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전대 매물 소개한 뒤 보증금·계약금 받고 사라져…재판 중에도 유사 피해 신고 잇따라

5월 7일 일산동부경찰서는 30대 K 씨를 상대로 접수된 사기 사건 5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현재 타 경찰서에 접수된 관련 사건들을 넘겨받아 병합 수사를 진행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K 씨 관련 사기 피해 신고는 서블렛 거래 과정에서 주로 발생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K 씨는 해외 교민과 유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집을 구한다는 글을 올린 이용자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현지 주택 계약이나 홈스테이 연결을 제안하며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문자, 전화 등을 통해 실제 주택 영상과 기존 세입자와의 대화 내역 등을 전달했다. 이어 계약금과 보증금 명목의 송금을 요구했고 입금을 망설이는 피해자들에게는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이미 취소했다”며 입금을 재촉한 뒤 각종 핑계를 대면서 환불을 미루다 잠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사기 방지 플랫폼 ‘더치트’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K 씨의 개인 전화번호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11건으로, 피해 금액은 약 1억 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K 씨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현재까지 21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K 씨가 여러 개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차명계좌까지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범행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면서 피해 지역도 전국 단위로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입시를 준비하던 B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을 구한다는 글을 올린 뒤 장 아무개 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장 씨는 “남편과 계약을 진행하라”며 K 씨를 소개했고, B 씨는 계약금과 보증금 명목으로 총 350만 원을 송금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B 씨는 4월 20일 용인서부경찰서에 K 씨를 사기 혐의로 신고했으며 현재 경찰은 사건 이첩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미국 파견을 앞두고 거주지를 구하던 중 K 씨와 연락이 닿았고, “입주 후 반환 조건”이라는 설명을 듣고 148만 원을 송금했다가 사기 피해를 입었다. C 씨는 현재 광주북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하지만 온라인 기반 사기 범죄는 사건이 여러 지역에 분산 접수돼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피의자 역시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아 구속 수사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일산동부경찰서도 K 씨의 체포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피해 금액이 크거나 상습범이면 비교적 구속영장이 인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을 중심으로 주거·가족관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사기 사건은 혐의 입증 과정도 복잡해 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습적인 사기 범죄에 대해서는 구속 기준을 새로 마련하는 등 현행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사람이 수차례 범행을 반복하고 재범률이 높은 사기 범죄 특성상 불구속 수사가 오히려 추가 피해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며 “재범 위험성과 피해 규모 등이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범 방지 차원에서 피해 규모가 큰 사기 범죄에 대해서는 제한적 신상정보 공개 등의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