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하루 어미 유무 살펴야, 축축하고 더럽다면 구조 필요…“단순 연민으로 냥줍 금물”
날씨가 풀리는 4~6월이면 길냥이들이 번식을 시작해 거리 곳곳에서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 이른바 ‘아깽이’들이 어미를 잃은 채 발견되는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사진=제보자 제공
정 씨도 마찬가지였다. 고양이는커녕 강아지조차 키워본 적 없었다. 정 씨가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게 된 것은 동정심 때문이었다. 정 씨는 “평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없었다. 처음엔 ‘여기 이대로 두면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무작정 데려왔다. 내가 살린다면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앞뒤 재지 않고 데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곧바로 후회했다. 그는 “새끼 고양이는 ‘야옹’이 아니라 ‘삑삑’ 하고 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낮이고 밤이고 하루 종일 우는 바람에 처음 일주일은 하루 3시간도 채 자지 못 했다.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줬는데 밤새도록 울었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 ‘제자리에 데려다 놓을까’라는 고민도 했다. 반대로 울지 않으면 숨을 쉬고 있나 걱정이 됐다. 밥은 2시간 간격으로 먹여야 했고 각종 검사와 예방접종에 수십만 원이 들어갔다. 한동안은 회사에도 데리고 다녔다”며 “지금은 반려묘 때문에 너무나 행복하지만 ‘냥줍’은 단순히 연민이나 동정의 감정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 씨의 의견에 크게 동의했다. 불쌍하다고 무작정 데려왔다가는 고양이와 구조자 모두에게 낭패일 수 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따르면 새끼 고양이 구조에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먼저 인근에 어미 고양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어미 고양이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안전한 장소에 새끼를 낳고 먹이를 구하러 떠난다. 사냥이 잘 되지 않으면 길게는 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또, 더 안전한 곳으로 은신처를 이동하는 중일 수도 있다. 따라서 새끼 고양이의 건강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최소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어미 고양이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은신처를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새끼 고양이를 함부로 만져서도 안 된다. 사람의 냄새가 묻으면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버리고 도망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털이 보송하고 눈곱이 없고 코가 분홍색이라면 어미 고양이가 돌보고 있다는 뜻이므로 만지지 않고 놔두는 것이 좋다. 반면 같은 자리에 장시간 방치되어 있거나 몸이 젖어있고 털과 항문 주변이 더럽다면 구조가 필요한 고양이므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지켜본 결과, 어미 고양이가 나타나지 않고 새끼 고양이가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어 구조를 했다면, 혹은 새끼 고양이가 자신을 계속 따라와 집에 데려오게 됐다면 이후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이를 파악하는 것이다. 김수정 수의사는 “가장 먼저 할 일은 병원을 데려가는 것이다. 거리 생활을 하며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만약 당장 병원을 갈 수 없는 시간이라면 대략적인 나이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관리를 한다. 또 구조를 한 시점이 밤이라 분유를 구하기 힘들다면 소량의 설탕물이라도 먹이고 재워야 저혈당쇼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서울숲 인근에서 길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이를 파악할 수 있는 요소는 ‘치아’와 ‘눈’이다. 눈조차 뜨지 못했다면 생후 7~10일 미만의 새끼다. 새끼 고양이는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때는 무엇보다 25~28℃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조절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핫팩 혹은 30~35℃의 따뜻한 물을 페트병에 넣고 수건에 감싸 새끼 고양이 옆에 함께 둔다. 털이 지저분하다고 바로 목욕을 시키는 것도 금물이다.
앞니가 나기 시작했다면 생후 2주 정도로 본다. 송곳니가 있다면 3~4주, 어금니가 있다면 4~6주, 젖니가 다 있다면 생후 8주 정도로 가늠할 수 있다. 태어난 지 얼마나 지났는지에 따라 분유 급여 간격도 달라진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라면 분유와 물을 1 대 2 비율로, 그 이후라면 2 대 3의 비율로 타서 준비한다. 생후 1주일 미만일 경우 2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해야 하며 1주가 지났다면 3시간, 생후 2주라면 4~6시간, 생후 3주가 지난 것으로 보이면 하루 4번은 영양을 공급해 줘야 한다. 직장을 다니는 1인 가구가 쉽게 새끼 고양이를 기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후 4주까지는 배변활동도 혼자서 하지 못 한다. 이때 구조자는 따뜻한 물수건이나 천을 손가락으로 감싼 후 항문 주변을 ‘톡톡’ 쳐 배변을 유도해줘야 한다. 이는 어미 고양이가 새끼의 항문을 핥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생후 5주가 지나면 자연스레 모래에 배변을 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모래상자를 준비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돌본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변수는 늘 생긴다. 길 고양이에게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는 태생적으로 헤르페스, 진드기, 설사 등의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 고비를 넘기고 살다가 갑작스레 복막염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고양이에게 복막염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길 고양이 다수가 가지고 있으며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김 수의사는 “지난해 한 고양이를 고양이별로 보냈다. 복막염으로 시력을 잃고 숨도 잘 쉬지 못 해 하루하루가 고통인 아이었다. 결국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안락사를 진행했다. 보호자가 길에서 구조해서 키운 지 8개월이 넘었던 시점이었다”고 했다.
그는 재차 신중한 구조와 입양을 당부했다. 김 수의사는 “무조건 구조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올바른 구조는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책임감도 부여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뜻하지 않게 찾아올 슬픔을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사히 건강하게 커준다면 최소 15년은 함께 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