯데쇼핑 측에 전했다. 그러나 2018년 9월 서울시는 나머지 1곳의 전통시장과도 합의하지 않으면 도시계획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 울타리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논란이 불거지자 감사원은 2019년 12월 ‘지자체 주요정책 사업 등 추진 상황 특별점검’을 통해 “서울시장은 법적 근거 없이 주변 상인들과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시계획결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당초 계획보다 장기간 지체된 특별계획구역의 세부개발계획 결정 업무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의 상암DMC 쇼핑몰 심의는 2021년 2월 가결됐다. 그러나 부지 내 오피스텔 비율 등 서울시와 협의할 내용은 여전히 남아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허가는 났지만 세부 설계 등은 서울시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정에 맞춰 진행하려 하지만 언제 협의가 완료될지는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후보 모두 상암 지역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연구시설, 오 후보는 상업시설에 중점을 두고 있어 추구하는 개발 방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월 비대면 정책 발표회에서 가상융합기술 개발 실감미디어 분야 스타트업 캠퍼스를 상암동에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지난 2월 상암동을 방문해 133층 DMC랜드마크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서북권을 신생활경제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오 후보의 5대 공약에 포함돼 있다.
#‘송현동 부지 매각’ 한진그룹
대한항공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최악의 시기를 겪으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고,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송현동 공원화 중단과 민간에 부지 매각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권익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후 서울시의 다른 부지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중재했다. 대한항공과 서울시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최근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이 터지면서 최종 합의가 미뤄지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3조 3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하며 급한 불은 끈 상태다. 실적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부진하지만 화물 수송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한항공에 대해 “코로나19에 따른 여객 수요 급감에도 불구하고 화물부문 호조를 통한 영업이익 흑자 기조가 3개 분기 연속해서 확인됐다”며 “시간은 소요되겠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국제여객 수요도 연말로 갈수록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송현동 부지를 서둘러 팔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새로운 시장이 송현동 공원 계획을 취소하면 서울시도 굳이 송현동 부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다. 오세훈 후보는 과거 대한항공의 송현동 개발을 간접적으로나마 지지했다. 2000년대 후반,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한옥호텔 건설을 추진했다. 오 후보는 2009년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 한옥호텔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주변에 호텔을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는 학교보건법으로 인해 한옥호텔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반면 박영선 후보는 과거 송현동 공원 조성에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차단 숲, 바람길 숲, 수직정원 도시 조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박 후보는 환경 문제에 힘을 쏟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2018년 12월 ‘송현동 숲 공원화 및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송현동을 생태문화의 솔숲공원으로 만들어간다면 미국의 센트럴파크처럼 서울의 생태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