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모든 전직 대통령 집 경비 인력 철수…경호처 “사면되면 경호 대상”
2017년 3월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호를 받으며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검찰은 2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 서초구 내곡동 자택을 압류했다(관련기사 [단독] 검찰, 박근혜 내곡동 자택 압류). 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벌금 180억 원과 추징금 35억 원을 납부하지 않은 탓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집행2과는 압류에 앞서 박 대통령에게 2월 22일까지 벌금을 자진 납부하라는 명령서를 보낸 바 있다.
검찰이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에게 추징한 금액은 26억 원 정도다. 검찰은 2018년 박 전 대통령 내곡동 자택에서 수표와 현금 30억 원 정도를 발견했고, 이 가운데 예금으로 모아뒀던 26억 원 정도를 몰수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자택 압류와 동시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를 의뢰했다. 박 전 대통령 자택 공시지가는 2020년 1월 기준 14억 6400만 원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이 자산을 공고하면 10일 이내에 공매가 이뤄진다. 박 전 대통령 자택이 공매로 넘어갈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이 벌금을 완납하지 못하더라도 남은 추징금 9억 원가량을 납부하기만 한다면 자산 강제 압류는 중단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뒤인 2017년 5월 6일 삼성동에서 지금의 내곡동 자택으로 이사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퇴거 다음 날인 2017년 3월 13일 내곡동 자택을 28억 원에 샀다.
1990년부터 대통령 재임 기간을 빼고 쭉 살아오던 삼성동 자택을 판 건 2017년 3월 28일이었다. 삼성동 자택 매매 가격은 67억 5000만 원이었다.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매매 가격만 놓고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이사로 현금 39억 5000만 원을 확보한 셈이다. 검찰이 2018년 발견한 수표와 현금 30억 원은 주택 매매로 발생한 차익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6일 삼성동 자택을 떠나 내곡동 자택으로 이사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내곡동 자택은 삼성동 자택에 비해 매매 가격은 절반도 못 미치지만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된 단독 주택이라는 점이 같다. 총면적은 내곡동 자택(544.04㎡, 약 164평)이 삼성동 자택(317.35㎡, 약 95평)보다 넓다. 하지만 실생활 공간인 지상 1층과 2층 면적만 놓고 봤을 땐 내곡동 자택(287.02㎡, 약 86평)과 삼성동 자택(268.49㎡, 약 81평)으로 큰 차이 없다.
박 전 대통령 자택에 머무는 이는 없다. 현재 비어 있는 상태지만 대통령경호처가 경비 책임을 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 7조에 따르면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았거나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하지 않는다.
전직대통령법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가 파면된 뒤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 경호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은 경호 대상이라는 것이 청와대 대통령경호처의 설명이다.
청와대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전직대통령법에 보면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시) 다른 예우는 사라지지만 경호 관한 내용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경호 대상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으로 풀려난다면 경호처에서 경호하게 된다”고 전했다.
대통령경호법은 ‘본인(대통령이나 그 배우자)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해 퇴임 후 10년’ 동안 전직 대통령이나 그 배우자를 경호하게끔 돼 있다. 10년 경호가 끝나면 5년 연장할 수도 있다. 최장 15년 경호 기간이 끝나면 관련 업무는 경찰로 이관된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경호처장 판단에 따라 대통령경호처가 전직 대통령이나 그 배우자 경호를 경찰에 이관하지 않고 무기한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관련기사 [단독] 청와대 경호처, ‘기간 만료’ 권양숙 여사 경호하는 사연).
박근혜 전 대통령 내곡동 자택과 그 앞에 설치된 임시초소. 사진=박현광 기자
박 전 대통령 자택 경비는 본래 경찰에서 맡았다. 경찰은 2023년 의무경찰 폐지와 전직 대통령 자택 경비를 줄여야 한다는 국회 요구에 따라 2019년 12월부터 모든 전직 대통령 자택 경비 인력을 철수했다. 박 전 대통령 경비를 서던 경찰 또한 2020년 초 철수했다.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경비 인력 철수를 시작으로 현재는 모든 전직 대통령 자택 경비 인력을 철수시켰다”며 “인력 경호만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경비 인력을 철수하면서 경호처가 박 전 대통령 자택 경비까지 맡게 됐다. 집 내부 관리는 따로 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경비 인원은 “(박 전 대통령) 자택 청소 등 내부를 관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경비 인력은 자택을 찾은 취재진을 처음 만났을 때 “사설 업체 소속”이라면서 “대통령경호처에서 용역을 받아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경호법 5조엔 대통령 혹은 전직 대통령 경호 업무는 소속 공무원 혹은 관계기관 공무원이 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경호처에 4월 5일 오후 1시 30분쯤 문의했더니 대변인은 “사설 업체를 쓰지 않는다. 경호처 소속 인력”이라고 부인했다. 전화가 끝난 뒤 곧바로 박 전 대통령 자택의 경비 인력에게 소속을 다시 물었더니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라며 “내가 언제 사설 업체 소속이라고 했느냐”고 반문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