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상승세’ 레알 vs 첼시…‘포체티노-과르디올라 대결’ 파리 vs 맨시티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이 완성됐다.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 파리 생제르망과 맨체스터 시티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페이스북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은 ‘가장 재미있는 축구경기’로 불린다. 현대 축구 전술 발전의 헤게모니는 대회의 위상을 떠나 월드컵에서 챔피언스리그로 넘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드컵은 여전히 모든 축구 선수에게 ‘꿈의 무대’로 꼽힌다. 하지만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반면 챔피언스리그는 매년 펼쳐진다. 그만큼 빠르게 축구의 트렌드가 투영된다.
팀으로서 보이는 유려한 조직적 움직임도 월드컵보다 챔피언스리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만 모여 호흡을 맞추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국가대표 경기보다 오랜 기간 지속적 훈련이 가능한 클럽 경기가 조직력을 보이기에 수월하다. 또 챔피언스리그 4강은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하는 무대다.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유럽리그 구단들을 물리치고 올라온 4팀만 남은 단계다. 단단한 전력 없이는 오를 수 없다.
1·2차전, 홈·원정으로 나뉘어 열리고 원정 다득점 원칙이 반영되는 대회 방식도 재미를 더한다. 4강전에 비해 결승전이 더 큰 무게감을 가지고 있지만, 단판으로 열리기에 다수 팀이 결승전은 조심스러운 운영으로 임한다. 반면 4강전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공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역대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는 숱한 명승부가 펼쳐져 왔다. 2018-2019시즌 4강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맞대결은 축구팬들에게 손꼽히는 명승부로 회자된다. 1차전 바르셀로나가 리오넬 메시의 2골, 루이스 수아레즈의 1골로 3-0 승리를 거뒀다. 바르셀로나가 결승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은 듯했지만 리버풀은 2차전 홈경기에서 4-0 승리를 거두며 극적인 역전을 일궜다. 리버풀 후보 공격수 디보크 오리기의 멀티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다른 구장에서 열린 아약스와 토트넘 홋스퍼의 4강전도 극적인 승부가 펼쳐졌다. 이번 시즌 역시 팬들은 4강에서 어떤 명승부가 열릴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토마스 투헬(왼쪽) 감독은 전임 램파드 감독이 경질되며 흔들리던 첼시를 수비력을 앞세워 안정시켰다. 사진=첼시 페이스북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고 감독으로 손꼽히는 지네딘 지단 감독, 이번 시즌 또 다시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4강에 올랐다. 앞서 지단은 레알과 함께 2016~2018년 3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아탈란타와 리버풀을 토너먼트에서 연거푸 꺾고 올라왔다.
레알은 최근 2시즌 연속 16강에서 멈췄지만 3년 만에 4강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린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수월하지 않았다. 리그 초반 연거푸 승점을 잃으며 지단 감독 경질설이 나돌기도 했다. 코파 델 레이, 수페르코파 등 컵대회에서도 첫 경기 패배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손쉬운 상대들에 승점을 따내지 못하면서 힘들게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이들의 어려움은 선수들의 부상 때문이었다. 선수들이 돌아가며 부상했고 특히 수비진의 공백이 컸다. 지난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도 라파엘 바란, 세르히오 라모스, 다니 카르바할 등 주전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빠졌고 대체 자원 루카스 바스케스마저 후방 십자인대를 다쳤다.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에당 아자르는 이번 시즌 부상으로 빠진 경기가 27경기에 달한다.
그런데도 레알은 후반기로 접어들며 승부처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리버풀과 8강전을 1승 1무로 잡아냈고 그 사이 열린 리그 라이벌전 바르셀로나와 경기도 2-1 승리를 거뒀다.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패배를 하지 않았고(8승 2무) 멀어진 줄 알았던 리그 1위를 승점 단 1점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레알을 상대할 첼시 기세도 만만치 않다. 첼시 역시 이번 시즌 부침을 겪었다. 지난 시즌 성공을 거둔 구단 레전드 출신 램파드 감독이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경질됐다. 소방수로 투입된 토마스 투헬 감독은 빠르게 팀 분위기를 안정시켰다.
투헬 감독은 첼시 부임 이후 18경기에서 단 2패만 당했다(12승 4무 2패). 그 중 1패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FC 포르투와 경기(0-1 패)였다. 1차전 여유 있는 승리(2-0 승)에 힘입어 결과적으로 첼시는 포르투를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투헬 감독은 흔들리던 첼시에 부임해 수비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르투와 2경기에서도 단 1골만 내주며 목표를 달성했다. 비록 3골 이상 넣은 다득점 경기가 단 1경기에 불과했지만 2골 이상을 내준 경기도 단 1경기였다. 실점을 최소화하며 승점을 쌓아 올리고 있다. 투헬 체제 18경기에서 첼시는 9실점만 기록했다.
토너먼트에서 수비력은 우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력이 부족하더라도 수비력으로 실점을 막아낸다면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로 승부를 볼 수 있다. 첼시는 팀 역사상 유일한 챔스 우승을 차지했던 2011-2012시즌에도 거듭해서 적은 골만 주고받은 끝에 결승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한 좋은 추억이 있다.
포체티노 감독(왼쪽)과 과르디올라 감독(오른쪽)이 또 다시 만났다. 이들은 앞서 18번의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상대 전적은 과르디올라가 앞선다. 사진=연합뉴스
파리와 맨시티 사령탑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앞서도 숱하게 맞대결을 펼쳤다. 포체티노로선 감독 커리어에서 가장 많이 상대했던 인물이 과르디올라다. 스페인(에스파뇰)과 잉글랜드(토트넘) 무대를 거치면서 포체티노는 과르디올라와 18경기에서 만났다.
포체티노가 그동안 중상위권 전력의 구단들을 맡아왔던 것과 달리 과르디올라는 우승권 팀을 이끌었기에 역대 전적에서 과르디올라가 절대적으로 앞선다. 이들 간 18경기에서 과르디올라가 10승 5무 3패를 기록했다. 포체티노는 3승밖에 따내지 못한 채 과르디올라에게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포체티노가 웃었다. 2019년 4월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포체티노의 토트넘, 과르디올라의 맨시티가 만났다. 이들은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토트넘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미소를 지었던 포체티노다.
파리는 2011년 카타르투자청의 막대한 ‘오일머니’가 유입된 이후 꾸준히 유럽 정상을 노렸지만 8강, 16강에서 멈추며 10여 년 가까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으며 이번 시즌은 결승에서 패배를 안긴 바이에른 뮌헨에 복수하며 4강 무대를 밟았다. 파리가 자랑하는 세계 최강급 공격진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 앙헬 디 마리아가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만큼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맨시티 역시 아랍에미리트(UAE) 자본의 투입 이후 세계가 주목하는 강호로 떠올랐지만 챔피언스리그와 인연은 없었다. 파리와 달리 결승전 경험조차 없다. 5년 만에 다시 오른 4강인 만큼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도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과는 중요하다. 바르셀로나, 뮌헨, 맨시티를 거치며 세계 축구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감독이자 숱한 리그 우승 트로피(스페인 3회, 독일 3회, 잉글랜드 3회)를 들어 올렸지만 챔피언스리그는 바르셀로나 시절(2회) 이후 인연이 없다. 토너먼트 주요 길목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을 잡히는 징크스를 떨쳐 버려야 한다.
레알, 첼시, 파리, 맨시티, 어느 한 팀도 무시할 수 없는 라인업이다. 이들이 펼치는 ‘지상 최고의 축구 쇼’ 챔피언스리그 4강은 오는 28일 새벽 파리와 마드리드에서 각각 시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