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어린이통학차량 개조비용 프로그램비 충당 조치, ‘비현실적’ 탁상행정 비난여론
어린이통학차량 등록기준(그림=사랑의열매 전북사회공동모금회 홈페이지 캡처)
[일요신문=전주] 지역아동센터가 운행하는 차량이 어린이통학차량에 포함돼 차량을 개조하거나 교체해야 하지만 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운행중단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전북도가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조치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탁상행정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7일 지역아동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11월 27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시회복지시설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로 등록하게 돼 있어 5월 27일 이전까지 황색 차량도색과 경광등 설치, 자동 발판, 하차벨, 속도저감장치 등 어린이통학버스 기준에 맞게 개조를 해야 한다.
또 내구연한이 9년이고 작년 4월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으로 2024년 4월 3일부터는 경유차를 어린이통학버스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고 내구연한이 9년으로 제한돼 대부분 아동센터가 LPG차량으로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들이 어린이통학버스 등록을 앞두고 재원이 열악해 차량 개조는커녕 교체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는 5월 27일 이후 통학차량 운행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제지역의 경우 11군데 아동센터 가운데 어린이통학버스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차량개조를 하지 못해 300여명의 아동의 발이 묶이게 될 처지에 놓였다. 전북도 아동센터 운행차량 286대 가운데 개조대상은 약 4분의 3인 213대에 달한다.
전북도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존에 지원하던 프로그램비의 일부를 올해에 한해 차량 개조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내렸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대책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김제시의 경우 현재 19인 미만 지역아동센터에는 종사자 2인 인건비와 프로그램비 등 매월 평균 약 530만원의 운영비가 보조되고 있으나 공공요금과 차량비, 수용비 및 수수료, 제세공과금, 운영 관리비 등이 추가로 소요돼 매월 약 30만원 가량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북도가 차량개조비로 충당을 허용한 프로그램비는 보조금의 10%에 해당하는 월 53만원으로 현실적으로 일시에 집행해야 하는 차량개조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 설사 차량개조 비용을 할부로 결제가 가능하더라도 4~5개월은 교육프로그램을 전혀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다행히 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복권기금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 지원사업’을 통해 대당 300만원 한도로 지역아동센터 차량개조비용 지원에 나섰으나 지원대상이 절반에 못미치는 100여 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부분 지역아동센터가 운행하는 차량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마사회, 한수원, 민간기업체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았으나 내구연한이 도래되거나 2024년 이후 경유차 운행이 금지될 경우 재정이 열악해 차량 교체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김제지역 아동센터 11곳 가운데 4곳의 통학버스가 올해 내구연한을 넘겨 즉시 교체를 해야 한다. 내년까지 교체해야 하는 곳도 3곳이며 2~3년 밖에 남지 않은 곳도 3곳이나 되고 1곳만 8년이 남았다.
전북도는 경유차 운행금지 개시 시기가 1년간 유예돼 다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데다 ‘사랑의 열매 시회복지공동모금회’를 비롯해 기업과 단체들의 후원이 지속돼 차량교체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며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는 국비지원 운영시설로 도와 시군은 프로그램비만 추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지역아동센터는 차량운행의 필요성이 적고 차량구입이나 교체는 후원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은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차량은 연간 18대에 불과한데다 전국에 100여대를 지원했던 한국마사회의 후원도 중단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전북도의회 최영심(교육위원회·비례대표) 의원은 “차량 개조비는 관련 예산이 매년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올해에 한해 집행되는 예산임에도 예산 증액 없이 프로그램비를 사용토록 조치한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탁상행정의 전형적 행태”라고 질타했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무여건 속에서도 돌봄취약아동들을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다”며 “운영비가 부족해 차량 유류비도 모자란 상황에서 차량개조는커녕 차량 교체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 특단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