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 병풍 테이프 위조 최초 보도 파장…2007년 대선 땐 이명박 다스 자회사 존재 처음 알려
일요신문은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를 최초로 확인해 추적보도했다. 일요신문 228·229합본호 표지. 사진=일요신문DB
2002년 대선 과정에서도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특히 병무 관련 부사관 출신 김대업 씨가 2002년 7월 “이 후보 측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됐다”고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이른바 ‘병풍’ 사건이 터졌다. 김대업 씨는 그 증거라며 녹음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했다.
김대업 씨 녹음테이프를 두고 여러 의혹과 추측이 난무했다. 이 와중에 일요신문은 2002년 9월 ‘김대업 테이프 손댄 흔적 많다’(539호) 특종을 했다. 김대업 씨가 검찰에 ‘원본’ 녹음테이프라고 제출한 것과 동일한 테이프를 입수, 음성분석을 전공한 대학교수와 함께 성문분석을 해 “테이프 10여 곳 이상에 편집된 흔적이 있다”는 보도였다.
일요신문은 2002년 9월 ‘김대업 테이프 손댄 흔적 많다’(539호) 특종을 해 검찰 발표 내용을 전면 뒤집었다. 사진=일요신문DB
이 보도 직후 검찰은 김대업 씨가 제출한 테이프 성문을 정밀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대선 두 달 전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테이프가 ‘위조’임을 밝히며 수개월간 지속된 정치공방에 방점을 찍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제시한 최종 분석 결과는 일요신문이 보도한 내용과 거의 일치했다.
일요신문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타고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의원에 대해서도 자질검증에 나섰다. ‘정몽준 의원 대학 1년 유급의 비밀…커닝하다 정학당했다’(537호) 단독 보도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70학번인 정몽준 의원이 1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던 도중 부정행위를 하다 시험감독관에 발각돼 정학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 의원은 해당 학기 전과목이 수강취소돼, 이듬해 1학년 과정을 다시 이수한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부정행위 징계처분을 받은 정 의원이 동기생들보다 1년 늦게 어떻게 학군사관 후보생(ROTC)으로 뽑혔는지 선발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기사가 나가고 2주일 뒤 정몽준 의원은 대선출마 공식선언 전 기자들과 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대학교 1학년 때 커닝을 해 유급했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정 의원은 “고교 때엔 통제된 상황이었는데 대학 때는 처음에 규칙적인 생활을 못했다. (그때가) 2학기 마지막 시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생들도 학교에 별로 없었고”라고 답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요신문 537호 ‘정몽준 의원 대학 1년 유급의 비밀…’ 단독 보도 역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사진=일요신문DB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노무현 장인 좌익활동 논란’(516호) 기사를 통해 당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색깔론 공세에 대한 검증을 최초로 다뤘다. 노무현 후보 캠프 측에서는 노 후보의 장인이 한국전쟁 당시 좌익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돼 형을 살다 1971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옥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노 후보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의 단편이라면서 이제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노무현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상대 진영이 이를 문제 삼자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라고 열변을 토하며 정면돌파, 대선후보로 올라섰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다스를 추적했다. 당시 다스의 회장은 이명박 당시 전 서울시장의 친형 이상은 씨, 최대주주는 처남 김재정 씨였다. 정치권에서 ‘다스의 실질적 주인은 이명박 전 시장이 아니냐’는 의혹만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일요신문은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아킬레스건 다스를 추적했다. 일요신문 789호 표지. 사진=일요신문DB
경북 경주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제조사 다스가 홍은프레닝을 인수한 것은 2003년 5월이다. 주업종도 부동산 임대 및 관리업으로 바꿨다. 다스의 종속회사 중 자동차부품 제조 관련 회사가 아닌 곳은 홍은프레닝이 유일했다. 회사 이사진은 이명박 전 시장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일요신문은 다스의 홍은프레닝 인수 시점과, 홍은프레닝이 브라운스톤 천호 시행지에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을 준비한 시기가 이명박 서울시의 2003년 11월 제2차 뉴타운 지역 선정 발표 몇 달 전이어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수많은 범죄 혐의가 드러나 2020년 10월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이명박에게 다스가 있었다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남매인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박근령 씨, 측근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 등 친인척 문제가 있었다. 일요신문은 2012년 대선 직전 ‘박지만 최대주주 EG그룹 소유 빌딩에 텐프로’ 기사를 최초로 냈다. EG그룹이 그해 2월 210억 원가량에 사들인 서울 논현동 대로에 위치한 일명 ‘박지만 빌딩’ 지하에 강남 일대에서도 ‘물 좋기로’ 유명한 텐프로 유흥주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주점이 EG그룹 건물 매입 전부터 영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지만 회장을 비난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으나, 박근혜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논란거리로 작용했다.
일요신문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도 정치 입문부터 자질검증까지 끊임없이 추적했다. 일요신문은 2012년 7월 ‘안철수 올림픽 끝난 후 대권 출마선언’ 기사에서 안철수 원장을 만난 한 대학교수의 말을 빌려 “런던 올림픽이 끝난 후(8월 13일) 선언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9월은 넘기지 않는다고 하더라. 8월 말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안 원장은 9월 19일 정치권에 입문했다.
또 일요신문은 안철수 원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검증에 나섰다. 안철수 원장은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회장에 대한 구명운동에 참여했던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 원장 측은 재벌 자제들과 벤처기업인 모임인 ‘브이 소사이어티’ 회원 자격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하면서도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은 2004년 6월경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와 SK텔레콤이 공동으로 휴대폰용 백신 ‘V3 모바일’을 개발, 안 원장이 ‘사업적으로’ 최 회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황을 보도했다. 결국 안 원장은 대선 경쟁을 펼치다 문재인 당시 후보와 단일화가 실패하자 그해 11월 23일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대선 후보를 중도 사퇴했다.
이제 차기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유승민 원희룡 등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일요신문이 또 어떤 특종으로 판을 흔들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