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기술 진화돼 원식품과 거의 동일한 맛·식감 유지…냉동설비·식품 로스 삭감 사업 등 관련 시장 주목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어부의 가게 반야’. 사진=NHK 오하비즈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식당 ‘어부의 가게 반야’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맛집이다. 매일 아침 낚은 신선한 해산물로 양질의 메뉴를 선보인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고심 끝에 가게는 인기메뉴를 냉동해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가게 대표 오구리야마 씨는 “냉동으로 음식 맛이 떨어졌다면 결코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예를 들어 냉동 정어리튀김은 12개월 보존이 가능하다. 전자레인지에 해동하면 갓 조리한 것처럼 바삭거린다. 식감의 비밀은 ‘영하 40도 초저온에서 30분 이내 급속 동결’한 데 있다. 오구리야마 씨는 “맛도, 신선도도 그대로다. 가게 이름을 걸고 자신있게 내놓는다”며 웃어보였다.
올해 2월 요코하마에는 냉동식품 전문점도 문을 열었다. 고기와 생선은 물론, 숯불갈비 도시락,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한 이탈리안 요리, 디저트 등 약 150종류의 냉동식품을 판매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기 있는 메뉴는 스시다. 다양한 종류의 네타(생선)와 샤리(초밥)를 꽁꽁 얼린 제품이다. 해동하면 지금까지 얼어 있었단 걸 눈치채지 못할 만큼 감쪽같다. 식감 또한 보통의 스시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탱글탱글하다.
인기 간식 멘치가스를 냉동한 제품은 어떨까. 한입 베어 물면 방금 튀겨낸 것처럼 ‘바사삭’ 맛있는 소리가 난다. 게다가 속은 ‘촉촉’ 육즙이 살아 있다. 실제로 NHK 프로그램 ‘오하비즈’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실험자들은 냉동제품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냉동 스시. 사진=NHK뉴스
냉동식품 브랜드 ‘테크니칸’의 야마다 요시오 사장은 “단순히 싸고 오래 보존하는 냉동식품이 아니라 ‘높은 품질’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갓 만든 도시락, 예약하기 힘든 레스토랑의 메뉴, 이제 막 추출한 사케 등 전에 볼 수 없던 냉동식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덧붙여 “냉동기술의 진화로 원식품과 거의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에 “과거 제품들과 완전 식감이 다르다” “맛있어졌다”며 놀라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냉동식품에 대한 수요는 관련 업체들의 비약적인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쿄에 위치한 ‘데이브레이크’가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식품을 단시간에 얼릴 수 있는 냉동설비 판매가 핵심 사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전에는 음식점 문의 건수가 한 달에 70건 정도였으나 지금은 500건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회사가 남달리 노력해온 부분은 메뉴별, 식재료별로 최적의 냉동법를 찾는 것이다. 맛과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몇 도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얼리고,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음식점에 냉동설비 사용법을 상세하게 지도·판매하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아울러 냉동기술을 활용한 ‘식품 로스(food loss·버려지는 음식물)’ 삭감 사업에도 진출했다. 규격 외의 과일, 풍년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 채소 등을 생산자로부터 직접 매입해, 급속 냉동으로 장기간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데이브레이크의 기노시타 마사유키 사장은 “아깝게 폐기되는 과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특수 냉동기술을 활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NHK 뉴스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프랑스의 유명 베이커리 체인점 폴(PAUL)이 이 회사의 냉동과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폴 측은 레몬파이를 비롯해, 매월 다른 냉동과일을 넣은 빵을 판매할 예정이다. 연간 2.5톤의 식품 로스 삭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요코하마 냉동식품 전문점. 사진=NHK뉴스
얼마 전, 일본 설문조사기관 인테지가 ‘코로나 시대 잘 팔린 물건 BEST 30’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년 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4000여 개의 편의점 및 슈퍼마켓 쇼핑 데이터를 집계한 순위다. 예상하듯 마스크나 소독제, 체온계 등이 상위에 올랐다. 눈에 띄는 것은 냉동수산물(9위), 냉동식품(24위)이 순위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냉동식품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야마모토 준코 씨는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편리한 냉동식품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증가한 것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맛 또한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많다”며 “냉동식품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상품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냉동식품의 인기는 냉장고 선택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가전 렌털 회사에 따르면, 특히 긴급사태가 발령됐던 기간에 “냉동칸 사이즈를 키우고 싶다”는 싱글족 의뢰가 급증했다고 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냉동칸의 2배, 3배 크기의 냉장고를 빌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ANN 뉴스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식품 로스가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급속 냉동기술이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