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광풍·카카오 투자로 몸값 최대 20조 거론…“가격조정기 곧 올 수 있어 투자 신중해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미국 상장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
#암호화폐 광풍 타고 상장 도전?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최근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와 미팅을 진행 중이다. 두나무는 주식거래플랫폼 ‘증권플러스’와 ‘증권플러스 비상장’,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한다. 거래소는 투자자들이 거래할 때마다 총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거래액과 거래량에 따라 실적이 쌓이는데, 최근 업비트 내 거래량이 늘면서 두나무의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실적 상승세를 기회로 상장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두나무가 미국 시장을 택한 이유는 국내에서는 상장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암호화폐에 보수적인 입장으로 여전히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가치 평가 자체가 어렵고 상장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미국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고, 시장 규모도 국내보다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상품 가치에 대해 법률적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암호화폐가 금융투자자산이 아니다. 그런 자산을 거래하는 거래소는 상장이 될 수 없다”며 “미국은 포괄주의 방식으로 금융상품을 정의하기에 투자자산으로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두나무의 1분기 영업이익은 4200억 원 수준으로 추정,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책정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최소 5조 원 안팎에서 최대 20조 원까지 거론된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4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직상장해 흥행한다면 그 흐름을 타고 두나무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는 나스닥 장외거래 마지막 주 900억 달러(약 101조 8350억 원)에 육박했다.
카카오가 두나무에 지분을 투자한 점도 몸값 상승 요인이다. 카카오는 두나무 지분 22.5%를 직·간접적으로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는 두나무 지분 8.1%, 카카오벤처스의 케이큐브1호벤처투자는 11.7%, 카카오청년창업펀드는 2.7% 보유하고 있다. 상장 소식에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와 한화투자증권(6.15%), 우리기술투자(8%), 에이티넘인베스트(6%) 등 관련주들 주가도 치솟았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나무가 상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카카오다. 미국 시장에서는 두나무에 대한 신뢰가 없고 암호화폐 시장이 앞으로도 좋을지 의문이 있는데 카카오라는 큰 IT기업과 연결고리가 있는 거래소라고 하면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카카오가 웹툰 등 미국 내 네트워크가 있기에 두나무가 그 네트워크나 자원을 이용할 수도 있다. 카카오와의 관계는 두나무의 미래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고공행진하는 3월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두나무 및 관련주 투자 유의해야”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 때문에 두나무 상장과 흥행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 시세에 따라 거래량이 좌우된다. 암호화폐 상승이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조정기가 길게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앞서 2017년 광풍이 불었다가 2018년 조정기가 찾아왔고, 올 1월에도 시세가 급락하기도 했다.
앞서의 자본시장 전문가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특정 종목 내지는 상품에 광풍이 불고 나면 조정기가 찾아오는 것이 일반적으로, 조정기가 오면 거래가 주춤해지고 거래소들의 실적 하락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주식시장에서는 조정이 3~4개월 내 마무리되고 길어야 6개월이지만 비트코인의 경우 길게 3년 이상 갈 수도 있다. 머지않아 조정기가 올 것으로 예상 가능한 만큼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기에 암호화폐는 물론 두나무 및 관련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도 “화폐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공적인 발행 주체와 화폐의 기준이 되는 단위 가치가 있어야 한다. 암호화폐는 모두 없는 상태로 투기적 요소가 강하다”며 “네이버와 카카오, 페이스북 등 플랫폼업계도 자체 가상자산을 만들어 유통할 텐데, 그 자산 가치의 기준을 비트코인으로 삼을 리도 없다. 실체가 없는 자산이니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기업가치에 너무 거품이 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 시장에서 거론되는 최대 20조 원대의 평가는 올해 암호화폐 광풍에 따른 두나무의 실적을 기준으로 상정했기에 비정상적이라는 것. 두나무가 올해 3~4분기까지 1~2분기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올해 영업이익을 기업 평가의 기준으로 잡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두나무의 상장설을 두고 두나무 관련주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작전’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업비트의 거래규모는 법정화폐 기준으로 이미 코인베이스 다음인 세계 2위로, 3월 거래총액이 838억 달러에 이르지만, 이 중 상당수는 중국 자본일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자본의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면 미국 시장은 더욱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가 상장 소식에 거래소 업계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암호화폐는 투기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해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그 자체만으로 국내 시장에서 암호화폐가 제도권과 산업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상징적으로 후발주자들도 증시에 입성할 여지가 생길 수 있고 업계 위상이 달라지면 사업 환경이 보다 수월하게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 측은 상장과 관련해 “회사의 성장 발전을 위해 늘 여러 가능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