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에 있는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본사. | ||
그로부터 30년 뒤인 21세기 초.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이은 현대자동차는 30년 전의 사업아이템이던 건설이 아닌 다른 아이템으로 부의 드림을 꿈꾸고 있다. 바로 자동차다. 그것도 자동차의 본산이자,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의 경연장인 미국에서 펼쳐지는 꿈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현대의 ‘오토 아메리칸드림’은 미국 내에서 크게 세 군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디트로이트, 앨라배마다. <일요신문>은 현대자동차의 아메리칸드림이 본격 펼쳐지고 있는 미국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현재 현대차의 미국시장 공략은 기술개발-생산-판매라는 일관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술개발은 디트로이트의 R&D센터와 캘리포니아의 디자인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생산은 앨라배마주의 몽고메리시티 공장에서, 그리고 판매는 캘리포니아 미국 판매법인에서 맡고 있다.
이 같은 일관라인 체제의 구축은 정몽구 회장이 지난 21세기 초입에 선언한 ‘2010년 세계 톱5 자동차메이커 달성’의 야망을 이루게 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HMA:Hyundai Motor America) 본사는 LA 도심에서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파운틴밸리에 있다. LA국제공항에서 이곳까지 차로 달리면 약 40분정도 거리. 지난 85년 출범한 이 회사는 현대차가 100% 투자했다.
지난 8월 말 이곳을 찾은 기자는 이른 오전시간부터 발길이 끊이지 않는 미국 현지 고객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지상 2층으로 된 건물 전체가 ‘이루어 내겠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고, 3백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에서 무엇인가가 꿈틀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30년 전 중동 건설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역동성이랄까.
현재 HMA 직원들에게 떨어진 지상명령은 단 하나. 올해 목표인 자동차 43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판매대수는 40만 대였다. 지난해보다 7.5%나 목표를 늘려잡은 것이다. 올해 미국 내 자동차시장 예상규모는 1천7백만 대. 이에 비하면 아직 HMA의 시장점유율은 2.4%에 불과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이는 향후 HMA가 개척해야 할 미지의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HMA의 현장 판매를 지휘하고 있는 존 크래픽 부사장(42)은 목표달성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그는 “지금 미국의 경제사정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유가인상, 실업률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현대차는 가격 대비 품질면에서 미국, 일본차에 비해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어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저조한 부분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매년 3% 정도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2004년의 경우 전체시장이 1천7백24만 대 규모로 추정됐지만, 지난해보다 1.3% 정도 늘어난 1천6백90만 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것.
▲ 현대기아차 디자인센터.(위) 현대차를 팔고있는 렌더스영업소.(아래) | ||
그런 점에서 올 10월로 예정된 미니밴 투산의 미국 내 론칭은 상품구성의 풀라인업(전차종 시판) 구축을 향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HMA가 크게 기대하는 부분이다. 현재 HMA가 미국에서 팔고 있는 주력 차종은 엘란트라(미국 내 브랜드명은 란트라), 싼타페, 쏘나타 차종이다. 여기에 미니밴 차종인 투산이 가세할 경우 상품구성의 다양화에 따른 구매 유인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HMA가 자신하는 것은 현대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 기존의 저가 차라는 인식에서 고품질의 차라는 인식으로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 미국의 유력한 자동차 전문 조사연구기관인 제이디파워가 “현대차의 품질이 일본 도요타 등을 제쳤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세계 자동차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판매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 신흥 부촌지역인 얼바인 지역에 있는 렌더스자동차영업소 소속 전문딜러인 브라이언 폰스 세일즈매니저(22)는 “지난 7월에만 개인적으로 현대차를 20대 정도 팔았다. 싼타페나 란트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매우 좋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매니저는 지난 5월까지 혼다나 도요타 등 주로 일본차를 판매했다. 그러다 6월부터 현대차 전문딜러로 자리를 옮겼는데, 수입이 10% 이상 높아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다른 제품에 비해 현대차는 기본옵션에 충실하다. 도요타나 혼다의 경우 기본옵션이 매우 취약해 소비자들이 각자의 선호에 따라 옵션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현대차는 대부분의 옵션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어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적은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품질향상을 위한 현대차의 노력은 캘리포니아 얼바인 지역에 새로 설립된 현대-기아아메리카디자인센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센터는 지난 90년 설립됐지만, 당시만 해도 이름 뿐이었다.
그러나 9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HCD-1 로드스터’라는 신개념의 미래형 자동차를 디자인해 전시하면서 현대차의 첨단 차종을 리드하는 중추로 자리잡았다. 지난 2003년 미국 현지인 40명의 전문 디자이너를 채용한 이 센터는 현재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첨단형 자동차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센터의 수석디자이너로 재직중인 조엘 피아스코스키씨는 “현재 미국 빅스리를 포함해 일본, 유럽 자동차 리더그룹들의 디자인컨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차별성이다. 독자적인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맥락에서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은 세련미와 신뢰감이라고 피아스코스키씨는 밝혔다. 컬러와 인테리어에서 보색관계와 부드러움을 강조, 소비자들의 감성을 불러내는 게 현대차가 추구하는 디자인컨셉트라고 그는 부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정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