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국내 복귀도 도쿄올림픽 위한 포석…이재영·이다영 빠져 쉽지 않은 도전 될 듯
‘배구여제’ 김연경은 그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숱한 명승부를 만들어왔다. 그가 오는 7월 개인 커리어 세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시즌 만의 복귀와 올림픽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김연경의 국내 복귀였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프로무대에 데뷔, 4시즌간 활약한 후 해외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일본, 터키, 중국을 오가며 활약했고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김연경의 복귀에는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강하게 작용했다. 김연경이 복귀를 결심하던 당시 감염 우려에 다수 국가의 프로배구 리그가 중단됐다. 김연경은 비교적 차질 없이 일정이 진행될 수 있었던 국내 V리그를 선택한 것이다.
김연경이 친정팀으로 돌아온 이유는 또 있다. 도쿄올림픽을 더 수월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앞서 2017년 터키에서 6년간 생활을 마치고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행을 선택하면서도 “한국과 가까운 중국이기에 국가대표팀 합류가 편하다”는 장점을 들었다. 실제 리그가 진행되는 중에도 터키보다 편하게 한국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김연경은 12년 만에 돌아온 국내 무대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며 다시 한 번 기량을 입증했다. 사진=KOVO 페이스북
#마지막 올림픽 될 가능성
모든 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이자 목표다. 김연경 역시 마찬가지다. 김연경은 선수생활 내내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를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김연경은 대표팀 핵심선수로 활약하며 국제배구연맹에서 선정한 올림픽 MVP로 꼽혔다. 자신이 세계 배구 무대에서 최고 선수임을 증명한 무대였다.
하지만 김연경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대표팀이 본선 무대를 밟았고, 1976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올랐다. 그럼에도 동메달이 걸린 3, 4위전에 숙적 일본에 아쉽게 패했다.
이는 김연경의 올림픽 메달 염원을 더욱 강하게 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국가대표 일정에 적극 참여해왔다. 국가대표 합류를 위해 소속팀 선택마저 고민할 정도였다. 때론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 소집을 기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동료들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첫 올림픽 이후 4년 뒤인 2016 리우올림픽, 조별 예선에서 일본을 다시 만나 3-1 승리로 설욕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4년 전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네덜란드에 패하며 8강에서 멈췄다.
도쿄올림픽은 김연경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공산이 크다. 1988년 2월생 김연경은 올해 만 33세가 됐다. 2024 파리올림픽 참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연경도 이번 올림픽 무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VNL 넘어 올림픽으로
이번 여름 대표팀은 VNL로 일정을 시작한다. 배구 강국 16개국이 정상을 놓고 겨루는 VNL은 올림픽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탐색전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리그 방식으로 치러지는 대회기에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대표팀은 이전에도 VNL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 2019 대회에선 4강, 8강에 연거푸 진출했던 올림픽과 달리 15위에 그친 바 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 리미니에 18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대회 출전 엔트리는 14명이지만 경기마다 변경이 가능하다. 다수의 선수를 교차 기용하며 전력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올림픽에 나설 최종엔트리 12명이 결정된다.
대표팀은 이미 훈련에 돌입했다. 4월 24일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단이 소집돼 훈련을 시작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스태프들은 소속팀 일정으로 4월 29일 귀국,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5월 13일 팀에 합류한다. 현재는 강성형 수석코치가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지난 올림픽에서 4강과 8강에 올랐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호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V리그에 몰아친 학폭 논란이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징계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다. 배구계 이견을 찾아보기 힘든 징계지만 전력 면에서는 분명히 악재다. 이들은 라바리니 감독 체제에서 핵심선수로 활약하던 자원이다.
세터 이다영은 대표팀 생활 초기 불안함을 보였지만 발전하는 모습으로 신임을 얻었다. 이재영은 V리그 MVP를 수상하는 등 김연경 복귀전까지 국내 배구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다영이 빠진 세터에는 안혜진 염혜선 김다인이 경쟁한다. 대표팀은 이전까지 이숙자 김사니 이효희 등 1980년대 초반생 세터 이후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다영이 이들의 계보를 잇는 듯했지만 자리를 비우게 됐다. 라바리니 감독은 주전 세터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영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는 이소영이 첫 손에 꼽힌다. 그간 잦은 부상으로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못하는 때가 많았던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난 시즌을 보냈다. 주장으로 GS칼텍스를 이끌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해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최근 FA자격을 얻어 KGC인삼공사로 이적하며 거액을 받았다. 부상만 없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다.
김연경의 올림픽 이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최근에는 V리그 여자부 7구단인 페퍼저축은행의 김연경 영입설도 흘러나왔다. 해외 무대 재진출 가능성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김연경의 올림픽 이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V리그 일정을 마친 이후 그가 흥국생명과 동행을 이어갈지 다시 해외 무대로 나갈지 궁금증이 자아낸다. 그는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V리그 7구단 창단이 급물살을 타며 ‘신생팀에서 김연경을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실제 창단 작업을 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 측에서 김연경 영입 의지가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연경과 인연이 깊은 김형실 런던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앉히며 김연경과 연결고리가 더 짙어지기도 했다.
다만 페퍼저축은행의 김연경 영입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김연경과 소속팀 흥국생명은 과거 해외 진출 과정에서 FA자격을 놓고 격한 실랑이를 벌인 바 있다. 국내 무대에서 김연경이 ‘자유의 몸’이 되기까지는 1년이 더 남아 있다. 최근에도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계약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FA 이적은 불가능하지만 페퍼저축은행 측이 공을 들인다면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데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