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NC 훈련장에서 처음 만나…프로 입문 후 타자 전향, 일찍 가정 꾸린 점 일치
추신수와 나성범은 KBO리그에서 만나기에 앞서 미국 스프링캠프지에서 우정을 나눈 바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나성범은 추신수한테 받은 사인볼도 공개했는데 추신수는 공에 ‘최고의 선수에게’라고 적었다. 나성범이 추신수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자 추신수가 사인볼로 응답한 것이다.
추신수와 나성범의 인연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2014년 2월 NC가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 스프링캠프를 차렸을 때 추신수가 NC 훈련장을 방문해 김경문 전 감독과 인사를 나눴고, 당시 나성범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첫 인연이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어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아마추어 시절 투수로 활약하다 프로 입문 후 타자로 전향했다는 점, 타격과 파워, 주루, 수비, 어깨 등을 고루 갖춘 ‘5툴 플레이어’로 활약했다는 사실, 외야수로 뛰고 있는 부분, 결혼을 일찍 해 가정을 꾸린 스토리까지 일치했다.
이후 추신수는 나성범을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방망이를 챙겨 보낸 적도 있었고, 나성범이 첫 아들을 낳았을 때 선물을 통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롤모델로 추신수를 꼽았다. 추신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성범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 했을 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추신수는 이전 인터뷰에서 나성범이 무릎 부상으로 한 시즌을 쉬고 힘든 재활 끝에 다시 야구장에 섰을 때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성범이가 큰 부상을 당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잘 극복하고 이겨낸 덕분에 올 시즌(2020)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진심으로 반가웠다. 흔히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비유하는데 어떤 선수도 항상 정상의 자리에 있을 수 없다. 마이크 트라웃도 데뷔 1, 2년은 어렵게 보냈듯이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련과 희망을 반복하며 더 멀리 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나도 2016년 한 시즌에 4차례의 부상을 당했다. 힘든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해야 한다. 성범이에게 지금의 어려움은 다시 일어서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조언해줬다.”
나성범은 당시 추신수가 건넨 조언이 큰 힘과 위로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의 어려움은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 부분이 크게 와 닿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노크했던 나성범은 추신수가 한국에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만날 줄 알았던 롤모델을 KBO리그에서 만난 기쁨이 추신수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로 이어진 셈이다.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선후배들의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