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 수원대 교수
분명 세금을 올리는 것은 폭등하는 부동산 값을 잡으려는 정책이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좀처럼 서울 집값은 잡히지 않는다. 정책이 언제나 성공할 수만은 없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된 실패는 무능이다. 그래놓고도 남 탓만 하는 ‘태도’는 얻어맞을 만하다. 구제불능이다.
매번 진보정권에 투표했던 친구마저 이번엔 보수당에 투표했다고 털어놨다. 부동산세가 많이 올랐는데 올해는 더 오를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면 세금 내고 이사 가라고 하는 식이니 그 무표정 혹은 오만에 대한 저항이라고 했다. 집값이 올랐으니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오래도록 세금 걱정하지 않고 살던 동네에서 이제 월세 같은 세금을 내고 사는 꼴이 되고 있는데 누가 팔 의도도 없는 집값 올랐다고 좋아만 하겠는가. 그건 숫자놀음인데. 그 숫자놀음이 현실이 돼 내 집 마련이 꿈이 된 시민들의 박탈감까지, 이번 선거가 보여준 확실한 민심은 ‘분노’다.
분노가 한 일은 놀랍다. 오세훈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자마자 집값이 또 춤을 추었다는 것이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느 단지는 하루 사이에 2억이 올랐고, 어느 단지는 일주일 새 5억 이상이 올랐다고 한다. 이렇게 당황스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부동산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내년에 큰 선거가 둘이나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 눈여겨보게 되는 또 하나의 지점이 있다. 20대 남성의 반란이다. 그들 대부분이 ‘보수’에 투표했다. 60대가 보수에 투표한 것보다 많은 비율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젊은 층은 진보정권을 지지한다는 하는 생각을 선입견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들이 보수화된 것일까. 그들의 삼촌 이모 세대와는 달리 부모의 울타리에 안주하며 부모 세대를 따라 보수화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오염수 방류 결정을 내린 일본에 대해 분노하고,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는 램지어에 대해 항의한다.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미얀마 군부독재를 반대하고, 홍콩에 대한 중국의 폭력에 대해 숨막혀 한다.
그들은 세계시민이다. 그런 그들이 ‘보수’에 투표한 것은 그들이 보수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삶, 그것을 지켜봐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그들은 부모를 떠나 독립하고 싶다. 독립하고 싶은데 취업이 되지 않는다. 취업은커녕 시간당 1만 원일 줄 알았던 알바마저 사라지자 손발이 묶인 느낌이다.
완전히 다른 투표양상을 보인 20대 남성과 여성의 차이엔 ‘페미니즘 정권’에 대한 물음도 있다. 현재 20대 남성은 가부장적 전통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가부장제’는 풍문으로만 들었던 조선시대처럼 멀기만 하고 ‘남녀평등’은 개인주의만큼이나 자연스러운데, 아직도 ‘페미니즘’ 설파가 필요한 기성세대에 치여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중 하나, 왜 그 중요한 시기에 남자만이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 군대는 힘과 근력만이 필요한 집단이 아닌데. 이제 대선까지 1년이다. 그 짧은 시간 집권여당과 정부가 투표에 나타난 민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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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