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내부거래와 미국 본사 로열티 지급 부담 가중…일본 불매운동 불똥 브랜드 이미지 악화도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지난해 영업손실 85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매출은 4조 683억 원으로 2019년 대비 0.2%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약 85억 3180만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2019년 영업이익 422억 3281만 원에서 1년 만에 무려 507억 원이 감소한 것이다. 이마저도 코리아세븐에서 금융서비스를 제외한 편의점 세븐일레븐만의 실적은 더 심각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매출액은 4조 434억 원, 영업손실은 141억 원이다. 2019년 1만 16개던 점포 수가 지난해 1만 501개로 증가했지만 오히려 실적이 나빠졌다. 경쟁업체인 CU와 GS25가 지난해 각각 영업이익 1636억 원과 2291억 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코리아세븐 측은 지난해 실적 부진의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꼽고 있다. 세븐일레븐 점포는 유독 관광상권에 몰려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또 유흥상권과 대학가에 소비자의 발길이 끊기며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세븐일레븐 위기의 원인을 코로나19로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븐일레븐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27.6%에서 2018년 24.4%로 감소했다. 2019년 24.6%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2020년 24.4%로 떨어지며 편의점업계에서 점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세븐일레븐의 성장세 둔화의 원인을 내부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은 물류를 계열사에 맡겼는데 그 비용이 그리 합리적인 것도 아니고, 수년 동안 그 관계가 이어져오니 부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리아세븐의 물류는 롯데그룹 내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코리아세븐이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지출한 비용은 1396억 원에 달한다. 또 롯데제과에 697억 원, 롯데칠성음료에 1104억 원, 롯데아사히주류에 14억 원의 상품을 매입했다. 코리아세븐은 총 40개의 롯데그룹 내 계열사와 영업거래를 했는데 이 가운데 33개 계열사에 총 5086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며 용역과 상품 등을 매입했다.
롯데그룹이 물류‧제조‧유통‧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만큼 코리아세븐도 롯데그룹 내 계열사 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GS25와 CU 역시 GS리테일과 BGF리테일 그룹 소속 기업으로 그룹 내 사업부나 계열사와 거래를 하지만 롯데그룹만큼 범위가 넓은 수준은 아니다.
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률이 매년 감소하며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BGF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 CU(씨유)는 물류사업부인 BGF로지스와 거래하고, 물류 거래로 인한 수익은 BGF리테일에 흘러 들어가지만, 롯데그룹의 코리아세븐은 타 법인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거래해도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없는 구조다.
세븐일레븐이 해외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븐일레븐은 매년 세븐일레븐 미국 법인에 상표권과 운영기술 도입에 대한 기술사용료를 지불해 왔다. 2019년에는 272억 원을 지급했는데,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로열티를 내야만 했다.
경쟁사인 GS25와 이마트24 등은 국내 기업으로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이 없다. 과거 ‘훼미리마트’였던 CU는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계약을 종료해 로열티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이미지 개선에 나서며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업계 다른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의 점주들은 2019년 소비자들의 ‘일본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고 불안했는지 그 이후에도 ‘다른 브랜드와 계약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세븐일레븐은 점주와 상생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미국 회사에 로열티를 내다보니 여유가 없어 집토끼도 잡지 못하고 시장점유율에서 밀리는 처지가 됐다”고 평가했다.
코리아세븐 측은 “올해는 하반기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이 높은 먹거리 특화 푸드드림 플랫폼 확대, 라스트오더 등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강화, 배달서비스 확대, 차별화 상품 강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전략적 점포 운영을 통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