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앨라배마 나의 고향은 그곳….’ 오래 전 미국 남부인들은 포스터가 작곡한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사실 한국인에게 앨라배마는 이 노래를 빼면 그리 친숙한 곳은 아니었다. 적어도 2003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 앨라배마는 한국인에게 미국 내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현대자동차가 이곳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거대한 자동차 공장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기자가 찾은 앨라배마주의 주도 몽고메리시티는 낮기온이 35도를 웃돌 만큼 더웠다. 2시간 거리에 카리브해가 있고, 서쪽으로 인근에 미시시피강이 흐른 탓인지 습도마저 높았다.
몽고메리시티는 중심가를 포함해 크게 6개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보다 조금 큰 면적의 이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지난 2000년 미국통계청 조사기준으로 85만 명 정도. 이 인구는 4년이 지난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게 몽고메리시티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드넓은 도시에 인구가 적으니 썰렁하기까지 하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의 수도이기도 했던 이 도시는 패전 탓인지 1백50년 동안 잠자고 있었다. 몽고메리시티의 관문인 몽고메리공항도 한국의 어느 소도시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처럼 협소했다.
그러나 한 세기반 동안 침묵속에 있던 몽고메리시티는 요즘 기온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에 대한 열기는 비행기가 몽고메리공항에 착륙하기 전 상공에서 한 바퀴 선회하는 동안 창 밖으로 ‘HYUNDAI’라는 이름을 만날 수 있는 데서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몽고메리 공항에서 10분거리. 공장으로 향하는 도로표지판은 이미 현대블루바드(Hyundai Boulevard:현대대로)로 바뀌어 있었다. 앨라배마 주정부는 원래 몽고메리시 경계 밖이던 이곳을 몽고메리시티 지역으로 편입해주는 선심행정까지 베풀었다.
현대차에 대한 앨라배마주와 몽고메리시 당국의 지원은 상상 이상이었다. 앨라배마 주정부 소속 개발담당관인 데이비드 에콜스씨는 “우리는 현대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HMMA는 현대차가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현대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앨라배마주 정부는 현대차측에 2백10만 평의 부지를 무상제공한 데 이어 도로정비, 세제혜택 등의 각종 지원책을 마련중이거나 이미 시행중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주지사 직속으로 현대차 코디네이팅 특별팀을 구성, 환경청, 수자원청, 세무청 등 모든 기관들이 현대차측과 협의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에 대한 앨라배마주와 몽고메리시의 지원은 민간부문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몽고메리시의 경제부흥을 위해 구성돼 있는 몽고메리상공회의소 엘렌지 멕네어 부소장은 “현대차는 향후 앨라배마와 몽고메리시의 가장 자랑스런 기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백10만 평의 부지 위에 자리잡은 HMMA. 현재 뉴쏘나타와 뉴싼타페 등을 생산하는 1차 공장은 거의 모든 체제를 갖춘 상태다. 이 공장 설립에 현대차는 총 10억달러(1조2천억원)를 투입하게 된다.
지난 6월1일 HMMA는 첫 시제품을 생산한 데 이어 9월에는 2차 시제품을 만들고, 두 차례의 시험생산(5백여 대)을 거친 뒤 내년 3월1일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HMMA에서 생산되는 차가 미국 시장에서 본격 시판되는 시점은 내년 5월. 이곳에서는 2005년까지 NF쏘나타를 생산하고, 2006년부터는 싼타페 후속모델인 CM의 생산에 돌입, 연산 23만 대의 자동차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HMMA 임직원들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다. 빽빽하게 들어찬 주차장의 종업원 차량들, 분주한 발걸음의 헤드쿼터 임직원들, 둔탁한 굉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조립라인과 의장공장의 모습, 공장 내 곳곳에서 무리를 지어 생산라인을 점검하며 토론하는 기술자들, 끊임없이 울리는 막바지 공장건설에 바쁜 불도저소리….
HMMA는 현지 근로자의 경우 특별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현지인을 훈련시켜 고용할 방침이다. 이미 채용된 인력은 한국에 있는 울산, 아산공장을 두 차례 이상씩 직접 방문해 기술을 습득하는 프로그램을 마쳤다. 차 생산을 위한 훈련프로그램 중 70%는 이미 소화된 상태라고 HMMA 관계자는 전했다.
8월 말 현재 HMMA에 재직중인 총인력은 7백여 명. 이중 간부급 60여 명을 뺀 나머지 6백40여 명은 앨라배마 현지인이다. 현대차 공장이 완공될 경우 현지 채용 인력은 2천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HMMA가 앨라배마주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주정부가 추정하는 HMMA의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5천1백여 명. 앨라배마주 내 18개 카운티에 31개 현대차 부품공장과 업체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직, 간접적인 투자효과는 향후 20년까지 70억달러에 이르고, 고용 창출효과도 몽고메리시 전체 인구의 1%가 넘는 8천~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주정부 당국은 예측하고 있다.
HMMA 법인장인 이문희 부사장은 “HMMA는 정몽구 회장이 밝힌 2010년 글로벌 톱5의 원대한 목표를 이루는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춰 현지판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 몽고메리시티=정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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