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로봇 연상 디자인에 훌륭한 연비…충전 시간과 가격은 넘어야 할 벽
아이오닉5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현대차는 지난 2월 25일부터 전국 영업점을 통해 아이오닉5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사전 계약 첫날 이뤄진 아이오닉5의 계약은 총 2만 3760대로 사전 계약 첫날 기준 현대차 최대치를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2019년 11월 출시된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의 1만 7294대였다.
전동화 모델은 제조사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현대차는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뤘을까. 기자가 탑승한 모델은 아이오닉5 롱레인지 2WD 프레스티지 트림이었다.
현대자동차의 첫 전기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 5(사진)’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아이오닉5의 디자인은 그 자체로도 전기차를 연상시킨다. 전면부는 후드와 펜더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했고, 좌우로 길게 위치한 얇은 헤드램프까지 겹쳐 첨단 기술의 이미지를 갖췄다. 라디에이터 그릴 없이 전면·후면·측면이 전체적으로 일체감을 확보했다. 마치 로봇이 자동차로 변신한 듯한 디자인이었다. 아이오닉5는 3000mm에 달하는 축간거리를 확보했다. 덕분에 체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변속기가 사라진 실내 공간 역시 일반 차량과 달랐다. 전진·후진 등의 조작은 핸들 옆에 있는 레버로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시트의 다리받침은 잠시 차를 멈추고 휴식을 취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비게이션과 한 몸으로 연결된 계기판에는 오로지 스크린 화면만 존재했고, 사이드미러도 디지털 화면으로 구성돼 아날로그에서 완벽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와이퍼나 깜빡이 등을 조절하는 레버는 상당히 컸다 시각적으로는 첨단 이미지에 어울렸지만 그만큼 무게도 늘어나 살짝만 건드려서 조등작했던 기존 차량과 달리 약간의 힘이 들어가야 했다.
아이오닉 5의 내부 모습. 사진=박형민 기자
아이오닉5의 연비는 모델에 따라 4.5~5.1km/kWh 수준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 ‘하이차저(Hi-Charger)’ 요금인 1kWh당 299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00km 이동을 위해서 5800~6600원이 든다. 비슷한 크기의 준중형 SUV인 투싼의 연비는 11~14.8km/L로 휘발유 가격이 L당 약 1500원임을 감안하면 100km 이동할 때 드는 비용은 1만 130~1만 3600원 수준이다.
이날 기자가 달린 거리는 82.4km. 평균연비는 8.0km/kWh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 주로 주행하기는 했지만 현대차의 소개보다 더 연비 효율이 좋았다. 8.0km/kWh 연비로 100km를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은 3737.5원이다.
전기차는 충전 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하이차저에서 직접 충전을 해보니 14.9kWh 충전에 6분이 걸렸다. 아이오닉5 스탠다드 모델의 배터리 용량은 58kWh, 롱레인지 모델의 용량은 72.6kWh다. 단순 계산하면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에서 완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스탠다드 모델의 경우 약 23분, 롱레인지 모델은 약 29분이다. 그러나 현대차 직원 설명에 따르면 배터리 충전량이 80%가 넘어간 후에는 충전 속도가 늦어져 실제로는 시간이 더 걸린다.
일반 내연기관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아이오닉5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의 반응이 민감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주행 중 액셀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지만 아이오닉5는 급격하게 속도가 줄었다. 브레이크 역시 살짝만 밟아도 속도가 급감한다. 일반 도심 지역에서는 액셀을 살짝만 밟아도 만족할 만한 속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편의사양으로는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이 눈에 띈다. V2L 기능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높은 3.6kW의 소비전력을 제공해 야외활동이나 캠핑 장소 등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대부분 전기차가 그렇듯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의 가격은 기본 트림(익스클루시브)이 5200만~5250만 원, 고급 트림(프레스티지)이 5700만~5750만 원이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혜택(최대 300만 원)과 구매보조금(서울시 기준 1200만 원)을 반영하면 롱레인지 기본 트림은 3000만 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 모델은 아직 주행거리 인증이 완료되지 않은 관계로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