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홈런 뻥뻥 안에선 통장 꽉꽉
▲ 추신수의 아내 하원미 씨(왼쪽)와 홍성흔의 아내 김정임 씨. 한·미 프로야구의 소문난 ‘내조의 여왕’들이다. |
재테크
김정임(김): 난 화리를 임신했을 때부터 남편이 출근하면 은행이랑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공부했어요. 은행을 찾아가선 투자할 만한 펀드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 부동산에 들러서는 집을 살 경우 세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물어봤어요. 신기한 건, 제가 펀드를 살 때마다, 또 집을 구입할 때마다 ‘대박’이 나는 거예요.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공부하고 노력하니까 재테크에 대한 안목이 생기더라고요.
하원미(하): 전 재테크라는 말 자체를 몰랐어요. 결혼할 때부터 힘들게 생활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남편이 미국 갈 때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갔으니까 엄청나게 돈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저랑은 정말 아무 인연이 없는 돈이었는데 말이죠. 결혼 초부터 힘들게 마이너리그 생활을 전전했고, 연봉이 40만 달러를 넘은 것도 얼마 안 돼요. 생활비하고 부모님께 돈 보내드리고 그러면 항상 빠듯하죠. 그래서 내년부터는 악착같이 모으려고요.
문화 차이
하: 무빈 아빠는 미국에서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1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살 때도 진짜 심사숙고하거든요. 이런 걸 사서 들고 다녀도 되냐고 하면서. 처음으로 명품 가방을 구입한 뒤 한 말이 있어요. 난 이제 ‘된장남’이야 하고. 그런데 이번에 대표팀 들어가니까 선수들이 갖고 다니는 물건들이 장난 아니었대요. 명품은 기본이고, 비싼 스마트폰도 몇 개씩 갖고 다니고, 그때 광저우에서 통화를 하는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원미야, 난 된장남이 아니라 그냥 아가야다’라고요.
김: 솔직히 억대의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은 씀씀이가 헤퍼요. 성흔 씨 또한 그런 습성이 있는 편인데 이럴 때마다 제가 중심을 잡아줘요. 그런 사소한 부분은 지나가는 것이고, 지금 조금씩 더 절약해서 모아가면 은퇴 후 평생이 행복할 것이라고요. 당시에는 기분이 안 좋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제 말이 맞다는 걸 깨닫게 된대요.
징크스
김: 지난 시즌 ‘방망이 사건’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성흔 씨가 21개 홈런을 칠 때까지 18번을 제가 골라준 방망이로 홈런을 쳤거든요. 성흔 씨가 무거워서 들지도 못하겠다는 가르시아 방망이를 골라주면 홈런을 치질 않나, 다른 팀 선수 방망이가 커 보여서 그걸 구해서 치라고 하면 짧다고 안 된다고 하면서도 다음날 빌려서 치면 안타가 되고…. 압권은 올스타전 때였어요. 꿈에 갈색으로 그라데이션 돼 있는 방망이가 보이는 거예요. 우리 집에 그런 방망이가 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려준 그림을 성흔 씨가 방망이 회사로 보냈는데 그 방망이가 올스타전 전날 극적으로 도착했어요. 결국 그걸로 홈런쇼를 벌이면서 올스타전 MVP까지 거머쥐었죠. 재미있는 건 강민호 선수도 자기 걸 골라달라고 하는데 제 눈에는 민호 선수 방망이는 잘 안 보이더라고요.
하: 우와, 진짜 신기하네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김: 성흔 씨가 타석에 들어설 때 들고 나오는 방망이가 작아 보이면 신호를 보내요. 그러면 타임을 걸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서 제가 원하는 방망이를 들고 나오는 거죠.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부터 징크스가 되더라고요.
하: 신수 씨는 제가 야구 얘기하는 걸 아주 싫어해요. 야구에 ‘야’자도 못 꺼내게 해요. 그런데 신수 씨도 방망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그 사람은 경기 나가기 전에 항상 방망이랑 대화를 한대요. 방망이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오늘은 누가 나갈래?’하고 말이죠.
김: 그러다 아무도 안 나가겠다고 하면 어쩌려고(웃음)?
하: 그러게 말이에요. 마음에 드는 방망이를 들고 나가려는데 어느 방망이가 자꾸 자길 부르는 것 같더래요. 그럼 그 방망이로 바꿔 들고 나가면 홈런을 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내들과의 신경전
김: 남편 뒷바라지하는 것도 어렵지만 다른 선수 아내들과의 관계도 미묘할 때가 많아요. 아내들의 자신감은 남편의 연봉 순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다른 선수 와이프랑 잘 만나지 않으려고 해요. 성흔 씨도 싫어하는 편이고. 괜히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여긴 한 번 이상하게 소문나면 정말 사람 우습게 될 때가 있거든요.
하: 미국은 전혀 그런 게 없어요. 트래비스 해프너, 클리프 리 와이프랑 친했는데 정말 순수하고 악의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한국에서 만 원 주고 산 휴대폰 케이스를 보고 너무 이쁘다면서 한국 가면 자기네 것도 꼭 사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어요. 해프너 와이프는 무빈이 베이비시터를 자청하면서 우리 부부가 데이트하도록 배려도 해줬고요.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의 대화는 끝날 줄을 몰랐다. 남편이 잘 알려진 운동선수라는 사실 때문에 겪고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 아내들이기에 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국판, 미국판 ‘내조의 여왕’들 파이팅!이다.
부산=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