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하나로통신, 워커힐 호텔, 두루넷, LG카드….
한때는 국내 경제계에서 내로라하던 기업들이다.
갑자기 이들 기업을 거론한 것은 전혀 사업적으로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이들 기업이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미국계 대표적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과 하나로통신의 대주주다. 현재 뉴브리지는 제일은행 지분 48.56%, 하나로통신 10.72%를 보유한 1대 주주.
워커힐호텔과 두루넷, LG카드측에서 보자면 뉴브리지는 이들 회사의 경영권을 노리는 인수 의향자다. 뉴브리지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이들 기업을 인수하겠다며 야심을 보인 적이 있다.
이처럼 뉴브리지는 불과 몇 년 전 국내 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처음 손을 뻗친 이후에 통신, 유통, 카드사에까지 두루두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론스타와 함께 뉴브리지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뉴브리지가 어떤 배경을 가진 회사인지, 경영진에 어떤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그들이 국내 기업 인수시장에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자기 회사를 외부에 오픈하는 데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지 불과 5년 만에 굵직한 기업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대상자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뉴브리지는 어떤 회사일까.
뉴브리지캐피털이 생긴 것은 지난 94년. 미국계 투자펀드였던 블럼(Blum)캐피털과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합작해 설립한 것이 바로 뉴브리지캐피털이다. 이들 중 오랫동안 펀드를 운영한 곳은 블럼캐피털이었다.
블럼은 지난 7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탄생한 투자목적용 펀드다. 당초 정확히 몇 명이 이 펀드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미국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서부지역 갑부 20여 명이 모여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펀드가 설립될 당시 목적은 미국 내 유망한 기업에 투자, 수익을 낸 뒤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국 언론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블럼캐피털은 당시 한 해에 4~6개 정도의 공기업 또는 사기업에 투자, 수익이 발생하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돼 있다.
이들이 회사에 투자하는 금액은 원화로 환산할 때 최소 1천2백억원에서 최대 3조6천억원 가량. 이사회 구성은 체어맨 한 명, 파트너 7~8명, 부사장, 어소시에이트 등이다.
이와는 반대로 뉴브리지의 또 다른 축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역사가 짧은 신생펀드다. TPG는 지난 1993년 미국 남부 텍사스에 본거지를 두고 설립된 투자펀드.
이 그룹 역시 정확히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50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여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구성은 블럼캐피털과 비슷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TPG는 펀드 출범 초기부터 투자 대상을 미국 내 기업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세계로 눈을 돌렸다는 데 있다.
이들 블럼과 TPG가 공동으로 뉴브리지캐피털을 세운 것은 아시아 시장 공략 때문.
뉴브리지는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회사들에만 투자를 하기 위해 생긴 특별 펀드인 셈이다. 뉴브리지가 본격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기업 사냥에 나선 것은 설립된 지 4년 만인 지난 98년이다. 한국이 IMF 체제에 들어가면서 ‘먹거리’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98년 11월 홍콩의 대표적 부동산업체인 ‘케리부동산’을 인수한 이후, 12월에는 인도네시아의 반도체 서비스업체인 ‘AIT’를 인수했다. 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은 비슷한 시기였다.
지난 98년 말 국내 정부는 제일은행의 새 주인을 찾고 있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뉴브리지를 선정했다. 이후 국내 정부와 뉴브리지의 의견 차이로 인해 한때 제일은행 매각은 결렬 수순을 밟기도 했으나, 결국 6개월 만에 이들이 본계약을 체결했다.
뉴브리지가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1999년 7월의 일이다. 이후 이들은 지난 2000년 중국의 ‘선전개발은행’, 인도 제약회사인 ‘매트릭스’, 중국 최대네트워크솔루션사업자인 ‘줌네트워크’에 이어 지난 2003년 일본 3위의 통신사업자인 ‘재팬텔레콤’까지 손에 넣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하나로텔레콤의 경영권이 이들에게 넘어갔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대략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기업에 쏟아 붓는 투자금액은 최소 6백억원 선이다.
이들은 단순한 지분 투자뿐 아니라 회사 경영권을 인수, 미국 본사로부터 직원을 급파해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바이아웃(Buy out)’ 전략을 주로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뉴브리지는 기업 인수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곧장 미국 현지에서 경영자를 보내고 있다.
지난 제일은행 인수 때도 그랬다. 뉴브리지는 은행 인수 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리처드 블럼 회장이 곧장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정도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뉴브리지캐피털의 회사 경영 방침을 두고 말이 많다. 뉴브리지가 투자펀드여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고 난 뒤 회사 경영과 상관없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의 지분을 외국계 은행인 HSBC측에 매각한다는 얘기가 한 차례 돌기도 했다. 당시 뉴브리지는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으나, 충분한 가격을 제시하면 검토할 수도 있다”고 공시해 국내 금융 시장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탓할 수도 없다. 어차피 펀드의 설립 목적 자체가 투자금이 당초 설정한 목표수익을 달성하면 언제라도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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