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누리꾼 과거 방송까지 문제삼자 여성 누리꾼 “그럼 우리도” 김구라·노홍철 재소환
남자 모양의 인형을 가지고 성희롱 발언과 행위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코미디언 박나래. 사진=박정훈 기자
논란이 불거지자 ‘헤이나래’ 제작진과 박나래 소속사가 공식 사과문을 내고 ‘헤이나래’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박나래 본인 역시 3월 25일 인스타그램에 “부적절한 영상으로 많은 분께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그가 출연 중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별 다른 언급이나 편집 없이 박나래를 그대로 출연시켜 성난 남성 대중들의 또 다른 타깃이 되기도 했다.
박나래의 논란은 현재 경찰 사건으로까지 비화된 상태이기도 하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이 사건은 현재 서울 강북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적용된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위반 혐의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혐의가 인정돼 박나래가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법조계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현행법상의 음란 표현물은 단순히 성적인 흥미에 관련돼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과도하고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함으로써 존중·보호돼야 할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왜곡한다고 볼 정도로 사회 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인 김민아도 중학생을 상대로 한 성희롱 발언과 영화 ‘내부자들’ 속 이경영의 신체부위를 이용한 폭탄주 제조 신을 패러디했다가 방송에서 하차했다. 사진=‘왜냐맨하우스’ 캡처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자숙하다가 지난 2월부터 유튜브 채널 ‘왜냐맨하우스’로 복귀했으나 또 다른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3월 20일 게시된 영상에서 김민아가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경영이 자신의 신체 부위로 폭탄주를 만드는 장면을 흉내낸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당시 해당 영상 댓글란에는 김민아의 그릇된 성 인식을 문제 삼으며 하차를 요구하는 남성들과 “하정우가 여배우 가슴을 주무르며 친 대사 ‘살아있네’는 예능 어디에서나 쓰이는데 왜 김민아에게만 과도한 잣대를 내세우냐”는 여성들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김민아는 ‘왜냐맨하우스’에서도 하차해야 했다.
출연진의 하차, 프로그램 폐지에 이어 경찰 수사까지 불거진 김민아, 박나래의 사례를 놓고 방송가에서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성 방송인들을 검열하는 데 성공한 남성 대중들이 방영된 지 한참 지난 방송들에 나온 내용까지 문제 삼으며 집단 항의에 나서는가 하면, 이에 반발한 여성 대중들은 그동안 묻혀 있던 남성 방송인들의 성희롱 발언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들을 꺼내며 이들의 활동 또한 막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끝까지 가겠다”며 방송사와 제작진을 압박하고 있다.
예컨대 남성 대중들이 최근 방송가에서 ‘남혐 표현’이라고 지적한 ‘허버허버’(급하게 음식을 먹는 것을 묘사한 의성어) ‘힘조’(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된 남성 동성애자들의 성관계 영상에서 나온 대사) 등을 문제 삼으며 이 용어를 사용한 여성 방송인 또는 여성 제작진의 공식 사과나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여성 대중들은 과거 여성 연예인에 대한 노골적인 성희롱으로 논란을 빚은 김구라나 고등학생 시절 청소년 성착취물 영상 ‘빨간 마후라’를 불법 복제해 판매했다고 밝힌 노홍철 등 남성 방송인들의 방송 하차를 요구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 같은 성별 갈등에 결국 방송가만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는 “최근 여성들이 남성 방송인의 성평등적이지 않은 발언이나 행동 등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남성들도 ‘그럼 우리도 불편해지겠다’고 집단행동을 보이게 된 것이 결국 남성과 여성의 ‘성별 전쟁’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일부 대중들 사이에서는 최소 몇 년 전, 최대 10여 년 전 방송까지 끄집어내면서 ‘이 연예인은 이런 발언을 했으니 방송가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면서 방송사에 집단 항의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쪽만이 아닌 양 쪽의 성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것에는 방송가도 동의하고 저희가 그런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바람직한 담론이 형성되기도 전에 단순하게 ‘네가 불편했으니 나도 불편하겠다’는 복수심이 갈등의 기폭제가 되는 것은 대중들도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