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기영옥과 함께 농지법 위반 입건…“아버지께 일임” 땅 매매 당시 국내 체류
기성용과 아버지 기영옥 전 부산 아이파크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들은 농지법 위반, 불법 형질변경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으로 농지가 중장비 차고지로 변경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프리미어리거·K리그 구단 단장이 농사 계획?
지난 22일 광주경찰청은 기성용과 그의 부친 기영옥 전 부산 아이파크 대표이사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인 부자 중 하나인 기영옥-기성용 부자의 혐의는 농지법 위반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과거 농지를 매입하며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한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일대 토지 10여 필지(약 1만 5000㎡, 약 4500평)를 사들인 시점은 2015~2016년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던 시기다. 기영옥 전 대표는 2015년부터 광주 FC 단장으로 부임했다. 경찰은 당시 이들이 농사를 지을 뜻이 없음에도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판단, 농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불법 형질변경 혐의도 있다. 이들이 매입한 농지 중 일부는 현재 중장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인근 토지가 광주광역시와 건설업체가 시행하는 개발특례사업에 편입돼 보상을 노렸거나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찰은 살피고 있다. 이들이 땅을 사들인 2015년과 2016년을 전후로 주변 도로가 개통(2015년)됐고 특례사업지 선정(2017년)이 있었다.
기성용은 자발적으로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학폭 의혹과 관련해 결백을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김상래 기자
#이어지는 시련과 구설
유럽 무대와 국가대표팀에서 10여 년간 활약해온 기성용은 2020년 1월 이후 어려움을 지속해 겪고 있다. 뉴캐슬 소속으로 2019-2020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상으로 전반기 일정 대부분 경기에 뛰지 못했다. 감독의 구상에서도 제외되며 겨울 이적시장을 틈타 뉴캐슬과 계약을 해지했고 국내 복귀설이 돌았다.
전북 현대에서 기성용의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친정팀 FC 서울과 관계가 맞물리며 K리그행이 무산됐다. 전북 유니폼을 입는다면 서울 구단에 위약금을 지급해야 했다. 서울 구단도 기성용의 영입을 추진하는 듯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불협화음만 내며 결렬됐다. 서울 구단은 스타플레이어의 복귀를 노리는 팬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기성용은 다시 유럽으로 눈을 돌렸다. 자유계약(FA) 신분이었기에 이적시장이 닫혔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RCD 마요르카 유니폼을 입었다. 기성용은 “라리가에서 뛰는 어릴 적 꿈을 이뤘다”며 기쁨을 표했지만 경기장 위에서 모습을 오래 보이지는 못했다. 부상 회복 이후 단 1경기, 8분의 출전 시간만 기록한 이후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장기간 리그가 중단됐고 결국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로 시즌을 마쳤다.
이어진 여름 이적시장에서 결국 자신이 프로 경력을 시작했던 서울과 다시 손을 잡았다. 10여 년 만에 친정팀 유니폼을 입고 녹슬지 않은 감각을 과시했지만 돌아온 K리그에서도 부상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후반기 팀이 치른 15경기 중 5경기에만 나섰고 소화한 출전 시간은 123분에 불과했다.
2021시즌에 앞서 기성용은 의욕적으로 준비했다. ‘차이를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개막전을 치르기 직전 또 다시 악재가 터졌다. 기성용에게 학창시절 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단순 폭력 외에 성폭력까지 있었다는 주장이 이어지며 상승곡선을 그리던 컨디션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기성용은 학폭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도 경기력을 증명했다. 3월 6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충격적인 내용의 폭로에도 기성용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결백을 주장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폭행과 성폭력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억울한 심경을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K리그 개막 이후 꾸준히 경기에 나서던 기성용은 이내 전성기 기량을 회복한 듯 맹활약을 펼쳤다. 개막 첫 3경기에서 도움 1개만 기록했던 그는 이후 3경기에서 각각 1골씩 기록하며 팀의 3연승 행진을 이끌었다. 3월 한 달간 6경기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 사이 폭로전은 소송전으로 전개됐지만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실력으로 소란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성용과 FC 서울의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리그 9라운드부터 기성용이 허벅지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되자 팀은 기성용 없이 치른 3경기에서 내리 패배를 당했다. K리그2 소속 서울 이랜드FC와 만나 FA컵에서 성사된 사상 최초의 서울 더비에서도 기성용은 경기장 밖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최근 6연패를 기록 중인 최악의 상황에서 기성용의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나온 것.
#‘투기 의혹’ 기성용, 고개 숙였지만…
이어지는 폭로전 속에서도 당당히 결백을 주장하던 기성용은 이번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즉각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튿날인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물의를 일으키게 돼 정말 죄송하다. 2016년, 아버지께서 축구센터를 제안했고 한국에 계신 아버지께 모든 것을 일임했다. (땅을 사는 곳에) 농지가 있었는지, 농지가 문제가 되는지조차 몰랐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무지에서 비롯된 명백한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투기 의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돈만 좇아 살려고 했다면 같은 해 중국에서 큰 액수의 오퍼가 왔을 때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이 주는 행복보다 더 중요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단과 팬들께도 사죄드리고 앞으로 선수생활에 더욱 전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의 사과와 투기 의혹 부인에도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기영옥 전 대표는 투기 의혹이 일자 “기성용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짓기 위해 매입한 것이다. 투기 목적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농지 매입할 때 필수 제출 서류인 농업경영계획서까지 작성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에 입건된 이유 중 하나가 농지법 위반 혐의였다.
기영옥 전 대표는 앞서도 금전 관련 문제에 연루된 바 있다. 2020년 말 부산 아이파크 대표이사로 부임했지만 광주 FC 단장 시절 횡령 의혹이 드러나 임기를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구단 운영비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광주시 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사 진행 이후 인출한 구단 운영비 3억 원가량을 곧 상환했고 회계 지식이 부족한 점을 들어 횡령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기 전 대표는 처벌은 면했으나 대표직을 불명예스럽게 내려놔야 했다. 이후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엔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렸다. 지속적으로 금전 관련 지적이 이어지는 탓에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성용은 “아버지께 모든 것을 일임했다”고 해명했지만 토지 매매에 기성용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들 부자가 매입한 10여 필지의 토지 중 일부 기성용 명의 토지 매매 날짜가 2016년 7월 말, 9월 초, 11월 중순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교롭게도 스완지 시티에 소속돼 있던 기성용이 국내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2016년 7월은 시즌 준비를 위해 팀 훈련에 합류해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6월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기성용은 국내에서 홀로 몸을 만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9월과 11월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재임 시절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일정이 열리는 시기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