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미라 이송 앞두고 대형사고 연발…누리꾼들 투탕카멘 경고 떠올리며 수군수군
수에즈운하에 좌초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사진=신화/연합뉴스
다행히 좌초 7일 만에 사고는 수습됐지만 뜻밖의 사고에 일부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괴담이 오가기 시작했다. 바로 ‘파라오의 저주’ 때문에 벌어진 사고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는 요근래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런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를테면 소하그에서는 치명적인 열차 사고가 발생했고, 수에즈 다리에서는 10층 건물이 붕괴됐으며, 마리오티아에서는 다리 건설 도중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이 무너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누리꾼들이 파라오의 저주를 떠올리고 있는 이유는 오는 4월 3일 예정되어 있는 미라 이송 행렬 때문이다. 타흐리르 광장의 이집트 박물관에 안치돼 있는 미라들을 푸스타트 국립 이집트 문명 박물관으로 이송할 예정인 것. 그리고 이 가운데는 람세스 2세와 왕비인 아흐모세 네페르타리의 미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좌에 앉은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상 4개가 자리하고 있는 아부심벨 신전. 사진=AP/연합뉴스
사정이 이렇자 누리꾼들은 투탕카멘 무덤에 새겨져 있는 “파라오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 죽음이 빠르게 날개를 타고서 찾아갈 것이다”라는 경고 문구를 떠올리면서 공포에 떨고 있다. 갑자기 이 시기를 즈음해 이집트에서 대형 사고가 연달아 벌어지는 게 미라 이송 행렬과 무관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심에 대해 이집트의 고고학자와 역사가들은 파라오의 저주 따위는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이집트의 저명한 과학자인 자히 하와스는 “그런 저주는 없다”고 장담하면서 “과거 파라오의 무덤을 발굴한 고고학자들이 잇따라 사망한 이유는 발굴 현장에 있던 세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집트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바삼 엘샴마아 역시 파라오 무덤 벽에 새겨진 문구와 형상은 고대 이집트인들의 상상력을 표현했을 뿐 파라오의 저주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무덤 발굴 당시 관에서 암모니아가 다량 누출됐고, 이에 현장에 있던 고고학자들이 눈과 코에 화상을 입거나 폐렴에 걸렸다. 심한 경우에는 이로 인해 사망하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또한 일부 무덤에서 발견된 박쥐 배설물에는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곰팡이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