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개선했지만 생산 차질 불가피…전기차 배터리는 ‘독립선언’
포드는 29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올해 차량 생산 차질 예상치가 11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포드는 29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부문 올해 1분기 매출이 335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322억 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순이익은 33억 달러로, 2011년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실적 개선엔 가격 인상과 비용 통제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포드 측은 밝혔다.
그러나 포드는 올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25억 달러(약 2조 7705억 원)의 세전수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 1분기 생산 차질 규모는 17% 수준이었고, 2분기 생산은 계획 물량 대비 50%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연간 차량 생산 차질 규모는 110만 대다. 종전 생산 차질 예상치(20만∼40만 대)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존 롤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같은 감산 결정에는 일본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의 공장 화재 여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의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반도체 제조 장비가 훼손돼 공급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롤러 CFO는 “르네사스의 칩 흐름은 7월에 회복될 것”이라며 하반기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자동차 반도체의 전 세계적인 부족은 내년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드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선 ‘독립 선언’을 했다. 지난 4월 27일 전기차 배터리 설계와 생산을 장악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취했다며 미시간주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전지를 연구개발할 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만 평방피트 부지에 세워질 이 센터는 ‘포드 아이언 파크’(Ford Iron Park)라는 이름으로 내년 개관을 목표로 설립된다. 1억 85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투자하고 150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포드는 밝혔다.
포드의 이번 발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향후 몇 년간 공급 부족에 빠질 거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수백개의 전기차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려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배터리와 같은 핵심 부품의 공급난이 극심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 전체 생산 비용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비싼 부품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체 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는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배터리 생산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체 생산을 염두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포드는 자체 배터리 생산 전까지는 외부 공급업체들에 의존할 전망이다. 내년 출시를 앞둔 F-150 픽업트럭의 전기차 버전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