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대기업, 계열사와 오너 친족회사 독점하던 단체급식 일감 개방
5일 삼성, 현대차, LG 등 8개 대기업이 계열사와 친족회사가 독점으로 맡아온 구내식당 일감의 외부 개방을 선언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현대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8개 대기업은 5일 서울 마곡동 소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진행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삼성 등 8개 대기업 집단이 25년 가까이 계열사·친족기업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과 학교 등의 단체급식 시장은 2019년 기준 4조 2799억 원 규모다. 대기업 계열사나 친족기업인 삼성웰스토리(28.5%), 아워홈(LG 친족기업, 17.9%), 현대그린푸드(14.7%), CJ프레시웨이(10.9%), 신세계푸드(7.0%) 5개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개사가 그룹 계열사와 수의계약한 금액만 1조 2229억 원이다.
이들 기업은 1990년대부터 계열사나 친족기업과 수의계약으로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 전체 급식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삼성웰스토리는 삼성그룹의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업계 1위로 성장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는 1983년 기흥공장 설립시 구내식당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다가 1997년부터 삼성에버랜드(현 삼성웰스토리)와 수의계약하는 방식을 이어왔다”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단체급식 수의계약 규모는 4400억 원”이라고 했다.
아워홈은 LG그룹 고(故)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 별도 설립한 회사다. LG그룹과 계열 분리한 LS그룹의 일감을 수의계약 형태로 오랜 기간 받아왔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 등의 일감을 차지했다. CJ·신세계는 구내식당 일감을 계열사에 맡겨왔다. 단체급식 시장에는 풀무원푸드앤컬처(매출액 비중 5.1%),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 동원홈푸드(2.8%) 등 다른 대기업 계열사가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크지 않다.
공정위는 2017년 기업집단국을 신설한 뒤 해당 시장 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 8개 대기업 집단의 자발적 일감 개방을 이끌었다. 공정위는 “3년여에 걸쳐 계약 형태 등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는 등 여러 대기업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하는 한편 고착화한 내부거래 관행을 스스로 탈피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병행했다”고 했다.
삼성은 지난달 삼성전자 식당 2곳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적절한 외부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해당 식당 운영 결과를 토대로 전면적으로 대외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기존 사업장의 경우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 한해 경쟁 입찰을 시범 시행한다. 연수원·기숙사·서비스센터 등 신규 사업장은 전면적 경쟁 입찰을 통해 급식업체를 고른다.
LG는 내년부터 단체급식 일감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소규모 지방 사업장의 구내식당을 맡길 곳은 인근 중견·중소 급식업체를 먼저 고려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부터 울산 교육·문화 시설 내 식당을 중소 급식업체에 개방한다. 향후 세계 연구·개발(R&D)센터 구내식당도 경쟁 입찰 방식으로 급식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전체의 21%인 42개 사업장 구내식당을 중소 급식업체에 개방한 상태다. 이 비율은 점차 높이고, 신규 사업장 구내식당도 외부 업체에 맡기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CJ는 그룹 내 단체급식 물량의 65%를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LS는 기존 계약이 끝나는 사업장부터 차례대로 경쟁 입찰을 시행한다. 현대백화점은 김포·송도 아웃렛 구내식당을 해당 지역 급식업체에 맡긴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의 단체급식 일감 개방은 해당 업종을 영위하는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새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국민 생활 밀접·중소기업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 집단의 폐쇄적 내부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