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관권선거” 지명철회 요구…양당 원내 지도부 데뷔전, 신경전 예상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6~7일 열린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에 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김 후보자. 사진=임준선 기자
김 후보자는 딸 부부의 ‘라임 펀드’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투자 피해 규모가 1조 원대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김 후보자의 둘째 딸과 사위를 위해 12억 원 상당의 고액 맞춤형 특혜 펀드를 개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펀드 피해자들은 이 펀드가 김 후보자를 위한 로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딸과 사위도 손해를 본 상태이며, 별도 가계를 이룬 가족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딸이) 결혼한 지 몇 년이 됐는데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겠냐”며 “펀드를 할 때 장인과 상의하나. 사위는 저와 경제환경이 다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김 후보자 가족을 위한 펀드 성격이 짙다며 주요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종필 전 부사장과 라임펀드 피해자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등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세와 과태료 체납으로 본인과 배우자 차량이 32차례 압류됐던 것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의 차량이 2007년 3차례, 배우자의 차량은 1996년부터 2018년까지 총 29차례 상습적으로 압류됐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의 인성과 자질과 관련해서는 어린 시절 학교 폭력에 가담했던 일이 거론될 전망이다. 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이라고 지칭했던 점 역시 공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8대 국회의원 시절 ‘외고 폐지법’ 발의 후 셋째딸을 경기외고에 입학시킨 점 역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권칠승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고 자녀를 특목고에 보냈다”며 “이로 인해 국민적 공분을 샀고, 거센 비판이 잇따랐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 측은 당시 발의한 법안에 대해 “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를 없애자는 법안이 아니라 성격이 유사한 학교 유형들을 혁신형 자율학교로 일원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서병수 위원장(가운데)이 4월 30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밖에도 야당은 김 후보자를 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과 정책 전환도 요구는 물론, 백신 대응 문제 등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실정을 들춰내고 김 후보자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조국흑서’ 공동 저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등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이 가운데 진 전 교수는 불참 의사를 밝혔으나 김 공동대표는 출석할 예정이라고 국민의힘은 전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와 별도로 김 후보자의 지명이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점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차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중립 내각을 꾸리기 보다는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 출신의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주장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각의 총책임자가 어떻게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에 당 대표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사람이냐”며 “김 후보자를 국무총리에 지명한 건 민주적인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관권선거를 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명이기 때문에 지명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