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 속도로 달려야 아이폰·갤럭시 추격
이 발언들은 LG그룹 두 대표 계열사가 함께 스마트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비단 같은 그룹 내 계열사라는 점뿐 아니라 두 회사는 모두 주력사업인 휴대전화 사업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 사업의 성패 여부에 따라 두 회사의 운명이 같아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했던 LG전자의 올해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올 초부터 실적 악화가 예상됐던 LG전자는 올해 내내 어려움을 겪더니 급기야 지난 3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는 물론 전기대비에서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적자로 추락한 것이다.
실적이 급전직하한 까닭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11월 말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 일어난 통신시장의 변화를 LG는 넋 놓고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변변한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한 채 여전히 피처폰(일반 휴대폰 단말기)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디자인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LG가 이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라고 평가했다. LG전자는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남용 부회장 대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 구본준 부회장을 수장으로 앉히는 처방전을 내렸다. LG의 기업문화로 볼 때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LG전자의 실적 악화는 LG유플러스에 그대로 영향을 주었다. 이동통신업계에서 만년 꼴찌를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LG유플러스는 올 초 텔레콤 파워콤 데이콤을 통합, 사명을 LG유플러스(U+)로 바꾸고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의 이상철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8% 감소한 238억 원, 당기순이익은 94.9% 감소한 72억 원을 기록했다. 합병으로 인한 감가상각비가 반영된 수치긴 하지만 지나친 마케팅 비용과 스마트폰 라인업 부재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이동통신시장만 떼어놓고 보면 점유율이 오히려 떨어졌다. 포화 상태에 있는 시장에서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점유율 하락은 치명타다. 라이벌인 KT 이석채 회장이 아이폰을 도입해 승승장구하는 동안 이상철 부회장의 LG유플러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뒤늦게 스마트폰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취임사부터 스마트폰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을 주문한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은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으로 박종석 부사장을 임명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흩어져 있는 조직원들을 서울 금천구 가산동 MC연구소로 통합함으로써 연구개발 중심으로 변화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안드로 원’ ‘옵티머스 Q’ 등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지난 10월 3일 LG전자가 선보인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옵티머스 원’의 선전은 그나마 LG전자에 희망을 준다. 옵티머스 원은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 측은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중저가 폰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점차 프리미엄급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가 올해 출시할 야심작 중 하나는 최초로 통화용 칩과 애플리케이션용 칩을 따로 탑재하는 ‘듀얼 칩셋’ 프리미엄 스마트폰 ‘옵티머스 마하’다. 옵티머스 마하를 통해 LG전자는 속도로 승부하며 뒤처져 있던 스마트폰 경쟁 구도에 반격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마하’에 전념하기 위해 LG전자는 기존 소비자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이상철폰’으로 불린 옵티머스 Q 생산을 중단할 정도다.
옵티머스 마하는 LG전자뿐 아니라 LG유플러스에서도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단말기다. LG유플러스 전용으로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외된 LG유플러스는 그동안 LG전자에 줄기차게 ‘빅모델’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부문에서 SK텔레콤과 KT에 밀리는 데다 점유율이 되레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4이동통신사마저 생겨난다면 LG유플러스의 위기감은 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G유플러스는 전 직원에게 옵티머스 마하를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옵티머스 마하를 띄우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예전부터 스마트폰은 ‘깡통폰’이 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고사양과 다양한 기능을 장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텅 빈 단말기에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만 내려 받아 이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고가의 프리미엄 단말기보다 저가 보급형 단말기가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고사양 프리미엄 단말기에 기대고 있는 것이 LG유플러스의 현실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옵티머스 마하는 처리 속도에서 차별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변한 건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현 상황은 어둡다. 내년 전망에 대해서도 밝지만은 않다. 하이투자증권과 동부증권은 LG전자가 대해 내년 2분기에는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HMC투자증권은 “스마트폰 수익성이 회복돼야 다른 사업부 역량도 좋아질 것”이라며 LG전자의 실적 개선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더 비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2년까지 스마트폰 경쟁력이 열위인 상황”이라고 진단했고 씨티증권은 “스마트폰 경쟁을 할 수 있을 만큼 위치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며 “KT나 SK텔레콤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저가 옵티머스 원과 프리미엄급 옵티머스 마하를 들고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얼마나 선전할지 주목된다. 물론 이 결과에 따라 구본준 이상철 두 부회장의 입지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임준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